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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불완전판매 막을 수 있었다? 금감원 '위험측정지표' 작동 안 했다

2016년 손실 가능성 불거지자 개발…금감원 "지표는 매번 변동, 특정 모델 있는 것은 아냐"

2024.01.11(Thu) 18:06:08

[비즈한국] 금융감독원에서 칼을 빼들었다. 지난 8일 금감원은 홍콩 H지수(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ELS(파생결합증권) 주요 판매사의 현장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12월 ​금감원이 ​진행한 조사에서는 일부 판매사가 계약 관련 서류를 보관하지 않았고, 고위험 ELS 판매 확대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은 금감원의 집중 조사를 받게 됐다.

 

홍콩 H지수 ELS는 2016년에도 한 차례 손실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었다. 당시 금감원에서도 ELS 관련 대책을 마련했다. 2018년에는 홍콩 H지수 ELS 쏠림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위험측정지표’를 개발한다고도 밝혔다. 그런데 비즈한국 취재 결과, 금감원에서 ELS 대책으로 내놓은 ‘위험측정지표’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홍콩 H지수 위험성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홍콩 H지수 ELS 상품 가입으로 원금 피해를 보게 된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복구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금감원, 12개 판매사 현장검사 한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금융권의 H지수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 3000억 원으로 은행은 15조 9000억 원(24만 8000계좌), 증권은 3조 4000억 원(15만 5000계좌)이다. 여기에 개인 투자액이 17조 7000억 원으로 91.4%에 달한다. 고령투자자도 문제다. 65세 이상 고령투자자는 8만 6000계좌(21.6%)로 5조 4000억 원(30.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오는 1분기에 만기가 되는 금액만 3조 9000억 원으로 20.4%에 이른다. 업계는 원금의 절반가량 손실될 것으로 예측한다. 홍콩 H지수가 급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은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5개 은행(국민, 신한, 하나, 농협, SC제일)과 7개 증권사(한국투자, 미래에셋, 삼성, 국민, NH, 키움, 신한)의 판매 실태를 조사했다.


금감원은 일부 판매사에서 △ELS 판매한도 관리 미흡 △KPI(고객 수익률 항목 등)상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 판매 드라이브 정책 △계약서류 미보관 등의 문제를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추가 현장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관련 TF도 구성했다.

 


 


금감원은 자기책임원칙을 고려하면서 ‘불안전판매 여부’ 등을 중점으로 본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손실액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증권사와 달리 대면판매 비율이 90%가 넘는 은행권에선 위기감이 감돈다.

 

A 금융사 관계자는 “사실 이번 논란이 증권사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은행과 증권사의 영업방식에 차이가 있고, 판매 잔고도 은행이 많다. 증권은 87%가 비대면으로 가입했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낮다. 은행에선 직접 대면해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이라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그래서 증권사는 이 문제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판매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건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장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내용을 언급하기는 곤란하다. 다만 지난해 8월부터 자체 TF를 꾸려 직원들의 고객 응대나 안내 활동 등을 점검해왔다”고 밝혔다.

 

#2016년에도 위험성 우려, 왜 이제야 나섰나

 

문제는 금감원에서 5년 전 이미 ELS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홍콩 H지수 ELS는 2016년 한 차례 위험성 논란이 있었다. 당시에도 H지수가 급락하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진 거다. 금감원도 점검에 나섰다.

 

2018년 7월 금감원은 ‘최근 ELS 발행 판매 동향 및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금감원은 “최근 ELS 발행이 2017년 말 이후 급증하는 추세에 있어 특정 지수 쏠림 현상과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시장 우려가 상존한다”​며 “특히 미·중 통상마찰 등으로 인한 H지수 하락 가능성과 함께 판매경쟁으로 인한 불완전판매 가능성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고 밝혔다. 투자자가 ELS를 원리금보장삼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불안전판매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금감원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ELS 발행규모(발행액·발행잔액)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쏠림 현상 예방을 위한 위험측정지표를 개발해 조기경보 등에 활용 △발행사(증권)·판매사(증권·은행)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업계 자율적으로 쏠림 현상의 효과적인 분산을 유도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이미 5년 전에 ELS의 불완전판매 가능성과 고위험인 H지수 쏠림현상을 정확히 인지하고,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했는지를 점검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비즈한국 취재 결과, 금감원에서 ELS 대책으로 내놓은 ‘위험측정지표’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금감원은 5개 등급 등 계량지표로 위험등급을 나누고 이에 따라 조기경보 기능을 수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위험측정지표는 활용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홍콩 H지수 위험성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감독국 관계자는 “당시 발표에서는 개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실 상시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매번 지표가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측정지표가 별도로 있는 게 아니라 모니터링을 하는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지표들이 계속 달라지는 것이다. 당시에는 H지수 쏠림 현상을 중점적으로 본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5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모니터링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위험측정지표는 아니지만 이번에도 사전에 위험성을 인지하고 현장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정부가 여론의식…자기책임원칙 훼손” 불만

 

은행권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에서 여론을 의식해 과도하게 대응한다는 지적이다. 자기책임원칙이 훼손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감원도 이번 점검에서 은행권을 겨냥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권은 2019년 DLF 등 사모펀드 사태 이후 투자자 보호 등 ‘고객이익 보호’ 중심의 영업을 전제로 ELS의 신탁 판매 허용을 요청했다”며 “고객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영업 행태로 인해 위법사항 등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금감원도 은행의 ELS 발행 자체는 문제삼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ELS 전반을 점검하지는 않는다. H지수 ELS만 해당이다. 우선 H지수 관련 논란이 크게 불거졌고, 급한 것부터 해결하자는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B 은행 관계자는 “ELS는 10년도 넘게 판매해온 베스트셀러다. 최근에 불완전판매가 쟁점이 됐지만, 이익이 났을 때는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면 그 부분은 책임을 져야겠지만, 단순히 판매한 상품에 손실이 났다고 해서 총선을 앞두고 자기투자 책임원칙을 무너뜨리면서까지 과도하게 정부가 대응하는 건 우려스럽다. H지수 ELS가 문제라면 ELS 자체가 문제인 것 아닌가. 지금 상황에서 원금 보전, 보상을 논의하는 것도 배임이다. 처음부터 불완전판매였다고 한다면 이전에 수익이 났던 것도 불완전판매로 인한 수익”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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