[비즈한국]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 지하 공영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 택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게다가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증폭된다. 그런데 최근 지자체에서 공영주차장을 ‘지하화’ 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주민 기피시설로 꼽히는 버스와 택시 공영차고지들이 그 대상인데,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화재 예방 대책 수립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대형 차고지, 지하화 추진하다 무산되기도
2020년 서울시는 장지차고지와 강일차고지의 지하화를 추진했지만, 버스업계 반대로 무산됐다. 당초 서울시는 송파구 장지차고지(2만 5443㎡)와 강동 강일차고지(3만 3855㎡) 지상에 공공주택을 설립하고, 기존 차고지는 지하에 둘 방침이었다. 그러나 안전상의 이유로 무산됐다. 당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버스노동자 건강 위협 △대형 화재 우려 △교통정체 심화 △입·출차 어려움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고, 결국 서울시는 주차장 지하화를 잠정 포기한 상황이다.
서울시버스노조는 서울시의 ‘주택 공급’ 기조와 주민 기피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한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 장지차고지와 강일차고지 두 군데를 계획했다가 결국 장지공영차고지만 우선 진행하고, 주차장 지하화는 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가 전문가들과 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한 결과, 지하 차고지에서 화재가 났을 때 진압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와 지하화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안다. 전기차에 화재가 났을 때 아직 불을 끌 시설이 없다. 승용차는 부피가 작지만, 버스는 부피 자체가 크고 배터리도 상부에 있어 진압하기가 더 어렵다. 그래서 일단 일반 자가용 주차장만 지하에 두고, 버스 차고지는 지상에 두는 것으로 설계가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는 한 개 차고지를 시범적으로 해보자고 했다. 사업 핵심은 차고지를 지하에 두는 게 아니라, 공영차고지 공간을 활용해 주택 등을 짓는 것이다. 지하화 이야기가 나오는 다른 대형 차고지들은 우선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구체적으로 진행된 건 없다. 과거엔 차고지들이 도심 외곽에 있었는데, 서울시가 팽창하다 보니 이제는 도심 지역이 됐고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이 생겼다. 주민들로선 기피 시설이고 부동산 거래에도 도움이 안 돼 이전하길 바란다. 서울시는 새로운 차고지 부지를 구할 수 없고, 지상에 두려면 경기도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차고지 공간을 지역 주민과 함께 사용하기 위해 지상에 주택을 짓는 방안이 나왔다. 서울시에는 주택 공급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공공부지인 차고지를 선택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정릉·장안동 차고지도 지하화 방침
장지차고지와 강일차고지의 지하화는 무산됐지만, 버스공영차고지를 지하화 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정릉동 버스공영차고지를 지하화하기로 결정했다. 버스뿐 아니라 택시차고지도 지하로 바뀌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동대문구 장안동 일대에 있는 택시차고지를 지하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해선 차고지가 지상에 있어야 하고, 지하에 두었을 때 화재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관련기사 10년 만에 다시 물꼬…'정릉 버스차고지' 개발사업이 넘어야 할 문턱). 특히 버스, 택시의 차고지는 일반 주차장과 달리 인화물질을 취급하는 각종 정비시설이 함께 있어 위험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 “전기차 안전 대책이 전제돼야”
운수 업계에선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하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서울시와 국토부에서 지하화를 허가해주니 어쩔 수 없다. (노조는) 위험성 때문에 안 된다고 하지만, 지자체와 중앙부처에서 추진하는 이상 막을 방법이 없다. 주민 기피시설인 데다 땅값 높은 서울에 차고지를 유지하려니 그렇다”고 지적했다.
오봉훈 전국택시연맹 사무처장은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회사에서 지하에 차고지를 두면서 서울 내에서 운영하려는 건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외곽으로 가야 한다. 그러면 기사들도 불편하다. 안전 문제는 해결해야겠지만, 지하화 자체가 안 된다면 현실적으로 운영할 장소가 없다. 차고지 임대 비용이 만만치 않다. 택시 회사도 전반적으로 어려워 차고지가 외곽으로 점점 빠져나가는 추세인데, 그러면 인력 수급도 더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전기차 화재를 해결할 명확한 대책은 여전히 없다. 상황이 이러자 환경부도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9월 환경부는 전문가 29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발족했다. △정책·제도 △전기차 △배터리 △충전기 등 4개 전문분과에서 안전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화재 대책을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는 전기차 안전 대책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토지 특성 상 거주지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결국 주차장이 지하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지하에 공영주차장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결국 최대한 안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전기 충전소의 90%는 지하에 있다. 폐쇄 공간에 있는 전기차에 화재가 생기면 큰 문제다. 소방청에서도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협의체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대책을 만들고 있다. 충전소에서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는 대부분 과충전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지하 충전소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충전할지가 관건이다. 곧 정부에서 관련 대책을 발표할 거라고 본다”고 짚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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