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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운영 서초구립 노인복지센터, 갑자기 문 닫는 이유

까리따스수녀회 유지재단 "노령화로 인력 못 구해 위탁 종료" 서초구 "시설 정비한 뒤 새 업체 물색"

2024.01.11(Thu) 18:25:42

[비즈한국] 1998년 개원해 치매노인 돌봄을 위한 지역사회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서초구의 한 노인복지센터가 다음 달 문을 닫는다. 예정에 없던 폐업으로 지역사회와 센터 직원, 협력 업체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초구는 시설 정비를 마친 후 신규 법인을 선정해 운영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구립 서초성심노인복지센터. 수년간 자리를 지켜온 센터는 다음달 18일 문을 닫는다. 사진=김초영 기자

 

#“인력 부족해 더 이상 어려워”

 

서초구에 따르면 서초성심노인복지센터는 최근까지 요양 부문 24명, 데이케어 부문 8명이 입소해 있었다. 노인장기요양 등급자 가운데 시설급여를 인정받은 노인(요양 부문)과 65세 이상·65세 미만 가운데 노인성 질환으로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은 노인(데이케어)이 입소 대상이다. 2022년 12월 기준 80명이 대기 등록을 해두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센터는 구에 자리한 5곳의 노인요양시설 가운데 서초노인요양센터와 함께 구립이다. 설립 초기부터 재단법인 천주교 까리따스수녀회 유지재단이 위탁해서 운영했는데, 최근 재단에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구에서 새로운 위탁법인을 찾지 못하면서 다음달 폐업을 맞게 됐다.

 

까리따스수녀회 유지재단 측은 “수도원의 노령화가 심해 근무할 인력이 부족해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단은 위탁계약 종료를 말했을 뿐이다. 문을 닫는 결정을 내린 것은 구청이다. 위탁계약 종료와 폐업은 상관이 없다. 계약기간이 끝나고 운영법인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지난해 7월 까리따스수녀회 유지재단이 재계약이 어려울 것 같다고 알려오자, 8차례 정도 면담을 가지며 재단을 설득했다고 한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구청에서는 운영비 지원과 시설 보수 등을 약속했고, 이를 받아들인 재단이 8월 말께 다시 말을 번복했다. 이후 9~10월 구청에서 재단을 설득하며 건물 안전 진단을 진행했지만 재단이 11월 말 최종적으로 재위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서초구 관계자는 “현 운영법인이 새 위탁법인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요양센터 입소자가 24명 정도로 소수다 보니 법인을 찾기 상당히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11월 말 최종 결론이 난 후 전면 데이케어센터로 개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당시 안전점검도 동시에 진행했는데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와 연말까지 공사를 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승계 두고 직원 반발…구는 시설 안전문제 몰랐나

 

이번 폐업을 두고 센터 직원들은 재단이 구성원과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해고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재단과 서초구청이 직원 고용 문제를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고도 했다. 최근 서초구에서 관련 업체 고용추천과 센터 재개관 시 채용 등을 약속했지만, 직원들은 고용 승계를 확실히 보장할 방안을 마련하거나, 폐업 없이 구에서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재단의 해고 통지 과정과 고용 승계 등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정확한 내용 파악을 위해 시설을 찾아 목소리를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년간 유지돼온 복지시설의 폐업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서초구도 책임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구청은 새 법인 선정에 앞서 시설 정비를 위해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현행법상 사회복지시설은 반기마다 정기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구청장 등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번 재계약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시설의 안전 문제를 살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갑자기 문을 닫게 되면서 계약이 취소된 급식업체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재단은 지난해 4월 요양센터 담당 급식업체 공고를 내고, 6월 업체와 1년 계약을 맺었다. 급식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갑자기 센터 폐쇄를 알리며 계약을 취소당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논쟁하고 싶지 않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센터에서는 입소 노인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데이케어센터에는 8명 정도가 남아 있다. 이들에 대한 연계 기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초구 관계자는 “연계를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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