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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1위 탈환' 선언, 임종룡·조병규 1주년 성적에 힘 실어줄까

2023년 상반기 4대 은행 중 순이익 꼴찌, 횡령·ELS 손실·성추행까지…조직 개편에 기업대출 강화, 캐릭터도 되살려

2024.01.30(Tue) 16:44:58

[비즈한국] 우리금융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러 나섰다. 우리금융의 실적을 이끄는 우리은행은 2024년 목표로 당기순이익 1위를 세웠다. 중단했던 캐릭터 마케팅을 살려 대외적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도 적극적이다. 조직 개편과 내부통제 강화로 내실 다지기도 진행했다. 지난해 실적 부진과 함께 횡령, 파생상품 손실 등의 문제에 시달린 우리은행이 올해 ‘만년 4위’ 타이틀을 벗고 유의미한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1월 27일 열린 2024 경영전략회의에서 임직원에게 중장기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이 신년을 맞아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은행은 1월 27일 일산 킨텍스에서 ‘2024년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올해 ‘핵심사업 집중, 미래 금융 선도’라는 경영 목표를 정하고 사업 계획 및 중장기 경영 전략을 공유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병규 우리은행 은행장, 국내외 임원, 지점장급 등 약 1200명이 참석했다.

 

우리은행은 연초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 △미래 성장성 확보 △선제적 리스크 관리 △디지털·IT 플랫폼 경쟁력 제고 △경영 체질 개선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6대 경영 방향을 세웠다. 중장기 경영 목표인 ‘고객과 성장하는 미래 금융 선도 은행’에 따라 기업금융 및 개인금융 강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을 제시했다.

 

조병규 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더 큰 영업력을 발휘해 우리은행의 미래를 책임질 변곡점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해”라고 강조했다. 27일 행사에서도 “준비한 영업 동력을 바탕으로 확실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1등 은행을 경험한 저력과 자부심으로 우리의 해를 만들자”라고 당부했다.

 

우리은행의 호실적은 곧 그룹 차원의 성과로 이어진다. 우리금융지주의 자산 및 순이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대에 달할 만큼 은행 의존도가 높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사, 증권사를 보유하지 않아 비은행 이익 비중이 미미하다.

 

올해 우리금융그룹은 실적 개선 및 리스크 관리 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필요하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직원 횡령,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900억 원대 손실,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이 줄줄이 터지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신년사에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조 은행장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사각지대 없는 체계’를 강조하며 리스크 관리의 의지를 다진 이유다.

 

실적 면에서도 5대 금융지주(KB국민, 농협, 신한, 우리, 하나) 중 하위권을 기록하며 고전했다. 2023년 상반기 우리은행은 1조 472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농협은행(1조 2469억 원)을 제외하면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1위인 KB국민은행은 1조 8585억 원의 성과를 거뒀다. 우리은행은 지난 3분기에도 당기순이익 8201억 원을 기록해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9000억 원 선을 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오는 3월과 7월 각각 취임 1주년을 맞는 임 회장과 조 은행장이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가 상반기 성과에 달렸다. ‘1등 은행’ 타이틀을 다시 가져온다는 목표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2004년 비이자 수익이 늘면서 당시 금융권 사상 최대치인 2조 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1조 9967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2007년까지 1조 원 후반대로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2008년 파생상품 투자로 인한 손실과 부실 대출 등으로 전년 대비 무려 86% 가까이 급락했다.

 

2010년 이후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계열사 매각, 지주사 해체, 금융-은행 합병, 지주사 재전환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1위 자리는 점점 멀어졌다. 2021년부턴 사실상 민영화하면서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보험사 및 증권사 인수에 공들이고 있다. 현재 시점에선 1·2등 은행과의 격차가 커 판세를 뒤집기 쉽지 않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만으로는 순이익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라며 “사업다각화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그룹 차원의 마케팅에 사용할 캐릭터 ‘위비프렌즈’를 부활시켰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은 핵심사업 강화를 위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달성하고 개인금융과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매년 대기업 30%씩, 중소기업 10%씩 기업 대출을 늘려 2027년까지 여신 점유율 1위를 기록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가계 대출과 기업 대출이 거의 반반인 가운데 기업 대출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연초에는 그룹 차원의 IT 거버넌스 개편에 성공했다. IT 서비스 개발을 그룹사 간 수탁하던 방식에서 그룹 내에서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 개편 논의는 인력 이동 문제 등으로 10년 이상 지지부진하다 임종룡 회장 취임 후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그 결과 IT 계열사인 우리FIS의 직원 950여 명을 은행과 카드로 재배치하면서 개편을 마무리했다. 인력 대부분이 떠난 우리FIS는 그룹 시스템 구축, 인프라 운영 등을 이어간다.

 

우리금융은 개편으로 IT 서비스 개발 기간을 50%까지 줄일 것으로 봤다. 과거에는 계열사 간 개발을 하면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지만, 개편 후 같은 조직에서 소통하면서 속도감 있게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연간 150억 원의 판관비 감축과 IT 내부통제 강화 효과도 기대한다.

 

IT 개편과 더불어 모바일뱅킹 앱인 ‘우리WON뱅킹’을 전면 재구축한다. 올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카드, 캐피털, 저축은행까지 모두 결합한 ‘New WON’ 앱을 출시한다. 3월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우리WON뱅킹 챗봇에 AI 뱅커를 탑재한다. AI에 업무 지식을 학습시켜 홍보 이미지 생성 등 내부적으로도 사용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이미지 개선에도 나섰다. 우리은행은 2015년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꿀벌 캐릭터 ‘위비’를 론칭 후 ‘위비프렌즈’로 확장했으나 2019년 모바일메신저를 종료하면서 캐릭터 마케팅을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되살린 위비프렌즈를 활용해 친근한 이미지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캐릭터를 원숭이에서 반달가슴곰으로 교체하는 등 리뉴얼하면서 상표권도 다시 등록했다”며 “위비프렌즈는 은행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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