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북한이 자랑하는 북한판 글로벌 호크 무인기 ‘새별-4형’의 핵심 부품인 착륙장치(Landing Gear)가 중국산 구형 전투기 J-7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같은 추정이 사실이라면 새별-4호는 글로벌 호크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무장과 연료를 실을 수 있는 중량은 약 60%에 불과해 성능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5일, 북한의 조선중앙TV는 ‘위대한 전환, 승리와 변혁의 2023년’이라는 제목의 선전영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공군기지를 시찰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처음 공개된 ‘새별-4형’과 ‘새별-9형’을 가까이서 살펴봤다. 이 영상을 자세히 분석한 결과, 새별-4형의 착륙장치는 중국산 전투기인 J-7과 거의 똑같은 장비를 사용한 것으로 판명됐다.
착륙장치는 일명 ‘랜딩기어’로 불리는데, 항공기가 이륙과 착륙을 할 때 쓰는 바퀴와 항공기 사이의 버팀대(Strut)로 구성된 장비다. 비행할 때 접었다가 이·착륙 시에만 사용한다. 항공기의 하중을 온전히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구조가 매우 튼튼하고 부러지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랜딩기어는 특수한 열처리를 위한 염욕료(Salt Bath Furnace)처리 등을 진행하는 등 개발과 제작이 까다로운 부품이다.
랜딩기어는 크게 비행기 머리 부분인 기수에 장착되는 하나의 전륜(Front Wheel)과 날개 뒤쪽에 장착되는 두 개의 주륜(Main Wheel)에 장착된다. 새별-4형에 장착된 랜딩기어는 전륜과 주륜 모두 중국 구형 전투기 J-7의 부품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성과 모양이 완전히 동일한 전륜과 달리 주륜은 좀 다르다. J-7의 주륜이 날개 안쪽에 배치된 반면, 새별-4형은 날개 바깥으로 배치가 변경됐다. 이것은 새별-4형의 외형에 랜딩기어 모양을 끼워 맞추기 위해 억지로 변경한 것으로 판단된다.
새별-4형은 일명 ‘북한판 글로벌호크’로 불린다. 미국 공군이 운영 중인 가장 큰 무인비행기(UAV)인 RQ-4 글로벌 호크(Global Hawk)와 크기, 모양 등이 거의 같기 때문이다. 다만 엔진의 출처 등 많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비슷한지는 불확실하다. 그래서 이번에 발견된 새별-4형의 랜딩기어에 대한 사실은 많은 기술적 내용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정보다.
첫 번째 정보는 중량이다. 새별-4형이 모방한 미국의 글로벌 호크가 14.6톤의 최대이륙중량(MTOW)을 가진 반면, 중국산 J-7 전투기는 9.1톤의 최대이륙중량을 갖췄다. J-7전투기는 구 소련제 MiG-21 전투기를 중국이 카피 생산한 경량 전투기로, 새별-4형이 J-7의 랜딩기어를 그대로 가졌다면, 새별-4형의 최대 이륙중량 역시 9톤 이내일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새별-4형은 글로벌 호크와 크기, 외형은 동일하지만 60% 수준의 최대이륙중량을 가지고 있어 성능과 능력이 크게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 비행할 수 있는 중량이 60%인 만큼, 항공기가 임무에 필요한 연료와 임무 장비에 사용할 수 있는 중량이 크게 제한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새별-4형의 외형은 글로벌 호크를 따라했지만 높은 고도에서 36시간 이상 비행하는 능력은 모방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정보는 북한의 항공기 개발과 생산 능력이다. 랜딩기어는 항공기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안전과 관련한 중요한 부품이다. 이것을 중국산 전투기 랜딩기어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것은 북한이 독자적인 랜딩기어 부품을 설계할 능력이 없다는 의미다. 그대로 카피했거나, 심지어 생산능력도 없어 기존에 북한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J-7 전투기에서 부품을 그대로 가져오는 동류전환(Cannibalization)으로 새별-4형을 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새별-4형의 생산 능력은 매우 부족하거나 단 한 대만 제작될 수 있다.
다만 새로운 비행기에 장착되는 랜딩기어를 다른 항공기에서 가져오는 것은 북한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나사(NASA)에서 제작하는 기술 시범기인 ‘X-Plane’을 제작할 때 기존 항공기의 랜딩기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지금은 퇴역한 세계 최초의 스텔스기인 F-117이 A-10의 랜딩기어를 그대로 사용한 적이 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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