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주 금요일까지만 해도 워크아웃 무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가능성이 거론됐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초 태영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한덕수 국무총리, 대통령실까지 나서 비판하면서 태영그룹이 ‘TY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내놓는 추가적인 자구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1935원(12월 28일)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3500원(8일 오전 장중) 선에서 거래가 이어지는 등 태영건설의 주가도 큰 폭으로 움직이고 있다.
#실망스런 자구계획 발표에 비판 연이어
지난 3일 태영그룹이 내놓은 자구계획은 금융당국의 분노를 샀다. 오너의 사재 출연을 포함하지 않는 등 희생의지는 보이지 않고 대주주의 손실만 줄이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한 것.
이복현 금감원장이 총대를 매고 나섰다. 이복현 원장은 다음날(4일) 열린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PF 관련 원칙에 입각한 질서 있는 구조조정 기본 방침은 정부가 일관되게 지키는 지점”이라며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신청 시 약속한 최소한의 자구책마저도 시작 직후부터 지키지 않고 있어 당국은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다”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다음날(5일)에는 대통령실도 나섰다. 대통령실은 관계자발(發) 언급을 통해 “태영그룹이 워크아웃에 못 갈 수 있다”고 언급했고,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도 나섰다. 7일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경영자가 자기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며 “경영의 책임은 경영자가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망스런 자구안에 이어 태영그룹이 지난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890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태영그룹은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채권단이 만족하지 못한 3가지 자구안을 내놓으면서도 이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확약하지 않았다. 특히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나 SBS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는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어 (매각할)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태영그룹의 3일 자구계획 발표는 사실상 ‘오너 일가는 SBS는 양보할 수 없고, 태영건설은 협력사 등으로 피해가 이어질 수 있으니 정부가 살려야 한다’는 메시지로 와 닿아서 배 째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며 “그러다 보니 이복현 금감원장뿐 아니라 한덕수 총리까지 나서서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윤세영 회장이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던 점은, 정부를 자극했다는 평이다.
앞선 관계자는 “당초 워크아웃을 통해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면 태영그룹의 자구계획 발표 이후 ‘태영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가면서 책임을 묻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바짝 엎드린 태영그룹, TY홀딩스 지분 담보로 내놔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진정성 요구’에 미진한 태도를 보였던 태영그룹은 결국 주말 사이 추가적인 자구계획을 내놓았다. △태영인더스트리의 매각대금 중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지 않았던 890억 원을 다시 건설에 납입하고 △에코비트 지분 50% 매각, 블루원 지분 매각 혹은 담보 제공,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의 자구안도 이사회 의결을 통해 확약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정성을 위해 채권단이 요구했던 사재 출연 확대와 TY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한 유동성 확보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금융당국, 한국은행 등은 오늘 오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태영 측이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을 제시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는데, 태영그룹의 바뀐 태도에 ‘워크아웃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그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확정하는 채권자협의회 통과 여부를 지켜봐야 하지만, 지난주 막판 우려됐던 ‘워크아웃 무산’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주식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태영그룹이 자구안을 다시 내놓았다’는 내용도 언론에 알리고 있는 것”이라며 “새로 내놓은 안에 SBS의 지분을 30% 넘게 가지고 있는 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건 것은 태영그룹 오너 일가의 결단이라고 본다”고 귀띔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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