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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보도자료 남발한 카카오·부영·HDC·태광의 놀라운 공통점

겉으로만 친환경·사회공헌 내세워 '워싱지수' 상위 차지…각 기업 "실제 관련 활동 수행"

2024.01.30(Tue) 17:29:24

[비즈한국] 카카오·부영·HDC산업개발·태광그룹이 ESG와 관련이 낮은 홍보용 보도자료 배포를 남발하는 이른바 ‘ESG 워싱’ 상위 기업으로 선정됐다. 과거 비재무지표로 분류됐던 ESG가 경영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최근 이를 기업 홍보에 활용하는 사례 역시 늘고 있다. 이번 조사는 50대 기업의 ESG경영 관련 기사 수를 처음으로 전수 분석한 결과로, 2023년은 이 같은 보도가 날마다 500건 이상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알맹이 없이 겉으로만 친환경·사회공헌 가치를 내세우는 기업들의 행보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지수는 기사 총량 대비 워싱 기사 비율 및 유의미성, 부정 기사 반영. 자료=경제민주화시민연대

 

#2023년 ESG 워싱 리스트 ‘톱4’ 올라

 

경제민주화시민연대(시민연대) 연구소가 지난 한 해 국내 50대 기업의 ESG 보도자료 및 기사 내용을 자체 전수 조사한 결과 카카오, 부영, HDC산업개발, 태광그룹이 ‘ESG 워싱 리스트’에 오른 상위 4개 사로 꼽혔다. 이 기업들은 재계 순위 및 업종 평균, 기사내용 등에서 ‘ESG 워싱지수’가 7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ESG 워싱 지수는 기사 트렌드에 따른 기업별 사회적 리스크 매칭 분석을 통해 산출한 수치로, 전년 대비 보도량 비교분석이 적용됐다. 이번 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 및 언론 기사량 빅데이터 자료를 기반으로 아웃라이어 기업에 대한 기사 내용 분석과 함께 이뤄졌다. 

 

조사에 따르면 2023년 50대 기업의 ESG 관련 기사량은 연간 18만 건, 보도자료 수는 약 5873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50대 기업과 그 계열사 2177곳에서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약 24건에 달하는 ESG 관련 보도자료가 배포됐고 날마다 500건 이상의 ESG 경영 보도가 나왔다. 시민연대는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지난 26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2024 지속가능성과 노동시장 진단 포럼’에서 발표하고 모니터링 등의 제재와 함께 재계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각 사 본사 모습.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 서울 중구 부영 본사, 중구 태광산업, 용산 HDC아이파크몰. 사진=비즈한국DB

 

#사회적 논란, ESG로 덮어라?

 

리스트에 오른 4개사는 지난해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줄줄이 낙제점을 받은 대기업들이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거듭됐던 카카오는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인위적인 시세조종을 계획했다는 혐의로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전면 철거’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은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잡음이 계속됐다. 오너의 횡령·배임으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던 태광과 부영의 경우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두 오너가 나란히 복권됐지만, 각종 지표 회복에 더딘 모습을 보이며 현재까지도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위)과 이중근 부영 회장. 사진=연합뉴스, 비즈한국DB

 

해당 기업들은 기업의 부정적인 이슈를 홍보성 자료로 ‘밀어내기’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태광그룹은 ESG 경영과 관련성이 적은 기사와 보도자료 수가 4개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태광과 부영은 총수의 특별사면을 앞두고 홍보성 기사 노출이 많았다는 평가다. 해당 시기 태광그룹과 부영 각각 전년비 251.4%, 344.4% 수준으로 ESG 관련 기사가 급증하는 추이를 보였다. 

 

태광은 △태광산업·대한화섬의 산업안전 도전 골든벨 행사(5월) △그룹 창립 73주년 사내 행사(10월) 등이 대표 사례로 꼽혔다. 태광그룹에 정통한 한 인사는 “50대 기업 중 ESG 협의체를 가장 마지막으로 만들고 첫 여성 임원이 53년 만에 나왔음에도 관련 사실을 ESG 행보라며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며 “단합을 위한 사내 행사까지 ESG로 포장한 건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부영의 경우 △‘임대아파트 사업으로 상생’ △건설현장 근로자·임직원에 중복 맞이 삼계탕 선물(7월) 관련 보도자료가 ESG 경영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례로 꼽혔다. 임대주택으로 ‘재계 22위’를 일궈낸 부영이 기존 사업을 자사의 ESG 역량으로 내세우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 자체 시민연대는 이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반복되는 기업집단일수록 ESG 경영 기사가 기업 홍보 소재로 과장돼 노출되는 양상을 보였다며 “기업 자원을 이용한 ESG 워싱 행태”라고 꼬집었다. 

 

양 사는 ESG 워싱 리스트 기업 선정 결과에 대해 보도자료 배포와 언론 보도가 실질적인 ESG 경영 성과와 무관하지 않다며 정면 반박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ESG 경영 기반의 조직관을 수립하고 있고 실제로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외부 성과 외에 지배구조, 근로자 측면의 전 사적 노력 역시 중요하다. 이 같은 사실을 대외적으로도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영 관계자도 “장학금 지급 등 다수의 정기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그 시기에 맞춰 꾸준히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와 관련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위)과 정몽규 HDC 전 회장. 사진=비즈한국DB


카카오는 4개사 중 워싱지수는 가장 낮은 ​7.6이었지만 재계 순위 대비 높은 수치라는 점 등이 반영됐다. 문어발식 확장과 더불어 경영진의 사법리스크 등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던 지난해 6월 나온 카카오뱅크의 ‘ESG경영·이사회 건전성 강화 등 중대 주제 선정’ 관련 기사 등이 대표 사례로 꼽혔다. 기업의 실제 논란과 간극이 컸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는 관련 질의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HDC현대개발의 ‘연탄 나눔 봉사활동’, ‘노인의 날 기념 물품 지원’ 등 지역 사회 공헌 관련 보도도 EGS 경영의 핵심에서는 비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3년 기준 ESG 평가 결과 B+로 회복한 HDC는 2022년 환경과 사회 부문에서 각각 D, C등급을 받으며 통합 C등급을 기록한 바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국제적으로는 ESG는 기업 경영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ESG 경영의 의의와 이미지를 이용하는 수준에 그치치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입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짚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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