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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대한민국 걸작 병기 'K2 흑표' 이제는 업그레이드 할 때

방산 최대 수출 효자 품목 경쟁력 유지 필요…4세대 나왔다고 안일한 생각 버려야

2024.02.01(Thu) 16:11:53

[비즈한국] 대한민국 방위산업 70년 역사에서 가장 어려움이 많았으면서도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한 무기체계를 하나만 선정한다면 단연 ‘폴란드 수출 대박’의 신화 K2 흑표 전차를 꼽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방산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선구자면서도, 계속된 논란 끝에 현재 수출에 성공해 방산 최고 매출을 올리고 있는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된’ 사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수출형 K2 EX 전차 모형. 사진=김민석 출처

 

미국의 GDLS(General Dynamics Land Systems)가 ROKIT(Republic of Korea Indigenous Tank)이라는 이름으로 대신 설계해 준 ‘반쪽 국산 전차’ K1을 대체할 신형 전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K2 흑표의 신화는 시작됐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국내 개발 무기체계 최초로 ‘세계 최고 성능’을 목표로 잡아, 이스라엘 전차 전문가부터 미국, 프랑스 등의 기술과 ‘불곰사업’으로 들여온 러시아 최신 전차 T-80U 기술까지 철저히 분석해 장점만을 조합한다는 목표로 K2 전차를 완성했다. 이후 2007년 시제품을 출고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K2 전차의 ‘완전한 국산화’ 목표를 위해 뒤늦게 전차의 핵심 부품인 파워팩을 국산화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기술의 독일제 엔진과 변속기를 국내 개발했는데 작전 요구 성능 미충족으로 생산해놓고도 전력화하지 못했다. 2008년에 생산된 전차가 2014년에나 1차 양산분이 전력화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 과정 중에 다행히 터키의 차기 전차 알타이(Altay)에 기술 수출돼 완제품이 아닌 포신과 궤도, 사격통제장비, 장갑 등 부품 단위로 수출하는 성과를 이루어 냈다. 다만 알타이 전차 역시 2015년 시제 전차 개발 이후 개발에 난항을 겪어 2023년에서야 2대의 전차가 터키 육군에 납품됐고 터키 수출대금의 대부분을 국내 생산업체가 아닌 ADD가 가져가 제작사가 재정적으로 큰 고통을 겪기도 했다.

 

잘 만들었지만, 제작사를 위기에 빠트린 K2 전차의 반전이 시작된 계기는 어려움을 겪던 국산 파워팩 개발이 성과를 내면서부터다. 파워팩의 핵심 부품인 엔진 개발에 성공해서 일명 ‘혼합형 파워팩’을 장착해 K2 전차의 2차 양산이 시작됐다. 이를 주목하던 유럽의 폴란드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K-2 GP(Gap Filler)180 대를 수입하고 차후 폴란드의 요구사항에 맞게 개량한 K2 PL을 수백 대 생산함으로써 대한민국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 수출에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화려한 부활’에 성공한 K2 전차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난관도 상당히 많다. 폴란드 측의 수출금융 지원 협의가 완료되지 않아 정부와 국회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나 현재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다. 또한 K2 전차가 미래 전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성능개량’ 방향성이 아직 불확실한 점도 숙제로 남아있다. 

 

K2 전차는 여전히 3.5세대 전차 중 세계 최고로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수출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레오파드2 전차의 경우 버전에 따라 60톤에서 65톤, M1A2 에이브람스 전차의 경우 68톤의 중량을 가지고 있지만 55톤의 K2 전차는 균형 잡힌 성능으로 세계 어느 지역이나 환경에서 운용해도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작다. 반면 60톤 이상의 대형 전차는 기동성 문제는 물론, 실전에서 도로 및 교량의 제한조건이 많고 운용비용이 비싼 문제가 있다.

 

하지만, K2 전차가 2008년 개발 완료 후 파워팩 문제 등으로 배치가 늦어지고 지연되는 사이 경쟁 제품들이 계속 성능개량을 진행하는 것이 우리 전차의 미래를 위협하는 첫 번째 장벽이다. M1A2 전차의 경우 폴란드에 K2 전차와 함께 수출을 성사하는 것은 물론, 최근 들어 방어력을 더욱 강화한 M1A2D 버전을 내놓았다. 심지어 차기 전차 K3에나 적용할 무인 포탑이 장착된 M1E3 버전을 이미 개발 중이다. 무게가 K2보다 무거운 대신 방어력이 더 향상됐고, K2 전차에 현재 없는 원격사격체계(RCWS)나 능동방어체계(APS)를 장착한 버전이 이미 배치된 것이다. 

