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뮤(MU)’ 지식재산권(IP)을 가진 웹젠이 올해 첫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웹젠은 최근 국내 소규모 게임 개발사 ‘하운드13’에 300억 원을 투입해 중국계 유통사로부터 신작 퍼블리싱을 위한 우선협상권을 확보했다. 웹젠이 대표 직속 조직을 꾸려 적극적으로 투자처를 찾는 가운데 새 캐시카우 발굴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웹젠은 지난 4일 하운드13의 지분 25.64%를 확보했다. 약 300억 원을 투자해 하운드13의 주식 22만 1161주를 취득한 것. 웹젠은 이번 전략적 투자로 하운드13이 개발 중인 신작의 퍼블리싱 우선협상권을 가지게 됐다.
하운드13은 ‘드래곤소드’라는 이름으로 상표 출원한 ‘프로젝트 D’와, AAA 수준의 액션 게임 ‘프로젝트 M’ 등의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 웹젠은 하운드13과 협의를 거쳐 개발 및 서비스 일정을 확정하고 향후 퍼블리싱할 작품의 추가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웹젠이 현재 퍼블리싱 여부를 언급한 작품은 프로젝트 D다.
웹젠의 지분 투자는 실력 있는 소형 개발사의 작품을 국내 유통사가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 하운드13은 2021년 6월 싱가포르의 게임 개발·유통사 ‘가레나(Garena)’로부터 2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2년 말 프로젝트 D 영상 공개 당시 하운드13은 “글로벌 게임 퍼블리셔인 가레나와 PC·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할 것”이라고 명시했는데, 웹젠이 이번 전략적 투자로 퍼블리싱 우선협상권을 가져온 것.
가레나는 싱가포르 IT 대기업 ‘씨그룹(Sea Ltd)’의 자회사이자 중국의 텐센트 관계사다. 텐센트는 가레나의 설립 초기부터 투자한 데 이어 씨그룹의 지분 18.7%(2022년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웹젠 관계자는 “가레나도 하운드13에 투자할 때 우선협상권을 확보한 것으로,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건 아니었다”라며 “웹젠이 우선협상권을 가지는 것으로 3사가 합의했다. 가레나가 보유한 지분은 그대로 유지된다”라고 설명했다.
드래곤소드로 알려진 프로젝트 D는 언리얼엔진5를 기반으로 만든 애니메이션풍 RPG로, 이용자의 자유도가 높은 오픈 월드 게임이다. 플레이 영상 공개 후 전작인 헌드레드 소울에서 입증된 하운드13의 강점인 화려한 그래픽과 실감 나는 액션, 귀여운 캐릭터로 이용자의 기대감을 샀다. 아직 개발 단계인 만큼 올해 출시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운드13은 ‘드래곤네스트’ ‘던전 스트라이커’ 제작에 참여한 박정식 대표 등의 개발진이 모여 2014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대표작으로는 2019년 1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RPG ‘헌드레드 소울’이 있다. 헌드레드 소울은 수준 높은 그래픽, 수동 액션 등으로 이용자들에게 호평받았다. 일본·북미·유럽 등 140개 국가에서 서비스하며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했다. 헌드레드 소울은 드래곤네스트 이용자까지 포섭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이용자 감소 등으로 출시 4년 차인 2022년 8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하운드13이 PC·콘솔 게임으로 개발 중인 프로젝트 M은 다크 판타지풍의 액션 게임이다. ‘언리얼서밋 온라인 2021’에서 공개된 프로젝트 M의 전투 프로토타입 영상을 보면 몬스터를 처치하는 과정에서 이용자 시야에 피가 튀는 등 현실감과 액션감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밝은 분위기의 프로젝트 D와 달리 게임의 수위가 높아 성인층을 타깃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웹젠이 장르와 국가를 가리지 않고 협력사를 확보하는 배경에는 김태영 대표의 직속 부서인 ‘유니콘 TF’가 있다. 유니콘 TF는 신작 게임 발굴이나 미래 기술을 보유한 파트너사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발족했다. 현재 웹젠의 주요 투자 및 소싱을 담당한다. 웹젠은 유니콘 TF를 필두로 2023년 상반기에는 국내 인디 개발사 블랙앵커 스튜디오의 ‘르모어: 인페스티드 킹덤’을 스팀에 얼리액세스(앞서 해보기)로 출시했고, 하반기엔 일본 에이밍사의 서브컬처 게임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를 국내에 론칭했다.
다만 이러한 대규모 신규 투자가 장기적으로 득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웹젠은 대표작인 뮤 IP의 의존도가 높아 이를 분산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실적은 뮤 IP가 이끌고 있다.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은 뮤가 743억 원을 기록했다. 비중으로 보면 3분기 총 누적 매출(약 1256억 원)의 59.2%를 차지한다.
증권가에서는 2023년 10월 출시한 ‘뮤 모나크’ 덕에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430억 원) 대비 44% 오른 6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략적 투자 소식이 알려진 지난 4일 오후 1시 40분부터는 기대감이 반영돼 웹젠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웹젠은 올해 자체 IP의 서브컬처 게임 ‘테르비스’나 퍼블리싱작인 ‘어웨이큰 레전드’ 등의 신작으로 매출 다변화에 도전한다.
하운드13이 개발 역량은 입증했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잠재적 위협이다. 하운드13의 2022년 매출은 14억 원으로, 당기순손실은 90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매출 60억 원·당기순손실 33억 원, 2020년엔 매출 104억 원·당기순손실 9억 원으로 3년 간 적자 폭이 커졌다. 웹젠 관계자는 “재무제표상의 손실은 순 개발비용으로 해석된다”라며 “소규모 개발사는 차기작을 준비하는 동안 적자를 낼 수 있다.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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