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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풀리기는커녕 더 꼬여버린 '허블 텐션' 미스터리

두 가지 방법으로 나온 우주팽창률 차이 해결하려 더 정밀하게 계산했더니 난감한 결과가…

2024.01.29(Mon) 14:37:14

[비즈한국] 천문학자로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장 많은 현대 천문학의 난제가 있다. 관측 방식에 따라 우주 팽창률이 다르게 측정되는 허블 텐션이다. 우리 은하 바깥 외부은하들이 얼마나 빠르게 멀어지고 있는지로 추정한 우주 팽창률과, 우주가 통째로 얼마나 차갑게 식어왔는지 우주 배경 복사를 통해 추정한 우주 팽창률이 다르게 나오는 것이다. 각 관측 방법이 정밀해지면서 두 측정치의 차이가 오히려 더 뚜렷해졌다. 하나의 우주를 보면서 두 가지 팽창률이 나오는 허블 텐션은 지금까지도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는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다.

 

최근 천문학자들은 허블 텐션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고자 우리 은하 주변 은하들의 속도 분포를 정확히 파악하는 대대적인 연구를 시작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허블 텐션의 수수께끼를 해결하고자 시작한 연구였지만, 정작 결과는 더 엉망이 되었다. 허블 텐션이 기존보다 더 심각해져버렸다! 

 

해결하려고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더 난감해져만 가는 허블 텐션 미스터리의 최신 소식을 소개한다.

 

허블 텐션을 연구하는 많은 천문학자들이 품은 오래된 의심이 하나 있다. 어쩌면 은하들의 후퇴 현상과 우주 배경 복사는 범위의 서로 다른 우주 팽창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주 배경 복사는 우주가 통째로 팽창하면서 우주 전역의 열기가 식어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따라서 실제 우주 전체의 팽창을 대변한다. 반면 은하들의 후퇴 현상은 그 은하들이 분포하는 비교적 국지적인 좁은 범위의 우주에서만 우주 팽창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더 난감한 문제가 있다. 우주 속 은하들의 움직임은 단순히 우주 팽창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인접한 은하들끼리 중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기고 끌려가는 움직임이 복잡하게 섞여 있다. 따라서 은하들의 개별적인 움직임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실제 우주 시공간 자체의 팽창을 더 정확하게 잴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은하들의 후퇴 현상으로 추정하는 우주 팽창률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오차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은하들의 후퇴 현상으로 추정되는 우주 팽창률은 73km/s/Mpc 정도. 반면 우주 배경 복사로 추정되는 결과는 더 작은 67km/s/Mpc 정도다. 즉 은하들의 후퇴 현상으로 추정되는 우주 팽창률이 더 크게 측정된다. 은하들의 후퇴 현상으로 본 우주가 우주 배경 복사로 본 우주보다 더 빠르게 팽창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근거로 일부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가 유독 주변에 은하가 적고 밀도가 작은 텅 빈 영역 근처에 있어서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우주에 은하들이 분포하는 우주 거대 구조는 거대한 그물처럼 얽혀 있다. 만약 우리 은하가 우주 거대 구조에서 텅 빈 보이드 한복판에 있다면? 더 밀도가 높고 중력이 강한 주변으로 사방의 은하들이 더 빠르게 끌려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순수한 우주 팽창의 효과보다 더 빠르게 주변 은하들이 멀어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것이 우주 팽창률을 더 높게 오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발견에 따르면 우리 은하가 살고 있는 영역은 거대 보이드와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수많은 은하들이 높은 밀도로 모여 이루어진 거대한 초은하단을 함께 구성하고 있다. 2014년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 주변 은하들의 공간 분포와 움직임을 대대적으로 조사한 끝에 우리 은하를 비롯해 약 10만 개의 은하들이 모여 이루어진 지름 5억 광년 규모의 거대한 초은하단 라니아케아를 확인했다. 초은하단 한가운데 주변 은하들을 빠르게 끌어당기는 거대 인력체가 숨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은하는 텅 빈 보이드는 커녕 오히려 바글바글한 은하들이 일제히 한쪽 방향으로 끌려가는 초은하단 외곽에 있었다. 그렇다면 허블 텐션의 난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리 은하가 속한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의 은하들이 중력으로 엮인 모습을 표현한 그림. 이미지=NASA/ESA/HUBBLE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의 존재는 우주 팽창률을 파악할 때 아주 중요하다. 우리가 바로 이 안에 갇혀 살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인접한 은하들의 움직임은 우주 팽창 뿐 아니라 서로의 중력, 거대 인력체의 중력 등 다양한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아주 복잡하고 랜덤한 속도를 갖게 된다. 물론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을 훨씬 벗어난 더 먼 은하단에서는 이런 세부적인 움직임은 무시할 만하다. 워낙 먼 거리에 있는 은하들의 경우에는 우주 팽창의 효과가 압도적으로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운 범위에서 우주 팽창을 구하게 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특히 우주가 최근에 오면서 정말 팽창이 빨라지는 가속 팽창을 하는지를 판단하려면 비교적 최근의 과거 우주를 보여주는 가까운 우주를 봐야 한다. 그래서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을 구성하는 주변 은하들이 서로 어떻게 끌려가고 흘러가는지를 세심하게 파악하는 것은 우주의 가속 팽창을 입증하는 데에도 아주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이번 연구에서 천문학자들은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을 구성하는 은하들의 전반적인 분포를 둥근 타원체로 가정했다. 이 모델을 바탕으로 각 은하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지 멀어지고 있는지를 비교했다. 아래 그래프에서 파란색으로 표현된 점들은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은하를, 빨간색은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은하를 나타낸다.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가 관측하게 되는 은하들의 움짐임 속도를 최대 500km/s까지 달라지게 만든다. 이건 꽤 큰 차이다. 

