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식고 있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연준의 연착륙 노력이 성공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힘입어 1월 26일 다우 지수가 3만 8109.43으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에서 마감했다. S&P500 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25일에 비해서는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스위스 자산관리사 GAM 인베스트먼츠의 찰스 헵워스는 “경기 침체 우려가 이제 없을 뿐만 아니라 다행히 GDP 추계상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오지 않았다”라며 “인플레이션 없는 강한 성장은 모두가 원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와프시장이 여전히 5월 연준 인하를 가격에 반영한 가운데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5bp가량 하락했다.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 역시 이 소식에 이목을 집중했다. 올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IBM의 주가가 장중 한때 13.2% 급등한 반면 테슬라는 매출 둔화 우려에 13.4%나 빠지며 시가총액 순위가 제약업체인 일라이릴리에 밀렸다. 인텔은 장 마감 후 제시한 올 1분기 매출 및 이익 전망치가 다소 실망스러워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7% 넘게 하락했다.
한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알파벳, 아마존닷컴, 마이크로소프트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투자 및 파트너십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 AI 관련 투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이들 빅테크 기업이 사실상 시장을 독과점하고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의도다. 다음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현안을 정리했다.
#미국 GDP ‘깜짝 성장’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3.3% 성장, 시장 예상치 2.0%를 크게 웃돌며 일각에서 제기된 경기 침체 우려를 무색하게 했다. 2023년 전체로는 2.5%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요 성장 동력인 개인 소비가 작년 마지막 분기에 연율 2.8% 증가했고, 기업 투자와 주택 부문 역시 ‘깜짝’ 경제 성장에 일조했다. 기저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상승률은 두 분기 연속 연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이 경기 침체 전망을 거둬들였지만 아직 확신할 수 없다며, 가파른 노동시장 냉각과 신용 및 소비자 수요에 대한 우려를 고려할 때 올해 상반기에 GDP가 크게 둔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니크레디트뱅크의 다니엘 베르나차는 올해 GDP 성장률이 둔화함에 따라 연준이 6월부터 올해 총 125bp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라가르드 “여름쯤 금리 인하”, 시장선 앞당겨질 전망 높아져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 예상대로 단기 수신금리를 사상 최고치인 4%로 3번 연속 동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여름쯤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지난주 발언을 재확인하면서도 아직 ECB 위원들이 인하를 논의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라가르드 총재는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더 진행되어야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적시에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는 충분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책위원회 내부 컨센서스는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 시기상조라는 것”이라고도 전했다.
그런데도 트레이더들은 6월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앞서 42bp에서 50bp 이상으로 높였고, 이르면 4월 첫 25bp 인하 가능성을 60%에서 80%로 조정했다. 올해 총 인하 예상 폭은 130bp에서 141bp로 확대했다. 이에 유로-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0.6% 가까이 하락했다. ECB는 2025년이 되어서야 2% 물가안정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공격하면서 자칫 공급망 차질이 발생할 위험도 경계했다. 라가르드는 특히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이 인플레이션에 상방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사 프린시펄 에셋 매니지먼트는 ECB가 주목하는 경제지표가 이르면 4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고 주장했고, 외환 거래 업체인 모넥스 유럽은 라가르드가 시장의 완화 기대를 강하게 꺾지 않았다며, 조기 금리 인하를 향한 문을 열어두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은행주 웃고 재생에너지주 울고
올해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베팅시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승리 확률이 47%로 41%에 그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에서는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미국 증시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당시인 2017~2020년에 미국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고, 특히 기술주 중심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그 핵심은 법인세 인하로 평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감세 및 일자리 법’을 통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했다.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15%로 낮추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미국 비영리재단인 택스파운데이션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15%로 인하하면 미국 GDP(국내총생산)는 0.5%, 임금은 0.4% 증가하며 정규직 일자리 9만 1000개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미국의 금리 수준이 높아 법인세를 인하하면 재정적자 가능성이 불거질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시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바라봤다.
UBS은행은 트럼프가 백악관을 탈환한다면 그의 두 번째 임기는 2016년과는 출발점이 매우 다를 것이라면서, 미국 경제가 그때보다 경제 사이클에서 더 ‘후반부(late cycle)’에 자리했고, 수익의 기대치와 리스크 프리미엄도 더 높다고 지적했다. UBS는 2016년 트럼프 당선 당시 미국 은행주가 선거일부터 그해 연말까지 25%나 상승했던 것을 짚었다. 현재 금리가 높은데도 트럼프의 여론조사 수치가 계속 상승한다면 미국 은행주가 또 다른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 또 재생에너지에 호의적인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미국 내 재생에너지 관련주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고, 대안으로 유럽 재생에너지 관련주인 방산주나 기타 관련주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지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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