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도 IT 업계의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2023년에는 진화한 AI가 어떤 작업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면, 올해는 기기에 AI를 내장한 ‘온디바이스(On-Device) AI’로 일상에서 AI를 만나게 됐다. 기술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의 주요 테마도 ‘전 산업을 융합하는 AI’다. 올해를 온디바이스 AI 시대의 개화기로 보는 가운데, 사상 첫 AI 폰의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가 이를 주도할지 주목된다.
1월 9일부터 12일(현지 시각)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의 테마는 △AI △안보 △모빌리티 △지속가능성이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AI 분야를 “의료, 지속가능성, 생산성, 접근성 등을 향상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의 선두이자 중심”이라고 짚었다. 올해 CES 2024에 참가한 삼성전자, SK 등의 대기업과 반도체 업체들도 온디바이스 AI를 핵심으로 꼽았다.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 등 기기 자체에서 구현하는 AI다. AI 반도체가 내장된 기기 내부에서 AI가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한다. 외부 서버에 데이터를 전송하지 않고 머신 러닝이 가능하며,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아도 AI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통신망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도 실시간 통역을 하거나 AI 이미지 제작 등의 작업을 하는 식이다.
온디바이스 AI의 장점은 연산을 내부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작업 속도가 빠르고, 외부 서버를 거치지 않아 민감한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클라우드 서버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AI 서비스 이용할 때에도 데이터를 쓰지 않아 데이터 사용량(요금)을 낮출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7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San Jose)에서 개최하는 ‘삼성 갤럭시 언팩 2024’에서 첫 AI 폰을 선보인다. 갤럭시 언팩 2024의 홍보 문구는 ‘갤럭시 AI가 온다(Galaxy AI is coming)’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신제품을 공개하기 한참 전부터 온디바이스 AI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2023년 11월 배포한 ‘갤럭시 AI가 온다! 삼성이 그리는 AI의 미래’ 자료에서 “갤럭시 AI는 삼성이 자체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기술과 업계 리더와의 협력을 통해 구현한 기술을 포함한 모바일 AI 경험을 뜻한다”라며 “온디바이스 AI는 갤럭시가 제공하는 보안 위에서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024년 초 공개할 갤럭시 AI는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상호 간 더욱 가깝게 연결할 것”이라며 사례로 실시간 통역 통화 기능을 소개했다. 갤럭시 AI 폰 사용자가 모국어로 대화하면 상대방이 갤럭시 AI 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대화를 실시간으로 통역해 전달한다.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 없으며 통역한 대화는 텍스트, 오디오로 제공된다. 최근 AI의 개인정보 보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인 터라 “갤럭시 AI는 통화 내용이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며 보안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가우스(Samsung Gauss)’를 지난해 11월 ‘삼성 AI 포럼 2023’에서 공개했다. 삼성리서치가 개발한 가우스는 △언어 모델 △코드 모델 △이미지 모델 총 3가지로 구성된다. 언어 모델은 클라우드와 온디바이스를 위한 것으로 통·번역, 메일 작성, 문서 요약 등에 쓰인다. 코드 모델은 이를 기반으로 한 AI 코딩 어시스턴트 ‘코드아이(code.i)’로 사내 소프트웨어 개발에 활용한다. 이미지 모델은 저해상도 이미지를 고해상도로 바꾸거나 AI로 그림을 생성하는 데 사용한다.
당시 삼성전자는 “가우스 모델로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탑재한 제품에서 대화 요약, 문법 교정, 기기 제어 등을 이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갤럭시 S24가 가우스 모델을 적용한 AI 폰이 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AI 폰이 기존 스마트폰과 비교해 어떤 기능을 갖출지는 앞서 나온 제품들로 짐작할 수 있다. 중국 기업 레노버가 보유한 모토로라는 2023년 10월 ‘레노버 테크 월드 2023’에서 플렉서블 스마트폰을 소개하면서 생성 AI 모델 ‘모토 AI(Moto AI)’를 선보였다. 대형 언어 모델(LLM)을 갖춘 AI 개인 비서인 모토 AI를 활용하면 △그림자를 깨끗하게 제거한 문서 스캔 △메일·메시지 등 텍스트 요약 △개인정보 비식별화 등의 기능을 쓸 수 있다.
모토로라는 “대부분의 LLM은 클라우드 기반의 작업을 하지만 모토 AI는 장치에서 로컬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작업을 실행한다”라며 “향상된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를 제공하며, 사용자 패턴과 선호도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유용해진다”라고 명시했다.
최근 고도화한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출시한 구글은 자사 AI 폰 ‘픽셀 8 프로’에 제미나이 나노를 탑재한다. 구글 제미나이는 울트라·프로·나노 세 가지로 나뉜다. 크기가 가장 큰 모델인 울트라는 복잡한 연산에 적합하며, 나노는 온디바이스 작업에 최적화한 모델이다. 구글의 픽셀 8 프로는 제미나이 나노용으로 설계된 첫 AI 폰으로 △인터넷 없이 녹음 요약 △AI 스마트 답장 △영상 보정 등의 기능을 갖췄다.
다만 이 같은 기능은 이미 소비자에게 익숙한 것이어서 기업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는 “온디바이스 AI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애플도 지난해부터 하고 있다. 사실 온디바이스 AI는 사물인터넷(IoT) 가전에 접목했을 때 더 적합하다”라며 “AI 폰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가 네트워크 불필요, 속도 개선, 개인정보 보안 등 온디바이스 AI의 특징 중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가 관건이다. ‘제조사’가 왜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라고 짚었다.
한국AI교육협회 회장을 맡은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는 미흡한 수준이었다면, 앞으로 사물인터넷(IoT)처럼 온디바이스 AI가 무궁무진하게 확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초기단계인 만큼 혁신적인 킬러 서비스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를 찾는 것이 기업의 과제”라고 말했다.
김태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수석연구원은 “파운데이션 모델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번역 기능을 시작으로 다양한 응용 모델이 나올 수 있었다. 현재 단계에선 활용 방안에 한계가 있어 기업이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온디바이스 AI로 이전에 없던 서비스를 만드는 것보다 문서 작성, 가전 제어 등 익숙한 서비스에 접목하는 것이 사용자의 거부감도 낮고 더 유용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스마트폰이 보급률이 높고 기업이 이익을 내기도 유리하기 때문에 온디바이스 AI 적용이 활발한 것”이라며 “향후 자동차, 생활가전, 의료 서비스, 돌봄 로봇 등에 생성형 AI가 점진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확산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업이 킬러 서비스를 찾는다면, 후발주자가 따라가는 양상으로 시장이 커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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