 

파란색으로 표현된 점들은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은하를, 빨간색은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은하를 나타낸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천문학자들은 밤하늘에서 어떤 방향을 보는지에 따라 은하들의 평균적인 속도가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비교적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은하들이 있는 방향에서만 은하를 관측한다면 우리는 우주 팽창률을 더 더디게 유추할 것이다. 반면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은하들이 모여 있는 방향만 보고 은하를 관측한다면 우주 팽창률을 실제보다 더 크게 오해할 수 있다. 

 

이러한 하늘 전역의 은하들의 개별 움직임을 모두 고려해서 빼주어야 우주 팽창으로 인한 은하들의 움직임만 순수하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속 은하들의 개별 움직임 효과를 모두 제거한 순수한 우주 팽창률을 다시 구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꽤 당황스럽다. 

 

기존에 은하들의 후퇴 현상으로 추정한 우주 팽창률은 73km/s/Mpc 정도였다. 이건 우주 배경 복사로 추정되는 값보다 6 정도 더 크다. 그런데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속 은하들의 개별 움직임까지 모두 섬세하게 고려한 결과, 73.5km/s/Mpc로 0.5 정도 더 큰 값이 나왔다! 즉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속 은하들의 개별 움직임까지 더 섬세하게 계산했더니 허블 텐션이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그 차이가 더 커져버렸다! 허블 텐션을 해결하려고 건드릴수록 오히려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허블 텐션이 가장 난감한 문제로 남아 있는 이유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로 구성된 현재의 우주 진화 모델이 수정되어야 할지 모르는 찜찜한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은하들의 후퇴 현상과 우주 배경 복사, 각기 다른 두 가지 방법으로 추정되는 우주 팽창률이 계속 더 어긋나는 것은 우리가 애초에 잘못된 우주 모델을 적용해서일 수 있다. 물론 대다수 천문학자들은 이런 비극이 실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은하 관측에서 신경쓰지 못했던 문제가 밝혀져 더 아름다운 방법으로 해결되길 바란다. 

 

또 다른 가능성은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너머에 더 거대하게 텅 빈 슈퍼 보이드가 또 있는 것이다. 지름 5억 광년 너머 더 거대한 스케일에서 은하들의 밀도가 휑한 거대한 보이드가 숨어 있고, 바로 그것 때문에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안에서 관측한 은하들의 후퇴 현상이 단순한 우주 팽창으로 인한 움직임보다 더 빠르게 보일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 가설을 최종 검증하기 위해서는 인류가 그린 가장 거대한 우리의 지도,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을 넘어 더 거대한 범위에 걸쳐 은하들의 지도를 새롭게 채워야 한다. 최근 우주에 올라가 이제 막 100억 광년 범위에서 새로운 우주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이 해결해줄 중요한 숙제다. 

 

현재 맹활약하고 있는 제임스 웹도 허블 텐션에 필요한 관측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미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을 통해 먼 은하까지의 거리를 재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를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은하까지 거리를 잴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초신성과 세페이드 변광성, 두 잣대를 모두 품고 있는 은하를 제임스 웹으로 관측했다. 그리고 세페이드 변광성에 적용한 거리 측정 방법에 다행히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거듭 검증했다. 

 

내년에는 또 다른 관측이 예정되어 있다.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으며, 암흑 에너지라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며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천문학자 아담 리스가 직접 이끄는 관측 프로젝트다. 사실 이들의 발견 이후, 지금까지도 줄곧 정말 우주 끝자락에 있는 초신성을 거리 측정의 잣대로 그대로 써도 되는지를 두고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그 의심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아담 리스 팀의 제임스 웹 관측이 예정되어 있다. 

 

과연 이들의 다음 관측은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 허블 텐션을 해결하려고 시작한 연구가 도리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듯이, 초신성 관측에 문제가 없음을 입증하려 시작한 연구가 정반대 결과로 모두를 당황하게 만드는 새로운 역사가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서둘러 팝콘을 준비해야겠다. 

 

참고

https://www.stsci.edu/jwst/phase2-public/1685.pdf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3arXiv231100215G/abstract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13674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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