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주가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싸고 최근 대표 교체설이 제기됐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쇄신을 위해 경영진을 교체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시세조종 혐의 상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는 꾸준히 ‘정당한 장내 매수’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하이브 인수를 저지하려는 의도적인 시세조종’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카카오가 받는 혐의는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약 2400억 원을 투입해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였던 12만 원 이상으로 주가를 높여 고정한 점, 그 과정에서 지분 5% 이상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점이다.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고, 11월에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등이 검찰에 송치됐다.
카카오는 배 대표 구속 이후 양벌규정(위법 행위자와 더불어 법인도 처벌하는 규정)에 따라 불구속 기소됐다. 배 대표 등은 시세조종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 9일 서울남부지법 제13형사부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배 대표와 카카오 변호인단은 불법성 없는 매매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변호인은 “이른바 ‘작전세력’과는 다르다.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통정·허수 매매 같은 불법 행위가 아니었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일어난 기업의 정상적인 장내 매수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영권 방어라는 합당한 목적 △적법한 장내 매수 △하이브·소액주주 등이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당시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매집이 시세조종이 아닌 정당한 매매라고 말했다.
배 대표·카카오 등은 이익을 취하지 않았으며, 설령 목적이 있었더라도 동기나 주식 매수 행위 자체에는 불법성이 없다는 것이다. 시세조종의 개념이 모호하다며 규정 자체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M&A 경쟁에서 기업의 장내 매수가 불법이면 경영권 방어를 어떻게 하냐”라며 “해외에서는 시장 매집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라고도 강조했다.
배 대표 측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 내용도 지적했다. 변호인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을 통해 조 단위 투자를 유치한 상황이었다”라며 “인수가 절실했다는 선입견, 하이브-카카오가 선악 구도라는 선입견을 만들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변호인단의 주장을 단호하게 반박했다. 검찰은 “M&A에 대응하는 카카오의 정상적인 매집 행위라는 말은 SM엔터테인먼트 대주주인 이수만과 대립하던 카카오 경영진의 의견일 뿐”이라며 “해외와 비교할 사례가 아니다. 하이브가 정당하게 공개 매입할 수 있었는데 카카오가 불법 매집으로 저지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항공개매수 등의 적법한 방안이 있는데도, 카카오는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하겠다는 목적으로 불법적인 시세조종을 했다”라며 “대화 내용을 보면 배 대표 등이 시세조종을 벌인 말이 있다. 적법한 매수라면 왜 구속돼 재판받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언급한 가처분 소송이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확보를 막기 위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SM엔터테인먼트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을 뜻한다. 2023년 3월 초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카카오는 신주 획득에 실패했다. 법원은 SM엔터테인먼트가 자금 조달이 급하다고 보기 어렵고, 경영권 분쟁에서 이 전 총괄의 지배력을 약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가처분 인용으로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의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받지 못했지만, 3월 12일 하이브가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면서 결국 승기를 쥐었다. 하지만 카카오의 장내 매집으로 공개매수에 실패한 하이브가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해 금융당국의 수사를 피하지 못했다.
검찰은 카카오가 시세조종 대신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대항공개매수 등을 해야 했다고 주장한다. 대항공개매수란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측의 반대편 주주가 더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경영권 방어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개매수 과정에서 작전인지 아니었는지는 의도에 따라 달라진다. 기업이 경영권 방어나 적대적 인수 등의 의도는 가질 수 있다. 다만 이해관계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행위가 물밑에서 이뤄지면 일반 주주 등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제도로 보호하는 것”이라며 “하이브나 소액주주 피해가 없다는 건 사후 이야기다.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당초 의도가 무엇인지, 금융당국이 심층적으로 봐야 한다”라고 짚었다.
2월 1일 열리는 공판에선 이경준 하이브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다음 공판은 2월 22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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