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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안전거래센터' 신설…'그래도 짝퉁은 계속된다?'

캐시미어·울 제품 알고 보니 '합성섬유'…입점 시 검수, 전담인력 투입해도 전 상품 모니터링 사실상 불가능

2024.01.04(Thu) 18:05:18

[비즈한국] 무신사, W컨셉, EQL 등 패션 플랫폼이 가품에 이은 품질 논란에 휩싸이며 고객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유명 입점 브랜드가 폴리에스터와 레이온으로 만든 머플러를 캐시미어라고 속여 판매하다 적발된 것. 또 다른 입점 브랜드는 합성섬유 제품을 울로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플랫폼별로 환불 조치에 나서고 관련 제품을 전수 조사하는 등 재발 방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무신사는 상품 품질을 사전에 검수하도록 전담 조직까지 신설했지만 모든 상품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혼용률이 잘못 기재돼 논란이 됐던 247 서울(247 SEOUL) PETIT HALF 머플러. 현재 무신사에서 판매가 중단됐다. 사진=무신사 홈페이지


#입점 브랜드 사전 검수…3000여 브랜드 상품 전체 검수는 어려워

 

무신사가 상품을 선제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안전거래센터를 새로 꾸렸다. 무신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신설된 안전거래센터는 무신사 전 계열(무신사·무신사 글로벌·29CM) 입점 브랜드사 상품을 대상으로 사전에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센터 건물을 새로 짓거나 대규모로 조직을 편성하지는 않았다.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이 조직은 입점 브랜드 제품에 대한 검수를 진행한다. 무신사는 어떤 기준을 바탕으로 검수를 진행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안전거래센터가 3000여 개에 달하는 입점 브랜드의 모든 상품을 검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여론이 높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가 중개하는 상품은 재고 관리부터 배송까지 전부 브랜드사가 직접 진행한다. 통신판매중개자가 사전에 모든 상품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그럼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모니터링 강화를 추진한 것이다. 이런 부분이 의미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과 단기 계획에 대해서는 “입점 브랜드가 퇴점할 수도 있고,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올 수도 있다. 같은 브랜드와 계속해서 운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중이나 숫자 등을 공개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안전거래센터에서 진행하는 업무는 단계별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무신사·W컨셉은 이번에 혼용률 허위 기재가 문제가 된 만큼 제품 시험 증명서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무신사는 “캐시미어 상품 전 카테고리에 대한 모니터링 및 무작위 샘플 구입을 통한 전문 시험기관 분석 의뢰를 병행하고 있다. 혼용률 시험 증명서 등의 서류 제출이 확인된 상품에 한해서만 판매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W컨셉은 “입점 브랜드사를 대상으로 제품 시험 성적서를 제출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류 심사, 샘플 검수 등으로 입점 진행…수수료 매출 높다 보니 “느슨하다” 지적도

 

그동안 패션 플랫폼은 여러 차례 가품 문제를 겪었다. 무신사는 에센셜 티셔츠, 발란은 나이키 에어 조던1X트레비스 스캇 레트로 하이 모카, 스투시 월드투어 후드집업 제품 등이 가품 판정을 받았다. 플랫폼들은 수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보고 거래 업체의 평판 확인과 수입서류 검토절차를 강화했지만, 입점 브랜드 제품의 상세설명(혼용률) 오기재가 새로운 문제가 된 것이다. 이를 두고 브랜드 입점 절차와 사전 모니터링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고, 이들이 판매중개자로서 입점 수수료 받기에만 몰두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무신사가 게시한 ‘247 서울’ 브랜드 상품 전수 조사 및 추가 환불 상품 안내 공지. 사진=무신사 홈페이지


브랜드 입점은 어떻게 이뤄질까. 무신사는 “태그(tag)갈이 또는 디자인을 도용한 상품을 취급하는 곳은 입점이 불가하다. 100% 정품 제품만을 취급하고 있다”며 “패션 브랜드로서 지속 가능한지, 정체성이 뚜렷한지, 자체적으로 디자인 역량을 보유했는지, 무신사 고객에게 선보일 충분한 SKU(재고관리 최소 단위)를 보유했는지 등을 중심으로 심사를 진행한다”고 답변했다. W컨셉은 “입점절차는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상세히 설명할 수는 없다. 서류심사, 샘플검수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무신사의 경우 입점 후 주기적인 브랜드 모니터링을 하지는 않는다. 무신사는 “입점 시에만 검수를 진행한다. 전국 각지에 있는 사업장을 다 확인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른 패션 플랫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W컨셉은 “입점 후에도 패션 MD가 주요 브랜드와 상품에 대해서는 수시로 서류 심사와 현장 방문을 통한 제품 검사를 하고 있다. 상품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으로 플랫폼이 브랜드 입점에 느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입점 수수료 늘리기에 신경 쓰다 보니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 무신사의 주요 수익 모델인 입점 수수료는 전체 매출의 70%에 달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신사의 수수료 매출은 2018년 587억 원, 2019년 952억 원, 2020년 1232억 원, 2021년 1668억 원, 2022년 3029억 원으로 꾸준히 오름세다. W컨셉은 2020년 332억 원, 2021년 418억 원, 2022년 535억 원의 수수료 매출을 기록했다.​ 

 

#통신판매중개자 책임 어디까지…

 

W컨셉은 별도의 조직 신설은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입점 브랜드를 대상으로 상품 검수를 진행해왔으나 최근 특정 상품이 문제가 생기면서 논란이 커진 측면이 있다. 규모나 인력이 큰 플랫폼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새 조직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중개 상품의 품질 논란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통신판매중개자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를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의류 제품은 소재를 속이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제품 생산 단계에서부터 이를 방지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거래 당사자는 셀러(브랜드사)와 소비자이지만 소비자들은 셀러를 알지 못한 채 중개업자의 명성, 브랜드파워 등을 보고 선택한다. 중개자라는 이유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본다.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책임을 좀 더 강화하는 식으로 법령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앞으로는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브랜드사 교육을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국가공인연구기관 KOTITI(Korea Textile Inspection and Testing Institute) 시험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정확한 상품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W컨셉은 “이미 일이 벌어진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플랫폼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인 것 같다. 재발 방지를 위해 브랜드와 상품 관리에 만전을 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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