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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역대급' 갈색왜성의 발견, 목성과 무슨 관계?

목성 질량 3~4배 가장 가벼운 갈색왜성 포착, 목성이 좀 더 무거웠더라면 정말 별이 되었을 수도

2024.01.08(Mon) 09:49:41

[비즈한국] 목성이 태양처럼 빛나는 별이 될 뻔한 적이 있다. 그것도 인간의 실수 때문에. 

 

1995년 12월 목성에 도착한 갈릴레오 탐사선은 약 8년간 목성을 탐사하고 대장정의 마무리를앞두고 있었다. 천문학자들은 임무가 다 끝난 갈릴레오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제어를 벗어난 갈릴레오는 목성의 얼음 위성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었다. 갈릴레오 탐사선에는 지구의 미생물들이 잔뜩 묻어 있을 테니 자칫하면 지구의 미생물로 목성의 얼음 위성이 오염될 수도 있다. 이것은 머지않은 미래에 이어질 목성의 얼음 위성 탐사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얼음 위성에서 미생물을 발견해 외계 생명체인 줄 알고 좋아했건만, 알고 보니 20년 전에 선배 탐사선이 묻혀놓은 지구 미생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얼음 위성이 아닌 목성의 구름 속으로 탐사선을 추락시키기로 결정했다. 다음 탐사를 위해 얼음 위성을 깨끗하게 보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일부 천문학자들이 새로운 염려와 함께 이를 반대했다. 당시 갈릴레오 탐사선에는 플루토늄 기반의 원자력 발전기가 들어 있었다. 만약 갈릴레오에 들어있는 플루토늄이 목성 구름 속에서 폭발한다면, 거대한 수소 가스 덩어리인 목성이 연쇄 수소 핵반응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인간의 실수로 목성이 또 다른 별이 되어버리는 대참사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목성의 위성 이오를 지나 목성으로 향하는 갈릴레오 탐사선 상상도. 사진=NASA


흔히 목성을 보고 조금만 더 무거웠다면 태양처럼 별이 되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목성은 한참 가볍다. 별로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가벼운 갈색왜성도 최소한 목성 질량의 10~50배에 이른다. ‘조금만 더 무거웠더라면…’이라고 아쉬워하기에는 목성은 많이 가볍다. 그래서 당시 갈릴레오 탐사선 때문에 목성에 불이 붙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대부분 기우로 여겨졌다. 

 

그런데 그것이 쓸데없는 걱정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최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갈색왜성이 예상보다 훨씬 가벼울 수도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동안 기우라고 생각한 목성에 대한 걱정이 어쩌면 꽤 쓸모 있는 걱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소한 실수로 목성을 별로 만들 뻔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목성을 다시 보게 만들어준 제임스 웹의 발견을 알아보자. 

 

최근 제임스 웹은 역대 가장 가벼운 갈색왜성을 발견했다. 별과 행성의 경계에 대한 상식이 깨지는 순간이다.

 

별과 행성의 경계는 어디일까? 거대한 먼지 구름이 중력으로 수축하고 반죽되면서 어떤 덩어리는 별이 되고 어떤 덩어리는 행성이 된다. 별과 행성의 갈림길을 결정하는 건 처음에 반죽되기 시작한 덩어리의 질량이다. 충분히 무거웠다면 중력 수축을 통해 중심의 온도가 충분히 뜨거워지고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 된다. 만약 질량이 가벼운 덩어리였다면 수축해봤자 중심의 온도를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하고, 빛나지 못한 채 그저 미지근하게 식어간다. 이렇게 질량이 부족해서 미처 별이 되지 못한, 스타 데뷔에 실패한 한때의 별 지망생을 갈색왜성이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발견된 갈색왜성은 보통 목성 질량의 10~50배 질량을 가졌다. 아무리 실패한 별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 질량은 되어야 멀리서 관측할 수 있을 정도로 미지근한 적외선을 내뿜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천문학자들은 갈색왜성의 가장 가벼운 질량의 한계를 목성 질량의 10배 수준으로 생각했다. 이보다 더 가볍다면 갈색왜성이 아니라 덩치 큰 가스 행성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그간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최근 제임스 웹이 갈색왜성이 훨씬 가벼울 수도 있다는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 제임스 웹은 페르세우스자리 방향으로 약 1000광년 거리에서 어린 성단 IC 348을 관측했다. 이곳에는 태어난 지 500만 년밖에 되지 않은 어린 별들이 400개 정도 모여 있다. 

