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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7번째 '애플스토어 홍대' 오픈에 부쳐

아시아 100번 째 매장 상징성 찍고 다른 도시 확장될까…유연한 고객 대응 및 공감대 형성 기대

2024.01.19(Fri) 14:20:05

[비즈한국] 1월 20일 애플스토어 홍대가 문을 엽니다. 이걸로 국내에 7번째 애플스토어가 들어섭니다. 아시아에서는 100번째라는 상징성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애플스토어가 조금 늦게 들어온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최근 그 확산 속도는 상당히 빠릅니다.

 

2018년 가로수길을 시작으로 여의도, 잠실, 명동, 강남이 문을 열었고 지난달 하남에 이어서 홍대가 생기면서 서울은 이제 애플스토어에 대한 접근성이 가장 좋은 도시 중 하나가 됐습니다. 도쿄에는 애플스토어가 5개 있고, 상해에는 7개, 파리에 2개, 런던에 3개가 있습니다. 서울에만 6개가 있고, 하남도 사실상 서울에 연결된 상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오프라인으로 애플 제품을 구매할 계획이라면 어렵지 않게 애플스토어를 찾을 수 있습니다.

 

‘홍대’라는 글자를 사과 모양으로 멋들어지게 디자인했다. 사진=최호섭 제공

 

그래서인지 새 애플스토어 오픈 소식이 예전처럼 그렇게 흥분되는 소식은 아닙니다. 그럼 재미가 없어졌나 하면 또 그런 것도 아닙니다. 생각해 보면 자연스러운 접근이고 제품을 소비하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애플스토어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애플 제품을 접하고 구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그걸 국내의 애플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보면 됩니다. 애플 제품을 애플 판매점에서 사는 아주 당연한 일인 것이지요.

 

#우리는 왜 애플스토어를 찾나

 

제품을 설명하다 보면 종종 말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가령 성능이나 화면 크기 같은 부분들은 수치로 어느 정도 느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이나 색깔도 사진이나 동영상, 또 이야기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뿐 아니라 최근의 제품들은 전하지 못하는 부분이 더 많은 듯합니다.

 

20일 오픈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 프리뷰 현장. 사진=최호섭 제공

 

당장 이번 아이폰 15 프로에 들어간 티타늄 소재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수치상으로 20g 정도 가벼워졌고, 소재는 이전 스테인리스 스틸과 조금 다른 매끈함과 단단함이 느껴진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이걸 만져보는 것과는 천지차이입니다. 20g은 오히려 수치로는 잘 와닿지 않지만 직접 만져보면 손으로 깨닫는 부분이 있습니다.

 

애플스토어에 전시되는 맥북의 화면 각도는 그리 친절하지 않습니다. 거의 수직에 가깝게 세워두지요. 적절한 화면 각도는 제품을 써보고 싶은 사람들이 직접 알맞게 조절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맥북을 궁금해하는 소비자는 제품을 접하자마자 화면 각도를 조절하면서 소재를 만지게 되고, 적절한 힘으로 힌지가 꺾이는 느낌을 접한 뒤에 비로소 컴퓨터로서의 맥북을 접하게 됩니다. 일종의 스킨십이 이뤄지는 것이지요.

 

애플스토어에서 맥북은 테이블의 높이를 생각하면 화면을 제대로 보기 힘든 각도로 세워져 있다. 물론 스스로 만져보며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사진=최호섭 제공

 

애플스토어에 전시된 아이폰들도 비슷합니다. 2018년 첫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이 생길 때 즈음부터 애플은 아이폰에서 도난방지 장치를 떼어버렸습니다. 제품을 만져보는데 뭔가 주렁주렁 선이 잡는다고 하면 그게 별 것 아니라고 해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시된 아이폰은 내부에서만 작동하도록 되어 있고, 위치 추적을 비롯해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로 안전장치를 걸어 두었습니다. 그 덕분에 제품을 아무 제약 없이 만져볼 수 있습니다.

 

제품에 대해서 지니어스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물론이고, 초기 세팅 등에 대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매일 열리는 투데이 앳 애플(Today at Apple) 세션을 통해서 기기를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꼭 제품을 구입하지 않아도 제품을 만져보는 데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한국적 문화와 결합

 

