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연말정산을 앞둔 맞벌이 가정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육아를 위해 등하원 도우미, 입주 도우미를 고용하는 맞벌이 가정이 상당수지만, 도우미 비용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도우미 비용이 월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소득공제 혜택은 전혀 받지 못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맞벌이 부부에 가장 필요한 건 육아비용 세제 혜택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신혼부부(혼인 신고를 한 지 5년이 되지 않은 부부) 중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정은 23만 2459쌍(28.5%)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혼부부 10쌍 중 3쌍은 어린 자녀를 키우며 맞벌이를 하는 셈이다. 영유아 자녀를 키우며 일을 하기 위해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는 가정도 상당수다. 출근한 부모를 대신해 자녀를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 데려다 주는 등하원 도우미를 고용하기도 하고, 가정에 상주하는 입주 도우미를 찾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A 씨는 입주 도우미를 고용했다. 회사는 야근이 많고 유치원,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둘이다. 주말부부인 데다 양가 부모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입주 도우미 고용은 불가피했다. A 씨가 한 달에 쓰는 입주 도우미 비용은 3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는 “한국인을 고용하면 400만 원이 넘는다. 외국인을 써 비용을 조금 줄였다”며 “모두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월급의 대부분이 도우미 비용으로 나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B 씨는 유치원 등원 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다. B 씨의 출근 시간에 맞춰 도우미가 집으로 방문해 자녀를 유치원까지 데려다준다. 오전 두 시간 동안 자녀를 돌봐주는 대가로 도우미에게 매월 100만 원을 준다.
이들은 매달 육아 도우미에게 적잖은 돈을 지급하면서도 소득공제는 받지 못한다. B 씨는 “매월 계좌로 입금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공제도 불가하다”고 말했다. A 씨도 “소득의 가장 많은 부분이 도우미 비용으로 쓰인다. 맞벌이 가정은 도우미 비용의 부담이 상당한데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육아 도우미를 이용하는 모든 가정이 소득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공공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료를 카드로 결제할 수 있어 신용카드 소득공제라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공 아이돌보미는 소득 기준 제한이 있고, 매칭까지 대기 시간이 소요되는 등의 이유로 많은 맞벌이 가정이 민간 육아도우미를 고용하는 실정이다.
민간 육아도우미를 고용하는 가정의 가장 큰 불만은 소득공제 혜택의 부재다. 2018년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민간 육아도우미 이용실태 및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육아도우미 이용 가구에서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육아도우미 이용비용 세제 지원’이 꼽혔다. 이 연구를 진행한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도우미 이용 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소득공제 혜택으로 조사됐다”면서 “도우미 이용비용이 상당한데 소득공제를 전혀 받을 수 없어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실현 어려워
맞벌이 가정의 소득공제 혜택 요구가 커짐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등하원 도우미 비용의 소득공제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매년 최대 45만 원 혜택을 받게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2022년 민간 기관 등·하원서비스 비용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등하원 도우미 비용에 대한 소득공제 공약은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해졌다. 김상훈 의원실 관계자는 “2022년에 법소위에 상정됐으나 현재 계류 중이다. 담당 부처에서는 ‘아이돌봄 사업에 등하원 도우미에 대한 재정 지원이 들어가고 있어 (법안 처리가) 어렵다’고 했다. (개정안 통과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간 육아 도우미 비용의 소득공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전문가들은 플랫폼을 통해 도우미를 고용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간 육아도우미 수요가 커지면서 도우미와 이용자를 매칭해주는 플랫폼이 늘고 있는데, 최근에는 매칭뿐 아니라 카드 결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업체들도 등장했다. 플랫폼에서 도우미 비용을 결제하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이러한 업체를 찾는 부모들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플랫폼 이용의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에서 플랫폼 업체의 서비스 질을 보장하는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서비스 질이 어느 정도 보장된 플랫폼 업체들이 등록하고 이런 업체를 이용할 경우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면, 부모들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육아 도우미에게 교육을 하는지,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관리하는지 등을 고려해 서비스 질이 보장된 곳에 별도 인증을 하는 것 같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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