 

K2 전차의 또 다른 경쟁자인 독일의 레오파드2 전차도 그동안 독일, 터키, 스위스 등지에서 수많은 개량형 패키지가 개발되고, 성능개량을 열심히 준비해 우리보다 한발 앞서 RCWS와 APS를 갖췄다. K2 전차가 앞서 있었던 표적 자동 추적 능력(ATR)이나 조준경 해상도 및 정밀도 역시 경쟁자들이 이미 따라잡거나 약간 더 앞서 있는 상황이다.

 

K2 전차의 제조사인 현대 로템과 우리 육군이 모르는 바가 아니다. 특히 폴란드 군의 요구로 현재 제안 중인 K2 PL 버전은 RCWS와 APS를 장착해 경쟁자와 동급의 장비들로 채울 계획이고, 이미 APS를 해외 공동개발로 진행 중이다. 

 

문제는 한국 육군이 K2 전차에 기대하는 바와 해외 고객들의 작전개념과 위협인식이 다소 달라 K2 전차 형상이 수출형과 내수형이 달라지거나, 수출 버전이 해외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한때 K2 전차의 개량 계획에는 쐐기(Wedge)형 특수장갑을 장착해 적 전차 공격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는 것이 있었다. 현재 K2 전차에 사용되는 날개안정철갑탄(APFSDS)도 탄약 제조 업체에서는 더욱 업그레이드한 개량형을 육군에 제안 중이나 한국 육군의 소요제기가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정찰 및 자폭 기능이 있는 소모성 드론을 K2 전차에서 운용하거나, 전차 포탄 대신 사용 가능한 포 발사 미사일을 장착하는 제안도 해외 업체에서 이뤄진 바 있으나 모두 우리 육군이 거절한 상황이다.

 

육군의 입장은 주적인 북한군의 전차 기술이 약하고, K2 전차의 공격력·방어력이 현재도 만족스럽다는 것이지만 이런 생각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군이 이런 인식을 시급히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북한의 신형 전차 M-2020의 경우 한국이 개발한 것과 동등한 수준의 능동방어체계를 선보였고, M-2020을 속도가 느린 대전차 미사일로 공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의 신형 전차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는 대전차 미사일보다 속도가 빨라 요격이 어려운 신형 날개안정철갑탄의 개발을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 

 

방어력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경우 장갑 관통 능력 1000mm 이상인 ‘불새’ 대전차 미사일 등을 공개한 바 있다. 능동방어체계로 미사일을 요격하더라도 북한군이 한 번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K2 전차 한 대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면 장갑으로 이를 막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북한을 제외한 우리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4세대 전차인 T-14 아르마타(Armata) 등을 이미 배치했거나 개발 중이기 때문에 K2 전차의 공격력과 방어력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다는 시각은 매우 우려스럽다. 최악의 경우 북한이 이들 국가에 기술이전을 받거나, 혹은 일부 배치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

 

K2 전차의 성능개량에 드론 방어 능력이나 능동방어체계 등에 집중하려는 한국 육군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육군의 전력 건설에 대한 논쟁은 전차부대의 필요성이나 능력에 많은 의문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K2 전차의 양산이 중간에 몇 번씩 지연됐고 대신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를 도입하는 등 육군의 중심을 기갑에서 포병이나 항공, 드론 쪽으로 관심을 옮겼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구형 구소련제 전차는 물론,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최신형 전차들도 러시아의 자폭 드론 공격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아 전차 무용론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상황을 단편적으로만 받아들여서 전차의 가치에 대해 오해한 것이다.

 

드론이나 미사일이 지상전에서 발달할수록, 이런 신무기 체계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무기가 바로 전차다. 전차는 포를 가지고 있어 근접 교전은 물론 장거리 교전과 대공 공격이 가능하다. 또한 신형 전자장비를 장착할 수 있는 여유 전력과 장비를 보호할 방어력이 있는 장갑, 적과 대치 중인 최전선에서 아군 보병 및 주변 전력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무기체계다. 따라서 미래전에서 드론이 노리는 가장 중요한 표적이 전차인 것은 맞지만, 창끝 부대를 드론에서 보호할 수 있는 장비 역시 전차다.

 

우리 군은 K3 전차에 도입이 예정된 기능을 K2 전차 성능개량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비용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다른 중요한 전력 증강 사업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K2 전차의 경우 방위사업이 수출할 수 있는 무기 중 동급 최강으로 불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기로, 가성비도 우수하지만 성능으로도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우수한 무기체계다.

 

독일의 경우 레오파드2의 수출이 성공적이었지만, 정작 개발국인 독일은 추가 생산과 개량에 소극적이라 나라마다 사양과 기능이 제각각인 ‘파편화 현상’을 겪고 있다. 독일의 실패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를 얻고, K2 전차의 ‘수출 대박 행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군도 적극적으로 K2 전차에 대한 공격력과 방어력 향상이 포함된 개량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 군의 미래 전력과 방위산업 수출을 같이 발전시키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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