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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사이클 맞은 조선업계 떨게 하는 '이유 있는 위기감'

가중되는 인력난 속에 중국 약진 '위협적'…정부·기업 힘 합쳐 R&D 및 인력 양성해야

2024.01.16(Tue) 17:26:25

[비즈한국] 글로벌 조선업의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이한 가운데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도 이미 3년 치 일감을 확보했고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주도하던 대형 LNG운반선 시장에 후발 주자인 중국 조선사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호황 속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경쟁국에 비해 투자난·인력난 등이 더해져 입지가 흔들리며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한화오션 제공

 

올해 신조선가(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80선을 넘어섰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신조선가 지수는 180.38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기록한 최고치 191.5의 94% 수준에 달한다.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전 세계 선박 건조 가격을 평균 100으로 놓고 지수화한 것으로 숫자가 클수록 선박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향후 최소 3년 치 이상의 수주 잔량을 확보했다. 높은 선가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미 수주를 확보한 조선사들이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선별 수주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 등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선사들은 LNG운반선, 암모니아선, 대형 컨테이너선 등 친환경 선박 발주를 지속하고 있다.

 

선종별로 살펴보면 국내 조선사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신조선가지수는 17만 4000㎥급 기준 265로 지난 2022년 평균 232.3보다 14% 증가했다. 컨테이너선은 1만 5000TEU급 기준 168.50으로 지난 2022년 평균 대비 6.31%,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은 128로 같은 기간 대비 8.75%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수주 풍요 속에도 내우외환의 경고등이 울린다. 안에선 인력난이 지속돼 건조 능력 저하 우려가 나오고 밖에선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 정부는 친환경 선박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선박 재활용 시설을 장려하고, 연안에서 선박 해체를 금지할 방침이다. 또 녹색 금융(환경 개선, 금융산업 발전, 경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금융 형태)과 각종 지원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전 세계 친환경 선박 건조의 50% 이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 조선사가 강점을 가진 친환경 선박과의 경쟁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정부 차원의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새해 벽두부터 감지된다. 카타르 프로젝트 2차 잔여 수주 물량을 놓고 글로벌 조선기업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중국 국영 조선그룹 CSSC 계열 상하이 후둥중화가 카타르에너지로부터 대량의 극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수주하면서 서서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대형 LNG운반선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17만 4000m³급과 비교해 약 50% 더 크다. 그간 한국은 수주의 질적 측면에서 중국을 크게 앞선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핑 차이니즈포스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서 한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였다”며 “중국 조선 산업의 열기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도전이 거센 가운데 우리 정부와 조선사들의 대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투자액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일본은 암모니아추진선, 수소추진선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 추진선의 생산 인프라 구축에만 1조 8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 빅3가 R&D 투자액을 늘린 상황이지만 국가 차원의 통 큰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의 R&D 투자액은 948억 원으로 2022년 동기 대비 21.9% 증가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투자액을 각각 13.9%, 16% 늘렸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한민국은 국가 차원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을 개별 기업에서 부담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력난도 큰 부담이다. 이미 조선업 현장은 외국인 없이 돌아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들은 인력 감소를 외국인과 로봇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구멍 난 ‘생산인구’를 대체하긴 역부족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 종사자 수는 9만 3038명이다. 선업 종사자 수는 역대 최대 수준이던 2014년 20만 340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불과 10년 만에 근로자 숫자가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인력난 타개를 위해 정부와 기업은 외국 인력 도입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다만 실제 외국인 인력을 현장에 투입했으나 비효율성·안전성·임금 등의 문제로 생산 현장에서 이탈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동적 시장구조인 조선업계 특성상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합쳐 R&D 및 인력 양성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발주에 의존하는 구조는 자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능동적 시장 창출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러면 안정적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전문 인력이 외국인 간이 인력으로 대체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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