우리나라는 낯선 사람들과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일에 어색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대화가 자유로운 국가들의 애플스토어에서는 제품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애플스토어가 들어오기 전에 일본 도쿄의 애플스토어를 찾은 적이 있었는데,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 지니어스가 사람들과 어울려서 제품을 두고 신나게 이야기하던 것이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노인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제품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나이가 들면 저렇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소비자들이 지니어스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나 제품 구입을 축하하는 셀러브레이션을 어색해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 조금은 자연스럽게,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애플스토어가 소비 시장에 그렇게 유연한 문화를 조금씩 뿌리내리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오는 서비스에 대한 마찰이 조금은 더 유연하게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애플의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비슷한 기준이 세워져 있고, 그에 따라서 움직입니다. 그런데 그게 유쾌한 스토어의 분위기와 달리 조금은 경직되어 있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제품을 테스트하고, 고장을 판단하는 과정만 해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데 사실 그 기다림이 꽤 초조합니다. 마치 검사를 마치고 진단 결과를 기다리는 병원 대기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의외의 진단 결과를 받아 들기도 합니다. 정상 범위 안에 있다거나, 정책상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들인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서비스 센터에서는 ‘목소리가 크면 고쳐주고, 조용히 받아들이면 수리비를 내야 한다’는 묘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사실 소비자로서는 다툼을 통해서 뭔가를 얻어내는 것보다 납득할 수 있는 정확한 절차를 통해서 적절한 대가를 치르고 수리가 이뤄지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그 정책이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고, 소비자와 애플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너무 예민한 소비자들도 있습니다. 제품에 대해서 귀담아들어 주던 지니어스들이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너무나도 건조하게 전달하다 보니 종종 그 충격이 더 크게 와닿기도 하는 듯합니다. 서비스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감정적인 부분도 공감해 주면 마찰이 줄어들겠지요. 서비스도 조금 더 유연하고 편안해지면 좋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건축물로서의 애플스토어, 그리고 환경

 

한편으로는 예전의 독특한 디자인의 애플스토어가 줄어드는 게 아쉽기는 합니다. 나선 계단으로 내려가는 뉴욕 5번가의 애플스토어, 강변에 녹아들어가 있는 투명한 시카고 애플스토어, 주변 환경과 경계를 무너뜨린 샌프란시스코 애플스토어, 그리고 영국 그 자체를 품고 있는 런던 코벤트가든 애플스토어 등 하나하나 보는 재미가 있었지요.

 

최근의 애플스토어 디자인은 거의 비슷하게 꾸려집니다. 물론 여전히 지역 특색을 살리는 데에 큰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애플스토어 홍대의 한글을 이용한 타이포그래피는 지역의 상징성을 잘 보여주지요. 하지만 내부는 그렇게 낯설지 않습니다. 어느 매장을 찾아도 다른 듯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어서 쉽게 원하는 제품을 찾고,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애플스토어의 구조도 애플 운영체제의 UI처럼 비슷하게 꾸미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애플이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면서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애플스토어는 대부분 채광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통유리 외관은 돈이 많이 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조명을 최소화하고, 난방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일부 애플스토어는 낮에는 거의 조명을 하지 않고 통유리 문을 활짝 열어서 냉방을 대신합니다. 태양광 에너지로 낮에 모아둔 전기를 저녁에 쓰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탄소 발생률을 0으로 맞추려는 노력이지요.

 

애플 스토어 홍대점 역시 통유리를 사용해 햇빛이 매장 내부를 환히 비춘다. 이는 전 세계 어느 애플스토어를 가도 마찬가지다. 사진=최호섭 제공

 

최근에는 소재도 친환경으로 바꾸어가고 있습니다. 하남과 홍대는 바닥과 벽의 소재를 친환경 소재로 적용했고, 모두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참, 애플스토어의 바닥은 빛을 난반사하도록 만들어서 낮의 태양빛이나 저녁의 조명을 자연스럽게 흩뿌려서 적은 에너지로 내부를 화사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도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부분이지요.

 

정작 홍대 이야기는 별로 없다고요? 네, 앞의 이야기처럼 홍대 애플스토어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요소가 있지는 않습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고, 익숙하게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탠퍼드 쇼핑몰 안에 있는 애플스토어의 분위기를 많이 닮아 있기도 합니다. 낮에는 계속해서 따뜻한 햇볕이 어디에도 가리지 않고 들어오고, 입구에서 안쪽까지 쭉 직선 구조를 따라 들어오면서 제품들을 마주할 수 있는 구조도 비슷해 보입니다.

 

누가 봐도 홍대 상권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고, 전 세계의 젊은 세대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랜드마크를 환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에 반갑기도 합니다. 한 기업의 리테일 매장이 이런 상징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다시 생각해 봐도 대단하긴 합니다.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돌아보게 하죠.

 

애플스토어 홍대에 대한 기대는 서울 그 자체보다 이제 다른 도시로의 확장에도 있습니다. 이제 서울은 어느 지역에서도 애플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에 대한 집중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다른 도시에서도 애플 제품을 더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겠지요. 물론 현재의 프리미엄 리셀러들이 큰 노력을 하고 있지만 큰 도시에는 거점에서 애플스토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더해지면 좋겠습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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