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홍해 인근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며 항행을 방해하고 있다. 당장 미국, 중국, 프랑스 등은 자국 해군을 동원해 홍해 항로를 지나는 상선을 호위하며 보호에 나섰다. 하지만 해상운송 의존도가 높지만 이를 지킬 해군의 원양 작전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한국, 대만 등은 홍해 항로를 포기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해 운임료 상승 등의 피해가 속출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후티 반군의 민간 상선 공격으로 선박 보험료, 해상운임, 국제 유가 등의 급등을 예상하며 해군력 강화 등 군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후티 반군은 대함탄도미사일, 크루즈미사일, 드론 등의 첨단 무기로 홍해를 통과하는 각국 상선을 공격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10년째 내전을 벌이는 예멘 정부를 사우디아라비아로 밀어내고 주요 지역을 장악하는 등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후티 반군이 주로 사용하는 주력 미사일은 대함 탄도미사일로 알려졌다. 반군이 쓰는 대함 탄도미사일은 이란 파타 330 탄도미사일을 대함용으로 개량한 것으로 최대 사거리 500km에 속도가 빨라 요격이 어렵다.
기존 해적들과는 차원이 다른 공습에 긴장한 선진국들은 자국 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해군을 출격시켰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중부사령부는 “미 항모 아이젠하워함에서 발진한 FA-18 함재기, 미 해군 그레이블리 구축함 등과 영국 해군 다이아몬드 구축함이 (후티 반군이 발사한) 드론 18대, 대함 순항미사일 2발, 대함 탄도미사일 1발을 각각 요격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해군도 지난해부터 홍해에서 자국의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CMA-CGM를 보호하고 있다. 그 덕분에 선복량 기준 세계 3위 CMA-CGM은 머스크, MSC, HMM 같은 대형 컨테이너선사와 달리 홍해를 지나는 일부 정기노선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 중국 해군은 인도양에서 홍해로 이어지는 아덴만 일대에서 자국 상선들에 호송 지원을 제공하며 급감한 컨테이너선 홍해 노선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려고 나섰다.
홍해는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전체 상품 무역량의 12%를 차지하는 해상 교통 요충지인데, 후티 반군의 계속된 상선 공격 때문에 유조선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 상승 및 물류 위기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홍해 일대 불안으로 국제무역이 더 축소될 우려가 있다. 국제 유가, 곡물 수출입에도 치명적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해상수송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의 피해가 누적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비용과 안전 문제로 인해 홍해-수에즈운하 항로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곳도 늘어나 물류비용, 유류비 선박 보험료 등도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에서 유럽까지 홍해-수에즈운하 항로로 이동할 경우 거리는 1만 5700km로 35일이 걸리지만, 희망봉 항로를 활용할 경우 거리는 2만 2000km로 44일이 걸린다. 블룸버그통신은 보험사들이 현재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에 선박 가액의 0.75∼1.0% 상당의 전쟁 위험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면서,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10분의 1 수준이었다고 보도했다. 1억 달러 선박에 1%의 전쟁 위험 보험료를 부과할 경우, 홍해를 지나는 데 보험료로만 100만 달러(13억 원)가 드는 셈이다.
우리나라 역시 수출입 화물의 99.7%가 해상 운송에 의존하기 때문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해상 교통로가 차단될 경우 하루에 5조 5000억 원의 총산출 감소와 1만 6000명의 고용 감소가 초래된다.
일각에선 소말리에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 전력을 강화하고 보완해 우리 선박을 보호할 필요성도 제기한다. 현재 청해부대에는 41진으로 광개토대왕급(DDH-Ⅰ) 한국형 구축함인 양만춘함이 파견돼 있다. 지난 2009년 창설된 청해부대에는 광개토대왕급보다 큰 충무공이순신급(DDH-Ⅱ) 구축함 1척이 줄곧 파견됐지만 현 정부 들어 대북 대응 위주 정책에 따라 40진부터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을 파견하고 있다.
3200톤급 구축함인 양만춘함은 대함미사일과 함포, 헬기 등으로 무장했지만, 대함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수단은 ‘시스패로’ 단거리 함대공미사일(최대 사거리 19km)과 30mm 기관포(골키퍼)밖에 없다. 양만춘함의 대공능력 핵심인 시스패로의 경우 자함방공 미사일로 후티 반군이 오직 양만춘함을 공격할 때에만 사용할 수 있다. 다른 민간 함정을 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요격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일본은 시스패로우 미사일을 신형 RIM-162 ESSM으로 교체해 이를 개량했으나, 해군은 양만춘함 성능개량을 할 때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해 성능개량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충무공이순신급(DDH-II) 등 대공 방어력이 충분한 군함을 파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위원은 “양만춘함의 경우 우리 군의 최신형 해상작전헬기인 ‘AW159 와일드캣’을 탑재해 와일드캣에 장착된 정밀유도 미사일인 ‘스파이크 NLOS’로 후티 반군의 미사일 트럭을 선제 공격해야 한다”며 “양만춘함 대신 주변 함정을 호위할 수 있는 ‘SM-2 스탠더드’ 함대공미사일을 갖춘 이순신급 구축함 혹은 ‘해궁’ 함대공미사일을 갖춘 대구급 호위함을 대신 파견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충무공이순신급은 최대 사거리가 167km에 달하는 SM-2 블록ⅢA 함대공유도탄 32기를 탑재할 수 있다. 미 해군 구축함 USS그레이블리호가 후티 반군의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는 데 주로 활용하는 무장도 SM-2 미사일이다.
전현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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