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미국 비자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여러 번 결제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미국대사관에서는 비자 수수료에 대해 ‘환불 불가’ 원칙을 내세우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대사관은 홈페이지를 개편했는데, 이후 결제 오류가 잦다는 불만도 나온다.
#결제 거부된 횟수만큼 중복 결제
최근 미국 비자를 신청한 A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미국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비자 인터뷰를 접수하고 결제했는데, 홈페이지 오류로 결제가 4번이나 돼 100만 원가량이 결제된 것. A 씨는 비즈한국에 “원래는 비자 수수료를 낼 때 뱅크오브아메리카나 머니오더 등을 통해 이체하는 방식이었는데, 홈페이지 개편 이후 카드 결제 항목이 새로 생겼다. 계좌이체와 달리 신용결제를 했을 때는 영수증이 바로 생성돼 인터뷰 예약을 원하는 날짜에 바로 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신용카드 결제를 이용한다는 사람이 많다. 3번 정도 같은 카드로 결제를 시도했고, 모두 홈페이지상으로는 카드 결제가 거부됐다. 이후 다른 카드로 시도하니 결제가 됐다. 그런데 카드 내역을 보니 결제가 거부됐던 횟수만큼 중복 결제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A 씨는 미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있는 ‘환불 불가’ 내용을 보고 절망했다. A 씨는 “결제가 된 날이 휴일이라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후 카드사에 문의해 보니 결제를 한 곳에서 취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사관과 연락이 됐지만, 전표매입이 아직 생성 안 된 상황이라 보름 정도 기다려봐야 한다고 했다. 환불 여부에 대해선 명확히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 100만 원가량의 카드 한도도 차감된 상황”이라고 답했다.
미국대사관은 비자 수수료 결제에 대해 ‘환불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수로 수수료를 결제하더라도 환불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국내에선 단순 실수 이체더라도 환불이 가능하지만, 미국대사관은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거다.
B 씨는 “작년에 실수로 뱅크오브아메리카로 비자 수수료를 여러 번 이체했다. 이후 미국대사관에 문의했지만, 환불 받을 수 없었다. 한 건에 20만 원가량의 금액이었다”고 말했다.
미국대사관에서 비자 수수료 결제 건에 대해 환불을 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유명하다. 한 유학학원 관계자는 “미국 비자 수수료는 환불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결제 단계에서 주의하라고 이야기한다. 비자 인터뷰를 한 후 비자 승인이 거절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홈페이지 개편 후 오류 늘어나? 미국대사관 “인지하고 있어…공지 예정”
지난해 10월 미국대사관은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비자 수수료 결제 단계에서 ‘신용카드 결제’ 항목을 추가했다. 그런데 홈페이지 개편 이후 오류가 잦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 결제 오류 건에 대해 환불을 받았다는 C 씨는 “작년 말 홈페이지 오류로 비자 수수료가 여러 번 결제됐다. 홈페이지에 나온 정책상으로는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혼란스러웠다. 여러 경로로 항의를 했고, 결국 환불을 받았지만 절차가 복잡했다”고 토로했다. 역시 여러 번 카드 결제가 됐다는 D 씨는 “카드 결제를 시도하자 ‘Your order was declined(요청이 거절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떴지만, 실제로는 결제가 됐다. 대사관은 기다리라는 말만 할 뿐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았다. 우선 인터뷰를 하고 비자를 받아야 하니 정상적으로 접수될 때까지 결제했다. 다들 절박한 상황이니 오류가 있더라도 해결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 우선 인터뷰 날짜를 잡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인터넷 카페 등에도 관련 불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홈페이지 오류로 인해 수차례 결제됐음에도 환불 받지 못했다는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금융감독원’ 등에 신고하라는 조언을 볼 수 있지만, 적절한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대사관은 국내 기관이 아니므로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내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더라고 해결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국내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 기관에 대해선 저희가 처리하지는 않는다. 해당 기관을 통해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유학생 F 씨는 “잘못 결제된 비자 수수료를 환불해 주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비자 승인이 거절되더라도 환불이 안 되는 것도 문제다. 유학을 준비하다 보니 비자 수수료로 장사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카드사 관계자는 “미국대사관은 국내 카드사 가맹점으로 가입되지 않고, 해외 비자 가맹점으로 가입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 가맹점의 정책은 국내 카드사나 협회에서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외 자동결제시스템 업체 관계자는 “카드 소지사가 가맹점의 환불정책에 이견이 있으면 카드 발급사를 통해 해당 가맹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결제회사에서 환불 정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대사관은 이에 대해 “미국대사관은 비자 수수료가 중복 결제되는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대다수의 경우 중복으로 결제되는 수수료는 취소된다. 곧 대사관 웹사이트에 본 사안이 공지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다만 환불 불가 정책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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