 

제임스 웹으로 관측한 성단 IC 348. 오른쪽은 이 성단에서 발견한 갈색왜성 세 개를 확대한 모습. 사진=NASA, ESA, CSA, STScI, Kevin Luhman(PSU), Catarina Alves de Oliveira(ESA)

 

여기서 너무나 작은 갈색왜성 세 개가 발견되었다. 미지근하게 달궈진 채 식어가고 있는 이 갈색왜성의 온도는 섭씨로 약 800~1500도 사이다. 굉장히 미지근하다. 이 정도로 열을 내려면 기껏해봤자 목성 질량의 3~8배 수준이다. 이번에 발견된 것 중 가장 가벼운 갈색왜성은 겨우 목성 질량의 3~4배 수준밖에 안 된다. 이 정도면 사실 갈색왜성이라기보다는 덩치 큰 가스형 행성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이번 관측에는 제임스 웹에 탑재된 특별한 기술이 활용되었다. 제임스 웹의 적외선 이미지 관측 장비 NIRCam에는 아주 작은 미세한 셔터가 각자 열리고 닫히는 마이크로셔터 기술이 적용됐다. 우표만 한 작은 크기 안에 6만 2000개의 마이크로셔터가 있다. 이런 장치가 총 네 개, 그래서 총 24만 8000개의 작은 마이크로셔터가 있다. 평소에는 모든 셔터를 다 열어두고 앵글에 들어오는 하늘의 모습을 전부 촬영한다. 그러다 특정한 천체만 중점적으로 찍고 싶다면 나머지 셔터를 모두 닫고, 보고 싶은 특정 천체의 빛이 들어오는 영역의 마이크로셔터만 열어서 그 빛을 담을 수 있다. 마이크로셔터는 일반적인 먼지 조각보다 더 작으며 자기장으로 열고 닫을 수 있다. 이런 세심한 관측을 통해 제임스 웹은 아주 희미하게 빛나는 가벼운 갈색왜성의 흐릿한 적외선 빛을 포착했다. 

 

이번에 발견된 갈색왜성이 워낙 질량이 가볍다 보니, 일부 천문학자들은 갈색왜성이 아니라 떠돌이 가스 행성이 아닐까 의문을 제기한다. 그것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천문학자들은 그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본다. 우선 이곳에 있는 별 대부분은 태양보다 훨씬 가벼운 적색왜성들이다. 이런 작은 별 주변에는 행성 원반의 사이즈도 작기 때문에 이렇게 덩치 큰 행성을 만들만큼 재료가 충분하지 않다. 게다가 이 성단 속 별들의 나이는 이제 겨우 500만 년이다. 별 곁에서 궤도를 돌던 행성이 궤도를 벗어나 떠돌이 행성이 됐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짧은 시간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가벼운 갈색왜성이 떠돌이 행성이 아니라 한꺼번에 먼지 구름이 반죽되면서 만들어진 아주 가벼운 갈색왜성일 것으로 추정한다. 

 

천문학자들은 앞으로 관측을 이어간다면 이번에 발견된 것보다 더 가벼운 갈색왜성을 추가로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이를테면 질량이 목성 질량의 겨우 두 배 수준인 갈색왜성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정도면 사실상 목성과 별반 다르지 않은 질량이다! 이런 가벼운 갈색왜성이 존재한다면, 우리 태양계의 목성 역시 살짝만 더 무거웠다면 충분히 별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해볼 만해진다.

 

이것은 행성과 별의 경계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크게 뒤흔든다. 별은 얼마나 가벼울 수 있을지, 또 행성은 얼마나 무거울 때까지 행성이라 부를 수 있을지, 그 경계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벼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가벼운 갈색왜성들은 이제 막 반죽되어 덩치를 키우기 전인 아주 어린 갈색왜성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꾸준히 주변 물질을 끌어모으고 성장하면서 질량이 더 큰 갈색왜성이 되는 것일 수 있다. 제임스 웹은 행성과 별, 그 경계에 걸친 진화 단계인 아주 어린 갈색왜성의 반죽 순간을 포착한 셈이다! 

 

그렇다면 갈릴레오 탐사선은 어떻게 되었을까? 예정대로 목성의 구름 속으로 다이빙해 파괴되어 목성의 일부가 되었다. 일부 소심한 천문학자들은 목성이 갑자기 타오르지 않을까 긴장하며 그 장면을 바라봤다. 다행히 목성은 지금껏 ‘별’일 없다. 

 

참고

https://webbtelescope.org/contents/articles/how-does-webb-see-the-universe

https://www.nasa.gov/missions/webb/nasas-webb-identifies-tiniest-free-floating-brown-dwarf/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3881/ad00b7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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