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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문화센터 사업 대폭 축소…매각 시계 빨라지나

3년 새 30여 개 줄여…대주주 MBK파트너스 전면에 나서 대표 바꾸고 실적 개선 박차

2024.01.31(Wed) 14:59:29

[비즈한국] 홈플러스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진행하던 문화센터 운영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홈플러스는 출산율 하락으로 수강생이 줄며 운영 규모를 줄였다고 설명하는데, 업계에서는 실적 개선이 다급한 홈플러스가 수익성 낮은 사업 정리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도 내놓았다.

 

홈플러스가 문화센터 지점 수를 축소하고 있다. 2021년 120개 이상 운영됐던 문화센터는 올해 봄 학기 87개로 줄었다. 사진=박해나 기자


#‘수강생 안 받아’ 봄 학기 줄줄이 운영 종료

 

김 아무개 씨는 ​올해 봄 학기 ​수강신청을 하려던 홈플러스 문화센터 지점이 운영을 종료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겨울 학기가 지금도 운영 중인데 봄 학기 수강신청 안내가 늦어지는 것 같아 문의하니 ‘봄 학기부터 운영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라며 “홈플러스에서만 여는 프로그램이 있어 문화센터를 자주 이용했는데 사라진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문화센터 운영 규모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문을 닫는 문화센터 지점 수가 눈에 띄게 늘었는데, 올해도 운영 종료를 공지한 지점이 확대됐다. 2024년 봄 학기 개강을 앞두고 경기하남점, 서대전점 등 6개 지점이 운영 종료를 결정한 상황이다.

 

홈플러스의 문화센터 지점은 지난해 겨울 학기 93개가 운영됐으나, 올 봄 학기에는 87개로 축소됐다. 운영이 중단된 지점의 문화센터 직원은 “본사에서 문화센터 종료 지침이 내려왔다. 아무래도 객수가 적어 운영이 어려웠던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업계에서 문화센터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1999년 서부산점을 열며 국내 할인점 업계 최초로 문화센터 운영을 시작해 주목받았다. 문화센터는 업계 후발주자이던 홈플러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경쟁력이 되기도 했다. 백화점에서만 만날 수 있던 문화센터를 할인점에 도입하면서 발 빠르게 회원을 확보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었다.

 

홈플러스 봄 학기 수강 안내문이 붙어 있는 문화센터 강의실. 홈플러스는 출산율 하락으로 문화센터 수강생이 줄어 운영 규모를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박해나 기자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문화센터 규모도 경쟁사에 비해 크다. 롯데마트는 59개, 이마트는 70개(트레이더스·스타필드 제외)가량의 문화센터를 운영 중이다. 최근 문 닫는 문화센터가 늘어 80여 개로 줄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홈플러스는 ​경쟁사보다 월등히 많은 문화센터 지점 수를 자랑했다. 2020년에는 가장 많은 123개에 달했다.

 

홈플러스가 문화센터 지점 수를 축소하기 시작한 것은 2021년이다. 2020년 123개였던 문화센터 수가 2021년 121개로 소폭 줄었고 2022년에는 110개, 2023년에는 93개로 감소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장 리뉴얼이나 공간 재배치의 이유도 있고, 수강 인원 부족 문제도 있었다”며 “강사를 섭외하려면 최소한의 수강 인원이 보장돼야 하는데 일부 지역의 경우 출산율 감소로 최소한의 수강 신청자 수를 채우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운영을 줄이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센터는 전 연령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를 운영하지만, 주 고객층은 영유아와 부모다. 그런데 출산율이 줄어들며 유아 수업의 수강생이 줄었고, 문화센터 운영에도 부담이 생겼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대형마트는 문화센터 지점 수를 줄이지 않는 상황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향후 문화센터 사업을 종료하거나 축소하겠다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2022년부터 점포 리뉴얼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24개 매장을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했다. 사진=박해나 기자

 

#수익성 사업에만 집중? “사회공헌 사업 이어나갈 것”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수익성 제고를 위해 문화센터 사업을 축소하는 게 아니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화센터는 회당 수업료가 5000원~1만 원 수준으로 사설 기관보다 저렴하게 책정돼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다.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운영되는 측면이 컸는데, 홈플러스가 실적이 악화하면서 수익성 낮은 문화센터 사업을 최소 규모로 줄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이제훈 대표가 취임한 2021년부터 실적이 나빠졌고, 문화센터 역시 이때부터 축소 분위기를 보였다. 홈플러스는 2021년 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기준 영업손실이 1335억 원, 2022년에는 2602억 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문화센터는 수익을 창출하기보다 강좌를 신청한 회원들이 매장을 이용하게끔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며 “(홈플러스가) 문화센터의 유인 효과가 크지 않고 운영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사업을 축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위기감이 커짐에 따라 업계 전반에 이러한 분위기가 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매시장에서의 온라인 점유율은 향후 65%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위기감이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 생존을 위해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문화센터 같은 고객 서비스, 사회공헌 사업 등은 정리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문화 강좌나 교육 지원 사업 등은 홈플러스가 자부심을 갖고 진행해온 부분이다. 앞으로도 동일한 원칙 아래 계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홈플러스는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마케팅 전문가로 꼽히는 조주연 마케팅부문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됐고,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홈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발탁했다. 무엇보다 홈플러스의 주인인 MBK파트너스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를 두고,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해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2022년부터 메가푸드마켓을 타이틀로 점포 리뉴얼을 진행하며 실적 개선을 꾀했다. 현재 24개 매장이 리뉴얼 작업을 거쳤고, 이들 매장의 매출은 리뉴얼 전보다 평균 20% 이상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전년보다 매출 부문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해도 점포 리뉴얼 작업을 이어가며 수익성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온라인 특화 배송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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