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동화면세점이 최근 본사가 위치한 서울 광화문빌딩 일부를 370억 원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화면세점은 방문객 감소로 인한 영업 실적 악화로 4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최대주주인 김기병 회장은 호텔신라와 동화면세점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현재 788억 원 상당의 채무를 지고 있다. 이에 동화면세점 자산 매각 대금이 회사 재무 개선과 최대주주 상환 자금에 활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와 부동산등기부 등에 따르면 동화면세점은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 지하 1층(연면적 2646.93㎡)을 370억 원에 매각했다. 매수자는 집합투자업자인 오라이언자산운용이다. 오라이언 측은 현재 이 부동산을 취득해 장기 임대한 뒤 매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광화문빌딩은 지하 5층~지상 20층 규모의 집합건물로 지하 1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의 소유권은 기독교대한감리회와 동화투자개발 등이 나눠 가졌다. 동화투자개발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소유한 회사다.
이번에 매각된 광화문빌딩 지하 1층은 그간 롯데관광개발이 사용했다. 동화면세점은 1999년 12월 지하 1층 소유권을 취득해 시내면세점 용도로 쓰다가 영업 실적이 악화하자 2020년 롯데관광개발에 세를 놓았다. 롯데관광개발은 이곳에 패션 쇼핑몰 ‘한컬렉션(HAN Collection)’ 서울점을 꾸렸지만 방문객이 줄자 지난해 말 이곳에서 철수했다. 여행전문업체인 롯데관광개발은 2020년 12월 한컬렉션을 출시하며 패션·유통사업에 처음 진출했다. 광화문빌딩 지하 1층은 롯데광광개발이 떠난 이후 공실 상태다.
동화면세점은 방문객 감소로 인한 영업 실적 악화로 2019년부터 4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감사보고서에서 확인되는 2022년 자본 총계는 -547억 원. 회사가 영업활동이나 재무활동으로 만든 이익잉여금은 물론 주주들이 투자한 자본금까지 모두 까먹어 빚만 남은 셈이다. 2022년 실적은 영업손실 44억 원, 순손실은 97억 원을 기록했다.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판매·구매전략을 다시 수립하고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을 통해 경영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1973년 우리나라 최초 시내면세점으로 문을 연 동화면세점은 한때 광화문빌딩 지하 1층~지상 5층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방문객이 줄어 지상 2층~4층만 운영하고 있다.
한편 동화면세점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은 현재 호텔신라에 778억 원 상당의 채무를 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호텔신라는 2013년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보유한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600억 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3년 뒤 매도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달았다. 김 회장은 이 풋옵션의 담보로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제공했다. 3년 뒤인 2016년 호텔신라가 풋옵션을 행사하자 김 회장은 채무를 이행할 수 없다며 담보 지분을 내놨다. 이에 불복한 호텔신라는 이듬해 김 회장을 상대로 이자와 가산금을 포함한 주식매매대금 778억 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22년 3월 신라호텔 승소 판결을 뒤집은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고,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월 양측 싸움을 강제 조정하면서 호텔신라 손을 들어줬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롯데관광개발 패션사업부 쪽이 광화문빌딩에서 철수한 것은 맞다”면서도 “나머지 사항은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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