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Story↑Up > 엔터

[관계의 기술] "진심이 먹는다" 가수 성시경 '먹을텐데'가 멋있는 이유

탈자본주의적 일상 스케치 콘셉트 주목…멋 부리지 않는 날 것의 매력

2024.01.16(Tue) 10:41:26

[비즈한국]먹는 것에 진심인 필자에게 얼마 전 지인이 “성시경의 먹방 유튜브 ‘먹을텐데’에 나온 000 맛집 가봤어?” 라고 물었다. “그 방송 보는데 성시경이 너무 맛있게 소주랑 순대국을 먹어서, 순대국에 소주 한 잔이 간절하게 생각나더라.” 그 말을 듣고, “난 성시경 크게 관심 안 가서 유튜브 안 챙겨 봤는데, 그 방송이 그렇게 볼만 해?”라고 물으니, 지인 왈, “아니 먹는 것에 진심인 너 같은 사람이 성시경의 ‘먹을텐데’를 안 보는 거야?”라고 되물었다.

 

대체 뭔데 지인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까 싶었다. 궁금해서 찾아본 성시경 유튜브 채널의 현재 구독자 숫자는 176만 명, 실로 놀라운 숫자였다. 코로나로 모든 공연이 취소되었던 시절, 실내 공연 개념으로 촬영하기 시작한 유튜브였다. 그런데 먹는데 진심인 성시경이 요리하는 것을 해당 채널에 올리고, 더 나아가 본인의 찐 맛집을 소개하면서 채널 속의 코너인 ‘먹을텐데’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가수가 아닌 프로 ‘쿡방러’, ‘먹방러’로 성시경의 매력이 재조명됐다.

 

사진=성시경 유튜브 채널 캡처

 

‘성시경의 재발견’이라는 ‘먹을텐데’ 코너의 영상들을 차분히 찾아보니, 맛집 소개하는 리스트가 참으로 걸출하다. 맛집 고수들이 아는 오래된 노포의 국밥부터 힙한 레스토랑의 파스타 메뉴에 이르기까지, 맛집 리스트업의 수준이 상당한데, 소개하는 가게들의 메뉴들을 직접 먹방하며 코멘트 하는 수준 또한 남다르다. 그 자체가 먹는 것에 진심이고 요리도 하는 사람이기에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일목요연하게 표현하지만,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소탈한 성시경만의 표현을 살피는 재미에 무릎을 치게 되어서다.

 

그 흔한 PPL 하나 없이 오로지 ‘내돈내산’만 하는 맛집 소개 코너. 본인이 좋아하는 순대국밥을 먹으면서 “인생의 행복은 포르쉐를 타고, 두바이 여행을 가는 것도 있겠지만, 저는 이 국밥에 함께 마시는 소주 한 잔이 정말 큰 행복인 거 같아요.”라고 말하는 이가 성시경이다. 국밥을 한술 뜨고 환하게 웃으며 “어우야~!”를 외치고, 기막힌 맛의 애정하는 메뉴를 한 입 떠서 먹으며 “피가 콱 막히면서 일찍 죽어도 될 것 같은 맛”이라고 말하는 성시경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은 까칠하고 깐깐해 보였던 발라더 성시경은 온데간데없다. 잰 체 따위하는 까칠남 이미지는 개나 주라는 듯, 자신이 애정하는 음식에 대한 오롯한 마음을 소탈하게 펼치는 남자만 거기에 있다.

 

그런데 여기에 한술 더 뜨는 요소가 있다. ‘먹을텐데’에 나오는 성시경의 모습이 ‘자연인’ 그 자체인 점이다. 헤어, 메이크업 따위는 고사하고, 손질 안 한 삐친 머리 그대로, 일어나자마자 부은 얼굴로 나와 ‘먹방’을 찍는 천연덕스러움까지 장착했다. 심지어 지난해 새롭게 시작한 연예인들에게 성시경의 집밥을 해주는 유튜브 새 코너인 ‘만날텐데’에서는 파자마 바지에 가까운 차림으로 나와서 정우성 같은 스타급 배우들을 호스트로 맞이하는 호탕함(?)까지 갖춘 이가 성시경이다.

 

사진=성시경 유튜브 채널 캡처

 

차림새도 코멘트도, 가지고 있는 모든 생각의 표현들이 솔직하다 못해 날 것 그대로의 성시경 그 자체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성시경이 처음으로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나는 더 성공해야지’ 하는 뉘앙스가 아닌, 그냥 본인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성시경만이 화면 안에 있어서다. 유튜브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연예인들과 셀럽들이 열심히 일상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유튜브 화면 속 현실은 멋지게 보이고 싶은 욕심의 향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사 소탈한 척 하는 이들을 봐도 그것조차도 꾸며진 일상인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그와는 확연히 비교되게 성시경은 탈자본주의적인 일상 스케치 콘셉트로 시종일관 콘텐츠가 놀라울 정도로 쿨하게 유지된다. 멋지게 보이려고 하지 않아서 더 ‘멋’이 느껴지고, 그래서 그가 더 멋진 사람으로 느껴졌달까.

 

“저는 이걸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진심이어서 사람들이 좋아해 주신다고 생각해요. ‘대충 찍어도 다들 좋아하겠지’가 아니라 너무 너무 고민하고 너무 너무 섭외하려고 하고, 너무 너무 신나 하고. 내가 멋있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거 진짜 맛있어요’하니까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것 같아요.” ‘먹을텐데’ 촬영 중 성시경이 해당 코너의 인기 이유에 대해 코멘트한 부분이다.

 

보여지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스타그래머블한 시대에 어차피 멋지고 예쁘고 근사해 보이는 콘텐츠는 차고 넘친다. 그렇기에 되레 ‘멋부림’이 공해다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런데 그에 반해 누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다는 톤으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남의 시선을 인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진심으로 표출해 내는 성시경을 보면서 진짜 빛나는 멋짐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SNS 상에 보여지는 셀럽들의 화려한 삶 보다 한 끗 더 멋진, ‘먹을텐데’ 속 성시경처럼 나도 당신도, 진짜 ‘멋부림’을 아는 사람이 되는 새해가 되면 좋겠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관계의 기술] "뭘 해도 안 된다고 느낄 때…" 배우 장나라의 슬기로운 처방전
· [관계의 기술] "오우~ 어메리칸 스타일" 이소라-신동엽, 어른의 이별법
· [관계의 기술] '싱어게인' 김이나의 심사평이 주는 감동은 어디에서 올까
· [관계의 기술] 평균 나이 59.5세, '골든걸스' 디바들의 아름다운 도전
· [관계의 기술] 인기 절정 '국민메기남' 덱스의 진심 담은 플러팅 화법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