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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라젬, 방문점검 중단하고 330명 헬스큐레이터 직군 '폭파'

자가 관리 서비스 문자로 통보 "답장 없으면 적용"…세라젬 "타 직군 전환 옵션 제공"

2024.01.29(Mon) 12:07:44

[비즈한국] 헬스케어 가전기업 세라젬이 신규 고객 대상 방문점검 서비스를 중단하고 해당 직군에 대해 조직 개편을 단행한 가운데, 300여 명 규모의 ‘헬스큐레이터(HC)’ 직군 전원이 계약 종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대일 맞춤형 정기 방문 서비스 ‘세라케어’는 지난해 12월 1일 ‘고객 자가 관리 서비스’로 전환됐는데, 서비스 의무가 남아 있는 일부 렌털 고객에 한시적으로 제공하다가 3년 내 완전 종료될 예정이다.

세라젬은 고객 수요를 고려해 방문 서비스를 축소하고 대신 멤버십 서비스 도입 등 헬스케어 혜택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공식 홈페이지에 별도 공지가 없는 데다, 서비스 전환 안내 문자를 받은 뒤 따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가점검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된 탓에 일방적인 서비스 축소에 대한 고객 불만도 제기된다.​

 

서울 시내의 한 세라젬 웰카페. 사진=연합뉴스​


#방문 관리 서비스 중단, 헬스큐레이터 조직 사라져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세라젬은 지난해 12월 말까지 방문판매점검을 담당하는 HC 직군 조직을 해체하고 일부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영업담당 직원들에 업무를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라젬의 유통·서비스 부문 자회사 세라젬C&S은 같은 달 6일부터 22일까지 HC 직군에 대해 합의퇴직서격인 ‘계약 합의해지 확인서’를 받았다. 앞서 지난해 11월 ‘위로금 지급’ 조건을 걸었던 1차 제출기한 이후 두 번째 조치였다. 직군 전환을 희망할 경우 백화점·마트와 같은 유통점이나 세라젬 웰카페 직영점으로 배치되기도 했지만, 근무 조건이 악화되자 몇 주 만에 추가 퇴사 결정이 줄 이은 것으로 파악됐다. 계약은 지난해 12월 31일 최종 해지됐다. 사측에 따르면 HC 직군이었던 6명의 인력은 영업판매를 하는 개인사업자 ‘HC 프로’로 새 계약을 맺고 업무 중이다. 이로써 HC 직군에 대한 구조조정이 예고된 지 한 달여 만에 300여 명에 달하는 세라젬 방문판매점검원들이 계약을 종료하고 회사를 떠났다.

 

업계 등에 따르면 자가점검 전환을 거부하고 기존 서비스를 계속 받길 원하는 일부 고객의 경우 영업 담당 직원들이 방문점검 서비스에 나선다. 세라젬은 지난해 2월부터 구매·렌털 고객에게 “HC의 댁 내 방문 시 느끼셨을 고객님의 불편함을 덜고자 세라케어 자가 관리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안내 문자를 보내며 서비스 축소를 예고한 바 있다.

 

세라젬 고객들이 받은 서비스 전환 안내 문자. 사진=독자 제공


침상형 안마기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세라젬은 고객 만족도를 관리하고 제품을 장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척추 의료가전 구매 시 최대 3년간 제품 점검, 고객 건강관리 등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2020년 2월 업계 최초로 도입된 일명 세라케어 프로그램이다. HC는 서비스 이용에 동의한 고객의 집을 3개월 주기로 찾아가 △가죽 청소 및 UV 자외선 살균 △겉천 교체 △제품 점검 및 사용 가이드 △건강 관리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12회 방문 기준 36만 원 상당의 서비스다. 세라젬은 도입 이후에도 “양질의 서비스를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홍보해왔다. 

 

#계약 해지·서비스 종료 모두 ‘통보’?

 

2022년 10월 무상 제공 기간을 단축하는 조치가 시행된 이후 3년간 13회 걸쳐 제공하던 서비스가 1년간 2회로 축소되는 등 세라케어는 점점 축소됐다. 세라젬은 비즈한국에 방문서비스 중단 및 HC 직군 계약 해지 조치는 서비스의 중요도와 소비자 수요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필터를 갈아야 하는 정수기 관리와 달리 주기적으로 소모품을 교체해야 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필수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사측은 코로나19 등으로 자택 방문을 선호하지 않는 이용자가 늘었고, 자체 조사에서 소비자 만족도가 높지 않았던 점도 반영했다고 밝혔다.

HC 직군에 일괄 적용된 계약 종료에 관해선 직무 전환 등 선택권을 주고 상호 합의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세라젬 관계자는 “자가 관리 서비스로 완전 전환하는 건 아니다. 신규 계약부터 적용된 변화로 기존 계약 내용에 따라 방문 서비스를 계속 받는 고객도 있다”며 “계약 해지 외에도 업무 지속, 직무 전환 등의 옵션이 있었고 지원책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세라젬이 신규 고객 대상 방문점검 서비스를 중단한 가운데 해당 직군 전원이 회사를 떠났다. 사진=유튜브 ‘세라젬 오피셜’ 캡처

 

하지만 기존 서비스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된 고객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방문 점검 중단 안내가 통보와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다. 세라젬은 고객에게 보낸 문자에서 방문 관리 서비스 신청 링크를 첨부하며 “신청하지 않을 경우 전환일자에 자가 관리 서비스로 자동 전환된다”고 안내했다. 세라젬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서비스 축소나 중단 관련 공지는 확인할 수 없다. 현재까지 퇴사한 점검원 개인 연락처로 고객 민원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케어 서비스를 해준다더니 작년 3월 이후 자가 서비스로 전환한다고 문자만 보내고 직원 방문이 끊겼다. 다른 렌털기기는 케어 서비스를 잘 받고 있는데 세라젬은 약관을 잘 확인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후기가 이어졌다.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은 HC 직원들은 ‘일방적 구조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잔여 계약기간 동안 해당 업무를 계속 하겠다고 밝힌 직원들에게는 기존보다 적은 계정(기기 점검 수요) 수가 배정됐다. 방문판매점검원들은 특수고용직으로 기본급 없이 한 달에 처리하는 계정 수에 따라 급여가 결정된다. 12월 말일 자로 계약 종료된 세라젬 방문판매점검원 A 씨는 비즈한국에 “계정 수가 직원 당 60개로 크게 줄었다. 한 집 방문 시 실적에 따라 1만 5000~1만 8000원이 적용되는데 고객이 방문을 ‘보류’하는 경우도 있어 실제 수익은 80만 원 미만”이라며 “방문서비스에 필요한 겉천, 케어키트 등이 늦게 지급돼 바로 업무를 개시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세라젬이 고객 혜택 확대를 위해 도입했다고 한 멤버십 서비스. 사진=세라젬 제공


상승세를 이어가던 세라젬은 최근 소비 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3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떨어졌고 매출도 27% 감소한 4185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비(非)안마의자 제품 라인업을 선보이며 영역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세라젬 측은 방문 점검 서비스 축소를 본격화한 시점부터 응급 건강 상담, 상급 병원 우대 예약 등을 포함한 멤버십 서비스를 도입,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것인데 제품 관리·점검 등 기본 서비스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내수시장 위축 등으로 수익성 위주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더라도 고객관리 등을 놓쳐선 안 된다”며 “고객 불편이나 손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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