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덮죽, 커피콩빵, 감자빵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식품 조리법을 보유한 ‘원조’와 원조를 따라한 도용자 간 분쟁이 있었다. 원조는 자신들의 조리법에 관한 특허를 원조 도용자가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원조 도용자는 해당 조리법이 누구나 제조할 수 있는 흔한 제조방법에 지나지 않아 특허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양쪽 모두 일부는 맞고 또 일부는 틀리다.
덮죽 사건은 포항의 한 음식점 사장이 자체 개발한 음식 ‘덮죽’이 TV 프로그램 골목식당에 소개되면서 시작됐다. 방송 다음날 제3자가 덮죽 상표를 특허청에 신청했고, 이후 또 다른 자가 서울에 덮죽덮죽 식당을 열면서 원조와 원조 도용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커피콩빵의 경우 강릉에서 커피콩모양의 빵을 개발하고 이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해당 가게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퇴사해 제조·판매한 유사 제품이 커피콩빵보다 더 유명해지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감자빵 사건의 경우 춘천의 카페 ‘감자밭’에서 감자빵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데 파리바게뜨가 이와 유사한 감자빵을 출시하면서 개인과 대기업간의 도용분쟁이 발생했다.
식품 조리법의 경우 아무리 독창적이라 하더라도 기존의 제조방법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식품으로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품질이나 맛, 향 등이 있기 때문이다. 죽이면 죽을 기존에 제조하던 방법, 빵이면 기존에 빵을 만들던 제조방법이 있고, 독창적인 제조방법을 개발했다고 한들 식품의 기존 제조방법을 크게 벗어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조라고 주장하는 자와 원조를 도용했다고 주장되는 자 사이에 기존 제조방법이냐 아니냐를 두고 분쟁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분쟁은 주로 조리법 특허의 침해소송으로 이어진다. 음식 조리법을 특허로 등록받은 원조와 이를 모방하고 따라한 원조 도용자 간의 특허 침해소송이다.
음식을 만드는 제조 방법이나, 음식을 구성하는 재료의 비율 등에서 차별화가 있다면 조리법도 충분히 특허로 보호가 가능하다. 비법 소스, 삼계탕 제조하는 법, 김밥 만드는 법, 김치 제조법, 쿠키 굽는 법, 빵 만드는 법 모두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음식 조리법이 특허로 등록되려면 기존 음식 제조방법과 차별화된 지점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조방법일 수도 있고, 재료의 중량비가 기존과 차이가 나서 맛이 달라진 경우일 수도 있고, 종래 사용되지 않았던 재료의 사용으로 현저한 음식의 효과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음식물 조리법의 경우 상술한 차별화 지점을 찾아 그것을 잘 부각해 특허문서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이후 원조 도용 논란의 분쟁을 승리로 이끄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보다 상세하게는 특허문서의 청구항에 의해 조리법의 특허권리가 정해지게 되는데, 청구항에는 차별화된 포인트는 부각하되, 불필요한 제조공정이나 반드시 넣을 필요가 없는 재료 등은 삭제하고 청구항을 작성하는 것이 좋다.
조리법 특허의 경우 함량비나 수치 한정에 따른 ‘임계적 의의’가 존재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임계적 의의를 통해 등록 받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새로운 조리법에 임계적 의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출원인 즉 특허를 신청한 사람이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함량비로 제조된 음식과 새로운 조리법로 제조된 음식에 대한 맛이나 외관, 냄새 등의 비교된 관능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능검사란 음식의 여러가지 품질을 사람의 감각에 의해 평가하는 것으로서, 음식의 빛깔, 맛, 향기 등을 다수의 판정인들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다만 수치한정에 따른 조리법의 특허의 경우 수치 한정되는 범위는 가능한 넓게 청구항에 기재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A 5g, B 10g, C 35g의 함량으로 제조되는 음식 조리법이라고 하더라도, 청구항에 그대로 기재하면 음식 조리법의 권리가 해당 g으로 한정될 수 있어 매우 좁은 권리범위일 수 있다. 따라서 해당 g을 포함하는 넓은 범위, 예를 들어 A 4~6g, B 8~12g, C 30~40g 등의 수치로 청구하는 것이 좋다. 특허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음식에 관한 새로운 모양이나 형상을 창조했다면, 이에 대한 디자인권을 획득하는 것도 좋다. 다만 음식의 경우 모든 것이 디자인 등록되는 것은 아니다. 라떼아트나 곰탕, 죽과 같이 형상이 유지되지 않는 음식에 대해서는 디자인 등록을 받을 수 없다. 반면, 빵이나 쿠키, 두부, 아이스크림과 같이 모양이 고정돼 판매되는 것이라면 디자인 등록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 경우 특허는 물론 디자인 등록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음식에 새로운 이름을 지어줬다면 상표로 등록 받는 것이 좋다. 음식 이름에 대해 독점권을 획득함으로써 원조로서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이 경우 음식 이름을 제3자가 허락 없이 사용하는 것에 대해 철저히 관리해 음식 이름이 보통명칭화나 관용표장화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여러 사람이 사용하게 돼 보통명칭화나 관용표장화 됐다면 더 이상 해당 이름에 대한 독점권인 상표권을 주장할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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