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판 나사(NASA)로 불리는 우주항공청이 올해 5월 말 출범한다. 마침내 우주 정책, 연구개발(R&D), 민간 우주 기업 육성 등을 총괄하며 7200억 원 내외 사업예산을 다루는 우주 전담 기구가 탄생했다. 출범까지 4개월여, 성공적으로 조직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남은 기간에 인력 구성과 지원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안이 9일 여야 합의에 따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르면 5월 말 우주항공청이 출범할 전망이다. 법안은 보통 공포 후 4개월이 지난날부터 시행된다.
우주항공청법은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 공포 등의 후속과정이 1월 말까지 신속하게 진행될 계획이다. 관련 부처 역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시행령 제정과 관련해 실무 준비를 이미 끝낸 상황.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는 정원·예산 확보를 위해 협의를 진행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예산은 확정적이지 않지만 7200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주항공청 설립은 2010년 이후 각국의 우주패권 다툼이 심화되면서 지속적으로 필요성이 제기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 중국국가항천국(CNSA), 러시아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등 선진국은 우주 개발 관련 정책을 전략적으로 종합하고 조율하는 별도의 정부 기구나 조직이 예전부터 있었다. 이제는 UAE, 룩셈부르크, 브라질 등 후발주자들도 우주전담부처를 운영하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 등 민간기업까지 생겼다. 우주산업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있다.
NASA를 벤치마킹한 우주항공청은 정책, 연구개발, 산업 육성, 국제협력 등 우주 관련 정책의 전반을 담당한다. 각 부처에서 수행하던 우주 관련 사업을 모두 이관한다. 우주 국제협력의 공식 창구 역할도 맡는다. 그동안 우주 국제협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 연구기관이 개별로 소통해왔다. 우주항공청의 탄생으로 이제 국제협력 논의 등에서 범국가적인 대응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안보와 관련된 우주 국방 사업은 국방부 소관으로 남는다. 우주항공청 규모는 300명 이내로 청장과 차장, 본부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우주항공청은 국가 행정조직 혁신 선례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청법에는 국가공무원법과 관계없이 우주항공청 소속 임기제 공무원의 보수 기준을 정할 수 있는 특례 조항을 삽입했다. 즉 능력에 따라 대우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남은 준비기간에 하위법령 조정, 부처의 주요 우주 사업 이관, 조직 설립 및 인력 구성, 임시청사 마련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당장 전문가 영입이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200명가량의 전문가를 항우연과 천문연에서 차출하지 않고 신규 채용하겠다고 제시했지만,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는 우주항공 분야에서 300명 규모 인력을 채용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정주 여건 개선에 관한 법 조항이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빠지면서 인재 영입이 더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우주항공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로 경남 사천시에 설립될 예정인데 수도권에서 멀다는 지리적 단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장의 행정구역상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방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사실 경기도 판교 이남으로는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물며 기관이나 행정조직인데 먼 곳으로 간다면 직원들이 선뜻 그곳에 갈지 의문”이라며 “본인과 가족이 지향하는 생활스타일이 충족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우주산업 선진국과 비교해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과기부의 ‘2023 우주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우주 분야 인력은 1만 126명이다. 미국의 17만 명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는 상황이다.
또 다른 방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민간 체계기업이 우주 사업 분야에서 사람을 많이 채용하려 했지만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더 많은 인센티브와 정주여건 개선을 약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현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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