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머니

[가장 보통의 투자] 주식처럼 사고 파는 공모 펀드를 보는 불안한 시각

고금리 시대 바뀐 투자 패러다임에 적합성 의문…투자자 관심끌려면 상품성 갖춰야

2024.01.09(Tue) 11:16:47

[비즈한국] 특정한 목적을 위해 여러 사람의 돈을 모은 것을 펀드라고 한다.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모이면 주식형 펀드가 되고, 채권을 투자하기 위해 모이면 채권형 펀드가 된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펀드에 가입하면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운용하며 돈을 굴려준다. 주식이나 채권을 혼자 투자하면 어디에 혹은 얼마나 투자할지를 개인이 판단해야 하므로 수수료를 내면 전문가의 운용으로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거래소 상장이 추진되는 공모 펀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이 적잖다. 사진=생성형 AI

 

다만 그동안 공모 펀드는 가입과 환매 절차‧기간이 주식보다 복잡하고 길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로 지적돼 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2008년 말 130조6708억 원이었던 주식형 공모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 기준 공모펀드 설정액은 84조4263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앞으로 공모 펀드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공모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공모 펀드를 판매 수수료·판매 보수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하면서 주식처럼 간편하게 사고팔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공모 펀드가 상장되면 스마트폰의 모바일 거래 시스템(MTS)을 통해 주식이나 ETF를 거래하는 것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게 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투자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가 아니다”라며 “공모 펀드가 합리적인 비용으로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또 “평범함이 실제로는 사회의 중추를 이루는 것처럼 평범해 보이는 공모 펀드가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국민들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에는 실제 상장 거래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목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주식형 펀드는 예금금리 하락과 주가지수 사상 최고치 돌파에 힘입어 펀드 투자 광풍을 이끌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지나고, 파생결합펀드(DLF)나 옵티머스·라임 사태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겪으면서 펀드 시장에 대한 신뢰도도 추락했다.

 

반면, 상장지수펀드(ETF)는 금융시장에 등장한 이후 꾸준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공모 펀드의 인기가 ETF보다 떨어지는 이유는 손해를 보더라도 ETF보다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부담은 물론, 환매가 ETF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형 공모 펀드의 평균 판매보수는 0.59%지만, 주식형 ETF의 경우는 0.02%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위의 이 같은 추진 계획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특히, 국내 펀드의 경우, 환매 이후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2~3일, 해외 펀드는 5~7일 걸리기 때문에 상장된 공모 펀드 환매 기간과 크게 차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모펀드를 상장시킨다고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공모 펀드는 매매를 자주 못 하는 것이 단점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모 펀드는 퇴직연금 등에서 운용할 때 장기적으로 안정감을 주게 운용해야 한다”며 “저 배를 타면 폭풍이 와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을 줘야 할 것이다. 좋은 프로세스, 좋은 사람, 글로벌 우량자산, 헌신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도 “정말 공모펀드의 투자자에 대한 유인효과가 제대로 돼 있나”라며 “그동안 공모 펀드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로 덧칠했다. 굉장히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효율성과 시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유동성 부여를 목적으로 상장하면 폐쇄형의 경우 다소 도움이 될 수는 있다”면서도 “지주회사처럼 같이 디스카운트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비용 절감은 투자자들에게 단기적으로 좋을 수 있지만 결국 추가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아 운용력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며 “비용 절감이 최우선으로 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과거 국내 펀드 시장에 영향을 주었던 것은 ‘저금리’였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양극화’와 ‘고령화’로 투자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고령의 은퇴자들은 고수익보다는 중수익과 낮은 변동성을 추구하며 안정적인 펀드를 찾을 것이고,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소득계층에 따라 선호하는 펀드의 종류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투자자마다 선호하는 펀드의 상품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펀드는 소액으로도 세계 각국의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할 수 있고, 판매사가 다양해 손쉽게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에게 가장 안전한 간접투자상품으로 꼽힌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펀드를 찾아 원하는 목표 수익률을 정해 투자해 보자. 수익률에 도달했다면 환매를 해 시장 하락에 따른 손실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펀드도 다른 재테크 수단과 마찬가지로 장기 투자해야 한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가장 보통의 투자] 쏟아지는 출산 혜택 정책, 왜 매력이 없을까
· [가장 보통의 투자] 국내 1호 조각투자 '호박'이 쏘아올린 작은 공
· [가장 보통의 투자] 아인슈타인 선정 세계 8대 불가사의 '복리의 법칙'
· [가장 보통의 투자] 빚도 상속 된다는데, 대신 갚지 않으려면…
· [가장 보통의 투자] 연말정산 전략은 연초에 세워야 효과적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