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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열정은 알겠는데, 재정은?" 5G 28GHz 주파수 경매에 우려 쏟아지는 까닭

사업자 선정 과정서 재무 능력 검증 불가능…"정부 4000억 원대 재정 지원이 낭비 될 수도"

2024.01.16(Tue) 17:03:41

[비즈한국] 5G 28GHz 대역 주파수의 주인은 과연 누가 될까. 주파수 할당을 신청한 3개 법인(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모두 ‘적격’ 판정을 받는 데 성공했다. 저마다 각자의 전략을 펼치며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무경험’ 중소 사업자를 향한 우려도 적잖다.​ 최근 과기부는 3개 업체 모두 주파수 경매 경험이 없는 만큼 별도의 설명회를 여는 등 경매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월 16일 ‘바람직한 이동통신 정책 방향’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심지영 기자


5G 28GHz 대역 주파수 할당 심사를 마친 과기부는 지난 9일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스테이지파이브 주축의 컨소시엄), 마이모바일(미래모바일 주축의 컨소시엄) 3개 법인에 사업자 ‘적격’을 통보했다. 

 

3사가 전부 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오는 25일부터 경매를 진행한다. 경매는 다중라운드 오름 입찰방식(여러 라운드를 거쳐 최고가 낙찰) 50라운드까지 진행하며, 낙찰자가 결정되지 않으면 밀봉 입찰방식(제시한 입찰서 중 최고가 낙찰)으로 결정한다. 경매 최저 경쟁 가격은 전국 단위 주파수 최저가인 742억 원에서 시작한다. 선정된 사업자는 할당일 기준 3년 차까지 전국 단위 6000대의 28GHz 기지국 장비를 구축해야 한다.

 

업체들이 밝힌 자금 조달 전략은 제각각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자금력을 보유한 재무적 투자자인 신한투자증권을 통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연세의료원, KAIST 등 의료·산학계의 사업성을 강조했다. 반면 2016년 자금 조달 문제로 탈락했던 세종모바일은 이번엔 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미래모바일(마이모바일)은 해외 자본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목표다. 전국망 구축을 위해 영국의 통신업체 보다폰을 통해 최대 49%까지 해외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 전기통신사업법상 외국 정부나 외국인은 기간통신사업자 주식의 49%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하지만 3사가 경매를 앞둔 지금도 자금 조달 가능성, 사업성, 회사 규모 등을 향한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16일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실은 ‘바람직한 이동통신 정책 방향’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해 28GHz 신규사업자 선정에 관해 논의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신규 사업자의 자격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변 의원은 “28GHz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출시되지 않아 상용화가 어렵고, 킬러콘텐츠가 없어 사업성이 불투명하며, 산업 생태계 조성도 불확실하다. 파격적인 재정 투입이 혈세 낭비로 그치지 않으려면 사업자의 재정 능력과 설비투자 의지까지 심사해야 한다”라며 “기간통신사업자 진입 규제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사업자의 재정적 능력에 관한 실질적인 심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적격 판정이 갖는 의미를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보통신정책학회장인 이경원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동통신사가 중간요금제를 냈는데 신규 사업자 진입으로 요금 인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라며 “신규 사업자가 사업에 실패하면 사회 경제적인 비용도 많다. 2000년 이동통신 시장이 개편되는 과정에서 5조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라고 문제점을 언급했다.

 

1월 16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이동통신 정책 방향’ 전문가 좌담회에서 마재욱 과기부 통신정책기획과 과장이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심지영 기자


3사의 자금 조달 능력과 외부 투자자를 향한 의문도 제기됐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과거 기간통신사업자들이 불허된 가장 큰 이유가 자금 조달 문제였다. 세종텔레콤이 이번엔 대규모 자금을 무리 없이 마련할지 의문이다. 스테이지엑스나 마이모바일의 재무구조도 탄탄하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특히 재무적 투자자는 투자 수익 회수가 목표다. 수익 회수에 나설 경우 사업 영위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라고 짚었다.

 

모 교수는 중소기업이 성장이 정체된 통신 시장에서 28GHz로 이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내에서 28GHz 대역으로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그는 “미국 버라이즌이 28GHz 사업을 하지만 보조 수단에 그친다. 28GHz 대역으로만 사업을 하기는 어렵다고 단언할 수 있다”​라며 “​정부의 4000억 원대 지원이 낭비가 될 수 있다”​라고 ‘먹튀’ 가능성을 우려했다. 모 교수는 △주파수 할당 이후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자금 조달 계획 실패 시 주파수 조기 회수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정부의 지원책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곽 교수는 “시장에서 기대한 것보다 규모가 작은 사업자가 도전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자금으로 사업을 하는 형국이 될 수 있다. 과도한 정부 지원이 시장 경쟁을 방해할 수 있다”라며 “정부가 세운 주파수 지원 정책의 장기적인 목표가 불투명하다. 28GHz 신규 사업자 지원책과 알뜰폰 사업자 지원책이 충돌할 수 있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28GHz 주파수 할당 사업으로 소비자 후생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석현 서울 YMCA 시민중계실 실장은 “2000년대 정부는 후발 통신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비대칭 규제를 10여 년간 시행했다”라며 “이동통신 시장의 요금경쟁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며 소비자에게 돌아갈 이익을 후발사업자의 재무구조 개선에 지원하는 결과를 낳았다”라고 분석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의 확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시장의 파이를 나눠 경쟁을 촉진하지 말고 사업자의 체력을 키워야 한다”라며 “관점을 바꿔 국내 통신 사업자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면 새로운 비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정상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경매 방식으로 주파수를 할당하면 재정적 심사를 거치지 않는다. 현행 등록제에서는 실질적으로 면제됐다”라며 “이번 할당 적격 심사에서 재정 능력 심사는 없었다. 부실기업이 선정되면 공적자금이 무의미해지고, 가입자가 피해를 본다”라고 역설했다.

 

이 같은 우려에 정부는 고착한 통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마재욱 과기부 통신정책기획과 과장은 “시장이 정체돼 가격 경쟁, 품질경쟁, 투자가 일어나지 않아 시장 구조를 바꿔보자 했다. 시장 경쟁의 촉매가 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허가제로 바뀌고 경매를 하면서 재무 능력을 보는 절차가 생략됐다. 차후 신규사업자가 인정받으면 이동통신 3사와 경쟁할 수 있는 업체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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