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 UD)은 이제 공공시설의 보편적인 기준이 됐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장애·연령·성별·언어 등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라도 시설물과 제품,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2018년 행정안전부가 본격적으로 공공건물에 유니버설디자인 확대를 유도하면서 지자체들도 호응했다. 최근에는 공공청사, 도서관 등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사례도 쉽게 볼 수 있다.
2020년 서울시는 지자체 최초로 ‘유니버설디자인’을 공공건물과 시설에 의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행정전반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서울시는 ‘유니버설디자인 인증제’를 도입해 공공분야에서 민간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개발부터 적용단계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비즈한국 취재 결과 서울시가 도입하겠다던 유니버설디자인 인증제가 아직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3년 전 서울시가 야심차게 내놓은 계획들은 어떻게 됐을까.
#서울시 계획안 점검해 보니
2020년 서울시는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공부문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의무화 △유니버설디자인 전담기구 설치 운영 △성공모델 개발 축적 △전 사회적 확대 및 제도개선 등 4개 분야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국 최초로 공공건물에 대해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을 의무화하고, 민간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구체적으로 적용 예시를 살펴보면 마을공원을 만들 때 하나 이상의 출입구는 계단이나 턱이 없는 평탄한 접근로를 확보하고, 거동이 불편한 이용자를 위해 비장애인용 화장실에도 보조 손잡이를 설치하는 식이다. 기존에는 장애인 등을 위한 환경을 별도로 제공했다면, 유니버설디자인은 누가 이용하더라도 쉽고 편리한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처럼 서울시가 본격적으로 공공청사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하겠다고 한 건 이례적이다. 2017년부터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긴 했지만, 서울시의 모든 공공건축 심의에 이를 적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서울시는 유니버설디자인센터를 운영하고 유니버설디자인 인증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2022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3년부터 완전히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유니버설디자인을 민간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였다.
계획안을 발표한 후 실제로 서울시는 유니버설디자인 여부를 공공건축물 심의 항목에 포함시켰다. 2021년 서울시는 관련 조례에 ‘보도·공원·건축·교통’ 부분을 유니버설디자인 심의대상 사업으로 정했다.
2015년부터 시작한 공공공간 유니버셜디자인 적용사업도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2022년 서울시는 올림픽공원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했다며 보행자 중심의 정보안내체계’를 개발하고, 이를 올림픽공원에 시범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2022년은 올림픽공원을 대상으로, 2023년도에는 수변공간 대상으로 디자인을 개발 중이다. 아직 준공은 안 됐다”고 설명했다.
#‘유니버설디자인 인증제’는 아직도…
그런데 비즈한국 취재 결과 서울시의 ‘유니버설디자인 인증제 도입’은 실행이 안 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유니버설디자인의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다. 당초 서울시는 2022년 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서울시는 관련 법령이 부재한 상황을 짚었다. 앞선 서울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제정되지 않아, 개발 노력은 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상태다. 아직 추진 중인 것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유니버설디자인 종합계획이 나온 이후 서울시는 이를 적용한 시설물을 늘려갔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니버설디자인의 개념이 아직 명확하지 않고 사후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은 권고 수준이고, 건축법에서 정한 게 아니다 보니 한계가 있다. 쉬운 안내판을 붙여놓고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했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 개념이 자리 잡는 단계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했다고 하지만 실제 이용이 불편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BF(Barrier Free) 인증제 등 다른 인증제와의 중복을 피하고, 서울시뿐 아니라 관련 제도가 통합적으로 구축되도록 중앙정부와 협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작 행정안전부는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장애인 관련 BF 인증은 관리하는 곳이 따로 있지만, 유니버설디자인은 담당 부서가 별도로 없다. 디자인의 한 종류다 보니 서비스를 할 때 접목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국가 인증제 도입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국가적 기준과 법적 강제성 모두 부재한 상황이다. 홍서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은 “유니버설디자인은 기본적으로 도시 경관을 아름답게 하자는 의도다. 디자인 관점이 강해 BF 인증 적용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이용 편의성을 위해선 확실한 인증제도가 적용되는 편이 낫다. 다른 법과 BF 인증 등과 같이 단계적으로 접목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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