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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공정거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신속한 방법 '분쟁조정'

한정된 자원으로 모든 사건 조사 어려워…최근 법 개정 통해 실효성 강화

2024.01.03(Wed) 17:28:41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공정거래 사건은 민형사 소송과 달리 사건번호를 부여하거나 수사관이 배정되지 않은 채 종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분쟁 당사자는 답답함을 느낀다. 사진=연합뉴스

 

법률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당사자들이 선택하는 절차로는 민사소송과 형사고소가 있다. 민사재판을 선택해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 접수 후 일주일 내로 법원 배당이 완료되고, 사건번호가 부여된다. 형사사건도 비슷하다.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면 대체로 일주일 안에 담당 수사관이 배정돼 사건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집행하는 공정거래 사건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공정위에 신고한다고 공정위가 모든 사건에서 조사를 개시하진 않는다. 오히려 △공정거래법령이 적용되는 사례가 아니거나 △피신고인이 자진시정을 완료해 처분의 실익이 없거나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사건 조사에 착수하지 않고, 사건번호조차 부여하지 않은 채 종결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가 심사개시를 결정해 정식으로 조사에 착수할 때도 있지만, 위와 같은 결정 없이 해당 신고를 민원으로 간주해 ‘민원에 대한 회신’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관행은 옛날부터 계속됐다. 그래서 업계에 있던 사람들은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공정위에 접수되는 신고서가 폭증하고, 민원에 대한 회신으로 종결하는 사례도 늘다 보니 신고인 사이에서 불만이 쌓였다. 민·형사사건과 비교해 사건번호도 부여되지 않고, 정식 조사도 없이 단순 민원으로 간주해 종결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공정위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모든 신고에서 정식 조사를 개시하기에는 인적 자원, 물적 설비가 너무 부족하다. 공정위 사무소가 법원이나 검찰청처럼 전국 주요 도시에 있으면 모를까 공정위 지방사무소는 서울·부산·광주·대전·대구 등에 불과하다. 

 

공정거래법령을 적용하는 전형적인 사건은 사인 간 재산분쟁이 아니라 특정 거래 분야나 시장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 국한된다. 당사자 간에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경쟁제한성을 야기하는 사건이 아니라면 공정거래법령을 적용하나 공정위가 법령을 집행하는 사건이 아니다. 

 

결국 ‘한정된 자원을 감안해 경쟁제한성이라는 기준으로 사건을 선별적으로 접수한다’는 것이 법 집행기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이 계속되면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당사자, 즉 신고인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법률적, 이론적 근거를 붙여 설명한들 사건접수, 사건번호, 조사 등의 절차 없이 사건이 종결되는 관행을 좀처럼 납득할 수 없다. 

 

공정위 조사 외에 다른 방법으로 공정거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러한 이유로 2010년 전후로 공정위 조사 외에 다른 방법으로 공정거래 분쟁을 해결하는 방안이 심도 깊게 논의됐다. 대표적인 것으로 사적구제절차의 현실화, 법 집행 권한의 지자체 위임, 분쟁조정제도의 개선 등이 있다. 

 

먼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절차를 개선해 사적 구제 절차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있다. 같은 취지로 실제 입은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는 법정손해배상 제도, 피해자가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상대로 금지청구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 등이 도입됐다. 또한 공정위에 과도하게 법 집행 권한이 집중돼 사건이 몰리자, 공정위는 지자체에 과태료 부과나 가맹본부 정보공개서 등록 업무 등의 권한을 위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제도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 증거의 구조적 편재, 돈과 시간의 싸움이라는 소송의 특성상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디포지션(증언조사) 제도 등과 같은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하기 어렵다. 또한 공정위가 지자체에 위임한 권한은 대부분 등록업무, 과태료 부과 등 절차적이거나 경미한 업무에 불과하다. 핵심이 되는 조사·처분 권한을 위임한 사례는 거의 없다. 

 

이러한 이유로 공정거래 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논의한 방안 중 가장 효능감이 높은 것이 분쟁조정제도의 개선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해 조정절차를 개선하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중 △불공정거래행위 부분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약관법 분야 등의 경우 발생 원인은 대부분 거래상 지위의 우열로 인한 것이다. 당사자들이 상호 양보한다면 분쟁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이유로 앞서 나열한 법률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관할하는 분쟁조정절차에서 규정하고 있다.

 

최근 법 개정을 통해 조정절차의 권위와 실효성을 높이는 여러 제도가 도입됐다. 예를 들어 △분쟁조정 신청 시 시효중단 효력을 인정 △조정조서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부여해 조정 성립으로 분쟁이 완전히 종결됨을 법률적으로 보장 △조정원이 공정위에 조정결과를 보고·통지해 조정 불성립 시 공정위의 조사·처분의 여지를 남김으로써 당사자들이 조정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했다. 

 

사안마다 다르기는 하나, 공정거래 분쟁은 대부분 경제적 이해관계로 발생해 경제적 수단으로 보상이 가능하다. 이혼사건이나 형사사건과 같이 당사자 간에 극단적인 감정적 대립을 야기하지 않아 조정에 적합하다. 

 

법원의 판결은 승자와 패자를 구분해 당사자들에게 앙금을 남긴다는 점, 행정기관의 제재처분은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간섭으로 비춰져 부과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정거래 분쟁에서 조정이 활성화되는 것은 신속한 분쟁해결과 당사자 구제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입법 예고된 ‘공정거래 관련 분쟁의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은 조정제도를 정비하고자 여러 법령에 산재한 조정 조항을 하나의 법률로 모으고 사실관계 조사에 대한 근거 조항, 감정·자문 제도 등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 같은 공정거래 사건의 특성과 사건처리의 관행 및 변화의 흐름 등을 고려하면 공정거래 분쟁 발생 시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만 하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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