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확대되고 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면서 코인사기 피해도 늘고 있다. 코인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코인사기는 주로 노인과 중장년층을 노린다. 과거엔 건강식품이나 화장품을 이용하던 불법 다단계가 코인사기로 진화한 것인데, 투자자들은 첫 연합 집회를 열고 업체에 대한 처벌과 특별수사반 설치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서 코인 사기 피해자 집결
“구속된 업체 임원들은 여러 명의 변호인단을 꾸려 재판에 선다는데 저희는 대출이자 낼 돈도 없어요. 투자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업체들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길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아도페이’ 투자자 A 씨(46)는 유통 사업을 통한 고수익을 내세우는 아도페이에 지난해 4월 처음 투자했다. 30만 원으로 스타트를 끊었지만 지인이 입금 내역을 꾸준히 보여주며 “한 달만 해보라”고 추천하자 6월부터 큰돈을 넣기 시작했다. 온라인몰을 통한 명품거래 등 리퍼브 유통업을 내세운 아도페이 운영사 아도인터내셔널(아도)은 ‘원금 보장’과 ‘하루 2.5%의 이자(월 복리 100%)’를 지급한다고 홍보했다. 40일 후 누적 수익만 200% 수준이다. 하지만 투자금 규모를 키운 지 한 달도 안 돼 앱을 통한 출금이 막히면서 A 씨는 2000만 원가량을 잃었다.
전국에서 모인 코인사기 피해자들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 삼각지역 일대에서 첫 연합집회를 열었다. 아도인터내셔널 다단계 사기피해자들이 주축이 된 이번 집회에는 ICC 코인·Fvp 트레이드·투게더앱스·아셀그룹·코인파크 피해자 연합 등이 참석했다. 전국 다단계·코인·금융 사기사건 피해자 총연합회 관계자는 “사기범죄를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몇 년형을 살다 나와 또 다른 사기범죄를 반복한다”며 “피해자들과 연대해 피해금액 환수와 강력처벌, 특별수사반 설치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금액만 5000억 원대로 추산되는 아도페이는 피해자 대다수가 6월 말 전후로 A 씨와 유사한 상황을 겪었다. 천만 원 내외부터 수억 원까지 피해금액도 다양하다. 수도권에서 열린 설명회에 직접 다녀온 경우도 있지만 지인 소개를 통해 투자를 결심한 경우가 다반사다. 5월에 한 차례 수익을 받은 투자자들이 나왔고, 이를 내세우며 빠르게 사람들을 모집하면서 6월에 진입한 투자자들이 대거 피해를 봤다.
#코인거래소 투자도 사기, 사업 형태 달라도 수법 동일
경찰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사기는 전형적인 다단계 사기 형식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가상자산 사기 피해 규모는 5조 원으로, 대규모 사기 피해가 증가하자 금융사기 집단소송센터를 운영하는 법무법인도 늘어나고 있다.
집회에서는 코인 관련 신생 다단계 사건도 소개됐다. 가상화폐 채굴 업체 ‘코인파크’가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며 온·오프라인에서 자금을 모으다가 갑작스럽게 출금을 중단하고 사이트까지 폐쇄한 사례다. 코인 거래 플랫폼을 표방한 코인파크는 투자자에게 인센티브 형태로 거래수수료를 되돌려주는 방식을 홍보해왔다.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공지 내용이나 수익률을 얹어주는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여는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 계속됐는데, 결국 지난 12월 5일 사이트와 운영관리용 SNS 단체방이 폐쇄되며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미 11월부터 출금중단 사태가 이어지던 상황으로, 업체는 폐쇄 직전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파크에 1억 5000만 원가량을 투자한 김 아무개 씨는 “미국 전광판에 광고를 건 사진까지 보여줬다. 대출까지 받아 돈을 넣으면 수익률을 추가 적용해주겠다고 회유했다. 사이트 폐쇄 전에는 ‘국제거래소 상장을 위해서는 시스템이 국제표준에 도달해야 하니 재정비를 위해 잠시 문을 닫는다’고 설명했는데 그럴듯한 감언이설로 60~70대들을 속인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셀 EZ트랜스퍼, 인터코인캐피털(ICC) 코인 등도 사업 내용이나 수익률에 차이가 있을 뿐 실체가 불분명한 사업을 내세워 기존 투자자에게 다른 투자자의 돈을 돌려막기 하는 ‘폰지 사기’의 성격이 강하다. 지인을 연결고리로 하는 다단계 수법 때문에 피해자들이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도페이 투자자 중에서는 함께 추천을 받거나 설명회에 데려간 지인에게 투자를 권유한 상황이 돼버려 그 돈까지 갚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집회에 참여한 피해자 연합회들은 대표 등 관련자에 대한 강력 처벌과 더불어, 특별수사나 특별법 제정까지도 요구했다. 가상자산 연계 사건은 제도권 금융과 달리 조정 절차 없이 형사 사건으로 진행돼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 유사수신, 사기 항목을 적용해도 형량은 최대 15년 정도다. 디바페이 투자자 김기대 씨(52) 는 “코인이 다단계 업체들의 자금 세탁소가 됐다. 아직까지도 이게 사기 코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돈을 되돌려 받을 거란 기대가 크지는 않다”며 “우리는 모르고 당했더라도 앞으로는 막아야 한다. 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제라도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도인터내셔널에 대한 수사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 아무개 대표 등 4명이 차례로 구속기소된 데 이어 지난 8일 상위 모집책까지 약 14만 차례에 걸쳐 투자금 4467억 원을 조달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집회 당일인 9일 오후에는 대표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아도인터내셔널 다단계 사기피해자 연합회 측은 “법무법인과 함께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주요 관계자에 대한 강력 처벌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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