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세계건설이 유동성 확보에 성공했다. KDB산업은행(1400억 원)과 신세계아이앤씨(600억 원)가 나서 신세계건설이 발행하는 2000억 원 사모사채를 각각 매입한 덕분이다. 이로써 당장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상환은 가능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롯데건설처럼 계열사가 나서 ‘급한 불 끄기’에 나선 셈이다.
#산업은행과 신세계아이앤씨가 2000억 원 조달
신세계건설이 사모사채로 조달하는 2000억 원은 올해 중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상환에 투입된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신세계건설 총차입금은 3785억 원이다. 이는 1년 전(1125억 원)에 비해 3배 넘게 급증한 셈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총 1100억 원 만기가 돌아오는데 그 사이 신세계건설의 재무 구조는 나빠졌다.
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누적 기준 신세계건설 매출과 영업 손실은 각각 1조 1601억 원, 903억 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022년 265.0%에서 지난해 3·4분기 기준 470%로 급증했는데, 이는 고위험 기준(300%)을 넘은 것이다. 이 같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신세계건설은 신세계영량호리조트와 합병도 진행할 계획이다.
신세계건설의 위기는 분양 시장 한파 탓이다. 신세계건설은 공급과잉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에서 60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분양률은 20%대 초반에 그친다.
#도와줄 계열사 없는 곳은 어떻게?
금융당국은 ‘신세계건설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세계 기업집단 내 52개 기업(상장 7개, 비상장 45개) 중 자금력을 갖춘 곳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롯데건설 역시 비슷한 흐름이었다. 지난 2022년 12월 롯데건설 역시 롯데물산과 롯데케미칼로부터 각각 1100억 원, 5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20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증자(유상증자)도 실시했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여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에 산업은행이 나선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이다. 금융당국은 “당장 크게 문제될 곳은 없다”며 시장을 진정시키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신세계나 롯데처럼 모그룹 계열사를 동원하기 힘든 ‘나홀로 건설사’들은 위험한 구조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롯데건설이나 신세계건설의 경우 자금이 충분하거나 자금을 동원할 능력이 있는 계열사들이 있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문제는 건설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그룹들이나 ‘나홀로 건설사’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태영건설도 건설을 제외하면 SBS 정도밖에 없었던 탓에 자금력 동원에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참에 PF 구조 손봐야”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이번 기회에 부동산 PF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현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는 “분양 가격이 폭락하면 줄줄이 폭망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돈을 끌어다가 사업을 하다 보니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이어 “PF를 갑자기 줄이게 되면 금융시장에 큰 문제가 올 수 있다”며 “충격이 덜하도록 연착륙시키는 게 과제”라고 진단했다.
구조적인 개선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선진국처럼 먼저 땅은 자기자본으로 산 뒤에 금융을 일으키는 등 사업 초기 발생하는 브릿지론과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기 전 일으키는 본PF로 나뉘어 운영되는 PF구조를 손봐야 한다고 얘기했다.
최 부총리는 “선진국에서 PF는 기본적으로 땅은 자기자본으로 사고 건물을 짓거나 사업을 할 때 금융을 일으키지만, 우리나라는 대출을 일으켜 땅부터 산다”며 “그러다 보니 분양가격이 폭락하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인데 현행 구조로는 위기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선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PF는 올해 상반기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뇌관”이라며 “오랜 기간 부동산 개발 시장의 ‘룰’처럼 받아들였지만 PF 구조가 가진 문제점의 심각성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어 이를 손보려는 시도도 함께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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