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마트가 자체 PB브랜드 ‘노브랜드’의 이마트24 입점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본사 측은 아직 노브랜드의 정식 입고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가맹점주 사이에서는 구체적 입고 시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마트24에 노브랜드가 입고되면 한채양 대표 취임 후 첫 번째 3사(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통합 작업이 이뤄지는 셈이다.
#2018년 입고 중단했었는데…가맹점주들 “매출 향상 기대”
이달 초 이마트24의 직영점 10곳에서 노브랜드 제품 판매가 시작됐다. 이마트24는 2018년 편의점에서 전면 철수했던 노브랜드 제품 판매를 재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아직 정식 입점이 결정된 것이 아니다. 현재는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테스트 작업인 만큼 전체 매장의 입고 여부는 아직 알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마트24에 노브랜드 제품이 입고된 건 6년 만이다. 신세계그룹은 2014년 편의점 ‘위드미’를 인수하고 2017년 브랜드명을 ‘이마트24’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이마트 PB 브랜드인 피코크, 노브랜드의 전용존을 도입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에 대한 점주들의 호응도는 꽤 높았다. 2016년 1765개였던 신규 출점 점포 수는 노브랜드 입점 후인 2017년 2652개로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이마트24와 노브랜드 전문점의 근접 출점과 상품 중복이 문제가 됐다. 신세계는 노브랜드 제품만 판매하는 직영점을 확대했는데, 이마트24와 동일 상권에 출점하며 문제가 커진 것이다. 이마트24 가맹점주의 반발은 거셌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를 두고 “뼈아픈 실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이마트24는 2018년 3월부터 노브랜드 상품 수를 축소했고, 연말부터는 노브랜드 상품의 매입을 전면 중단했다.
6년 만에 다시 노브랜드 입고 가능성이 제기되자 가맹점주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노브랜드 입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점주들도 상당수였다. 한 가맹점주는 “‘4월부터 노브랜드 제품이 입고된다’, ‘상반기 중에는 입고될 예정’ 등의 구체적 얘기가 가맹점주 사이에서 돈다. 어쨌든 다시 입고된다니 기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맹점주 역시 “노브랜드 제품이 가맹점에도 입고된다고 들었다. 입고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노브랜드 제품이 편의점에서 빠지면서 아임e(이마트24 자체 PB브랜드)가 생겼는데, 이제 다시 노브랜드가 들어온다고 하니 아임e는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은 노브랜드 입점으로 이마트24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노브랜드 제품이 미끼 상품 역할을 해 매출 확대를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 한 가맹점주는 “지금도 매장에서 노브랜드 제품을 찾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 노브랜드가 입점하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가맹점주들이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3사의 합병설도 다시 힘을 받고 있다. 한채양 대표가 3사 대표를 맡고, 3사의 상품본부장이 황운기 전무 1인 체제로 바뀌며 합병설이 꾸준히 제기됐는데, 노브랜드 입점 테스트까지 진행되자 합병설에 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일부 가맹점주는 “본사 직원들이 3월 주총에서 합병이 결정될 것이란 얘기를 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마트24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합병과 관련된 얘기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3사 통합 대표에 합병설도 솔솔…이마트24 “사실무근”
업계에서는 편의점 업계 ‘만년 꼴찌’인 이마트24가 올해 반등 기회를 모색하며 여러 시도를 하는 가운데 ‘노브랜드’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풀이한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에서는 가맹점 매출 확대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보니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특히나 대표 통합 후 시너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니 노브랜드의 입점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신세계그룹은 한채양 대표를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3사의 총괄대표로 선임했다. 한 대표는 “3사 시너지를 다각도로 창출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업무 통합을 위한 조직인 ‘통합추진사무국’을 신설했다. 이마트24에 노브랜드 입점이 결정되면 한 대표의 첫 번째 오프라인 유통업 시너지 작업이 이뤄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대표가 현재 각 사의 사업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대표로서 현장에서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하니 여러 가지를 검토하는 단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브랜드는 최근 이마트 사업 부문 중 매출 상승을 이끄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이마트의 사업부 중 매출이 확대된 곳은 노브랜드를 포함한 전문점 부분이 유일하다. 전문점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43% 확대됐다. 전문점 부문의 성장세는 노브랜드가 이끌고 있다. 이마트 측은 노브랜드 매출이 전년 대비 9.7% 늘었고, 영업이익은 42억 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노브랜드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이마트24 입점 시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이마트24는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이 5978억 원으로 전년 동기(5636억 원) 대비 6.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2022년 3분기 57억 원을 기록한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에 31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소비 침체의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 편의점 업계 영업이익이 전반적으로 하락했지만, 편의점 4사 중 적자를 낸 곳은 이마트24가 유일하다.
이마트24는 2014년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이후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2021년까지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고, 2022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지난해 3분기 기준 다시 적자 상태로 돌아섰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 손실액은 36억 원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점포를 늘리다 보니 물류 인프라 등을 확대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투자금이 발생했다. 지난해 물류비가 확대되고, 마케팅 비용도 늘어난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이사 교체 후에도) 기존에 하던 사업을 동일하게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업은 점포를 새로 개점할 때마다 계속해서 투자가 이어져야 하다 보니 후발주자로서는 이른 시일에 성과를 보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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