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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횡포, 더는 못 참겠다" 게임이용자협회 출범

이용자 권익 보호 요구 커지는데 분쟁 조정은 한계…집단 소송 및 시위 늘어날까 업계 촉각

2024.01.19(Fri) 10:01:23

[비즈한국] 오는 3월 22일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넥슨코리아에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1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강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엔 이용자가 직접 협회를 꾸렸다. 협회를 통한 집단 소송, 단체 시위, 정책 제안 등이 예고된 가운데 게임 업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월 13일 게임이용자협회 창립총회에서 이철우 회장 등 임원진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에서 ‘게임이용자협회’가 창립총회를 열고 정식 출범했다. 게임이용자협회는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모여 설립한 단체로, 게임사와 이용자 간의 분쟁에서 앞장섰던 경험을 가진 이용자 약 15명이 준비위원회로 나섰다. 협회 초대 회장도 ‘리니지 2M’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 여러 단체 소송에서 게임 이용자를 대리했던 이철우 게임 전문 변호사가 맡았다. 

 

협회는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와 더불어 인식 개선, 게임 문화 발전을 목표로 한다. 게임물 사업자뿐만 아니라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정부 기관,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단체를 향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포부다. 협회는 향후 △이용자 권익 향상을 위한 정책 제안 △소비자 단체 운동 지원 △분쟁 조정 및 중재 등의 활동을 이어간다. 이용자에게 친화적인 게임을 선정해 직접 시상하는 등 업계에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전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법 개정에 이어 실제 처분 사례까지 나오면서, 협회 출범이 게임 이용자 줄소송의 신호탄이 될지 눈길이 쏠린다. 협회는 현재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넥슨이 문제의 아이템과 관련한 공지글을 올린 2021년 3월을 기점으로 소멸시효 3년이 완성되기 전에 손해배상청구를 시도하려는 것. 협회에 따르면 소송 참가 의향을 밝힌 이용자는 3400명 이상으로, 신청서를 작성한 인원은 900명이 넘는다.

 

또한 올해 상반기 중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뒷광고’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결과도 나올 전망이다. 게임 이용자의 구심점 역할을 단체가 생긴 만큼, 법원의 판결에 따라 추가적인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협회는 앞장서서 소송을 이끌거나 논란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변호사는 “이용자 사이에서 시위나 소송 등의 움직임이 일어날 경우 실무적인 지원을 하거나, 게임물 사업자와 이용자를 중재하는 역할을 할 생각”이라며 “회장으로서 임기 중에 협회를 사단법인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공식적인 이용자 단체로서 자리 잡아 정부나 사업자에게 이용자 편에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법 제정이나 논의 등에 이용자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 표준 약관 개정, 게임 산업 종합 진흥 계획 수립 등이 진행 중인데 이용자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라며 “논의 테이블이나 회의, 토론회가 열릴 때마다 이용자 입장을 전할 창구는 없었다. 협회가 공식적으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2023년 12월 21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가 운영하는 ‘원신’ 이용자들이 운영진에 소통을 촉구하며 비행선을 띄웠다. 사진=연합뉴스

 

2022년 8월 29일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이용자들이 카카오게임즈 본사가 있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에 항의 문구 현수막을 붙인 마차를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게임 산업의 규모에 비해 이용자의 목소리를 전할 곳은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기관이 있지만 정부와 업계의 입장을 전하는 데 그친다는 것.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불법 게임물의 유통 방지나 사행심 조장 방지 등 사업자를 규제한다. 게임이용자보호센터는 올바른 게임문화를 조성하고 이용자 권익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민·관이 함께 설립했지만 이름과 달리 역할은 한정적이다. 현재 센터는 웹보드 등 도박성 게임에서 환전 등 불법 행위가 발생하는지 모니터링하고, 이를 사업자나 협업 기관에 전달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그 밖에 게임 중독 상담이나 교육은 게임문화재단에서 맡으며, 게임사와 이용자 간의 분쟁 조정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가 담당한다. 콘텐츠분쟁조정위의 경우 모바일 게임 결제 환불, 청약 철회, 접속 장애 등 폭넓은 분쟁의 조정에 나서지만 실질적인 해결은 어렵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매년 발생하는 콘텐츠 관련 분쟁 중 게임 분야의 민원은 압도적으로 많다. 2022년 기준 분쟁조정위의 분야별 상담 현황을 보면 총 5527건 중 게임 관련 상담이 5014건으로 무려 90.7%의 비중을 차지했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위원회가 9년 동안 처리한 조정사건 중에서도 게임이 85.9%로 비중이 가장 컸다. 

 

특히 게임 분야 분쟁은 B2C, 즉 사업자와 이용자 간의 분쟁이 2022년 기준으로 1만 850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사업자 간의 분쟁(B2B)은 5건, 사용자 분쟁(C2C)은 15건에 그쳤다. 게임 분야의 사건 유형으로는 △사용자 이용 제한 △콘텐츠 및 서비스 하자 △결제 취소·해지 등의 순으로 많았다. 위원회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 불안정한 서버, 기간제 아이템의 사용 불가 등을 향한 이용자의 불만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이 중 조정 전 합의(3968건)를 제외하면 조정 취하(1061건), 조정 거부(1473건), 조정불능(2892건), 조정 불성립(1696건), 유관 기간 이첩(26건) 등 위원회 차원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례가 훨씬 많다는 점이다. 2022년 게임 관련 분쟁이 조정 처리까지 이어진 건 고작 4건에 그쳤고, 그나마 3건은 불성립해 단 1건만이 조정에 성공했다. 분쟁 비중은 게임이 가장 많지만 조정까지 가지도 못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이용자가 게임물 이용에 부당함을 느껴도 소송이나 집단 시위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게임 이용자는 “위원회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는 5%도 안 될 것이다. 실질적인 조정 기능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 기관이라는 점도 한계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 이용자 권익 단체가 실패를 거듭한 만큼 설립 취지에 맞는 운영에 공들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이용자 단체가 잘 운영된다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설립 취지는 좋으나 자칫 정부 규제에 힘을 실어 산업을 얼어붙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과거에 비슷한 단체를 만들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자금 조달이나 의견 차이 등 현실적인 문제로 유지하지 못했다”라며 “정부 지원금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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