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하이브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상표와 퍼블리시티권 이용 단속에 나선 가운데 법 위반을 지적받은 삼척시와 육군 계약 업체가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히트곡 ‘버터(Butter)’ 재킷 촬영지인 삼척 맹방해변의 조형물과 포토존이 철거됐고, 군 훈련병 위문편지 서비스 앱 ‘더캠프’는 멤버 개별 커뮤니티를 닫고 서비스 개선을 약속했다.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최근 연예계가 소속 아티스트의 권익 침해 사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어 앞으로 유사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척시·온라인 위문편지 서비스서 관련 내용 삭제
삼척시에 따르면 시는 하이브 요청으로 맹방해변 BTS 포토존에 있는 조형물과 일광용 의자, 파라솔 등을 최근 모두 철거했다. 삼척시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질의응답이나 홍보글도 대부분 현재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앞서 지난해 11월 하이브로부터 저작물을 허락 없이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 증명을 받은 데 따라 조치한 것이다. 하이브는 “장소 안내 표지판·해수욕장 위에 설치된 조형물에 표시된 앨범의 콘셉트 이미지는 소속사 저작물로, 무단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123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알렸다.
문제의 조형물이 설치된 건 2년 6개월 전 삼척시가 BTS 앨범 촬영 현장을 재현하는 사업을 시행하면서다. 삼척시는 2021년 8월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뮤직비디오) 영상 속 비치발리볼 네트와 심판의자, 파라솔과 썬 베드 등을 설치해 지속적으로 방문을 문의하는 팬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하겠다”고 사업 취지를 밝혔다. 대형 BTS 조형물을 추가로 설치하고 방문기념 이벤트, BTS 추천 코스대로 스탬프 투어를 고안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후 실제로 BTS 상징 서체를 적용한 로고 조형물이 마련됐고 예산 5000만 원을 투입해 해풍 등에 강한 소재로 파라솔 9개와 썬 베드 11개를 제작·설치하기도 했다.
삼척시는 하이브와 협의를 시도했지만 최종 불발됨에 따라 올 1월 15일 철거 작업에 돌입했다. 하이브는 촬영지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 수준을 넘어 사측에 귀속된 창작물이 무단으로 활용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브 관계자는 “정부 부처, 지자체, 기관 등에서 당사 소속 아티스트의 초상과 성명 등을 사용해 추진하는 거리 조성, 조형물과 벽화 제작은 허가하지 않는다”며 “사진·벽화·조형물 등을 설치하는 건 아티스트 IP를 침해하는 행태”라고 설명했다.
복무 중인 군인에게 보내는 온라인 위문편지 서비스에도 하이브의 대응 조치가 이어졌다. 더캠프는 지난해 육군 ‘인편’이 폐지된 후 장병 가족이나 연인 등이 인터넷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국군 소통 플랫폼’인데 온라인 군마트(PX) ‘더캠프몰’도 함께 운영 중이다. 더캠프 앱과 커뮤니티 이용자가 늘면서 군인 필수품 위주였던 상품 카테고리는 점차 확대 추세다. 인기 연예인들의 팬덤이 대거 유입되자 굿즈 성격을 가진 곰돌이 인형(‘밀리랑 인형’)까지 호응을 얻었고, 원하는 이름으로 주문할 수 있는 자수 명찰도 K팝 팬덤 사이에서 인기를 끈다.
지난해 12월 하이브는 더캠프 운영사 인에이블다온소프트에 철퇴를 가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지난달 더캠프 운영사 측에 BTS와 소속사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초상과 성명 등을 사용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사실에 대해 내용 증명을 보냈다”고 밝혔다. 현재 BTS 멤버 전원이 군 복무 중이다.
더캠프는 입대한 장병의 자대배치, 병영생활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가족과 지인들이 소통하는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BTS 커뮤니티의 경우 ‘공식’이라는 뜻의 ‘Official’이 함께 표기된 점이 문제가 됐다. 업체는 유명 연예인이 입대할 때 일시적으로 트래픽이 쏠리면서 일반 군장병 가족들의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개별 커뮤니티를 구축했다고 해명했다. 더캠프 측은 “일부 유명 아티스트들이 입대할 경우에 한해 팬들이 자체 운영할 수 있는 ‘캠프’ 내에 별도 공간을 만들어 제공했다”고 전했다.
하이브의 전신이자 BTS 소속 레이블인 빅히트 소속 아티스트 이름으로 설정된 커뮤니티는 2월 9일까지 강제 폐쇄가 결정됐다. 이 커뮤니티에는 19일 현재 ‘빅히트뮤직의 공식계정 아닙니다’는 문구가 추가돼 있다. 앞으로 자수 명찰 품목에서도 빅히트 아티스트는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영향력 커지면서 권리 침해에도 더 민감하게 대응
더캠프 측에는 사기업이 자사 플랫폼에서 아티스트의 브랜드와 이름 등 지적재산권(IP)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강경한 조치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더캠프는 2018년부터 군과 업무 협약을 맺고 커뮤니티 등을 운영했다. 삼척시 맹방해변의 경우에는 퍼블리시티권 침해 요소와 함께 관리 미흡이 우려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드라마 촬영지 등이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아 흉물로 전락한 사례가 상당수인 만큼 아티스트나 소속사에 불똥이 튈 수도 있어서다.
하이브 관계자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지, 관리의 어려움, 훼손 시 아티스트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 등의 사유로 불허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며 “회사와 아티스트가 막대한 자본과 노력을 들인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한 행위 등에 대해서는 소속사 차원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앞으로 지자체가 유명 연예인, 드라마·영화와의 관련성을 지역 홍보에 활용하기가 까다로워질 것으로 본다. 소속사들이 고유 IP를 활용한 사업군 확대에 집중하는 만큼 외부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하이브의 경우 팬 카페 기능과 인형과 응원봉 등 2차 굿즈 상품 판매까지 포괄하는 플랫폼 ‘위버스’를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팝 포함 국내 콘텐츠가 영향력을 키우는 만큼 관련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많은 회사가 전반적으로 모니터링을 확대했고, 실제로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는 사안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엔 지자체와 정부기관의 사업이라면 업계가 양해해주는 경향이 강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큰 파급력을 갖는 경우가 늘면서 스타와 관련된 모든 것이 지적재산권으로 여겨진다. 향후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원이라는 인식 속에서 민감하게 대응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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