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차전지 시장이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가운데 방위산업에서도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폭 드론, 무인 전투로봇 등 미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는 무인 무기체계의 핵심 동력원이 바로 리튬이온 배터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과거 내연기관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잠수함 등 기존 전투체계에도 이러한 2차전지가 활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FP에 따르면 글로벌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은 2030년에 2620억 달러(340조 원) 규모로 예측된다. 이런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리튬전지체계 개발을 위해 ESS 사업을 2007년 ‘지상 로봇용 리튬 배터리 시스템’부터 시작했다. 이후 현재까지 국내 최초 잠수함용 리튬 배터리팩, 리튬 전지 체계통합 기술 등을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육상용 전력공급체계를 위해 ‘기동형 복합전력공급장치’도 개발하고 있다. 기동성, 즉응성, 은밀성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춘 차량 탑재형 전력공급체계로 발전기, 에너지 저장장치, 탑재차량 등으로 구성된다.
험지에서도 운용 가능한 군용 전륜구동 차량에 ESS 발전기를 탑재해 전력을 공급하는 동시에 여유 전력은 저장해 야간에 무소음 전력을 공급한다. 소음 저감을 위해 별도의 시설물을 구축할 필요가 없으며 즉시 지휘소 구축과 작전 개시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작전지역 내 신속 발전기의 충전 시간은 6시간이며 주둔지 복귀 시 충전은 2시간이 소요된다. 140kW 출력 시 최대 4시간 이상, 20kW 출력 시 최대 30시간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이 2025년부터 건조하는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에는 국내 기업이 개발한 리튬이온 전지가 최초로 탑재될 예정이다. 잠수함은 통상 디젤 엔진을 가동해 배터리를 충전한 후 이를 이용해 추진 모터를 가동하는 방식으로 운항한다. 그동안 납 축전지가 널리 사용됐지만 내년부터 건조하는 한화오션의 차세대 잠수함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최초로 사용된다.
납 축전지는 제조원가가 낮은 반면 수명이 짧고 에너지 밀도가 낮다. 아울러 충전 과정에서 수소 가스가 발생해 발열·폭발의 위험이 있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공조 팬 등 다양한 부속 설비를 함께 설치해야만 한다.
반면 리튬이온 배터리는 동일한 부피의 납 축전지보다 용량이 상대적으로 크고, 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가 없기 때문에 부속 설비나 주기적인 유지 보수의 필요성이 적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 역시 짧다.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외부 공기 흡입 없이 수중에서 전기를 발생시켜 추진하는 시스템) 기술과의 시너지도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Ⅲ 배치-Ⅱ급 잠수함이 납 축전지를 장착한 장보고-III 배치-I보다 잠항 시간이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제외한 디젤 잠수함 중 세계 최장 수준이다. 기존 장보고-III 배치-I의 최대 잠항 기간은 2주~3주 정도로 알려진다.
국방과학연구소도 다목적 모듈형 무인잠수정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대용량 2차전지 시제품 제작 입찰을 공고했다. 잠수정의 동력원이 될 리튬이온 전지 제작사업을 별도로 추진하는 것. 구체적으로 단위전지(셀), 모듈전지, 팩전지를 제작하고 이에 필요한 설계지원 용역을 수행하는 것으로, 제작된 2차전지의 성능 검증을 위한 시험 지원 용역과 모듈 및 팩의 점검을 위한 점검계측장비도 제작해야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튬이온 배터리 등 2차전지가 에너지 밀도 문제로 전차, 장갑차 비행기 등 큰 무기체계에 원동력으로 삼기에는 아직 적합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론 머스크가 미국 육군에 테슬라의 자동차 배터리 기술로 전차를 가동해보자고 했지만 미 육군이 진지하게 계산해본 후 지금 리튬이온 기술로는 전차를 운행하기 힘들다고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 육군은 차세대 전투차량에 전기 배터리를 장착해 운영하길 원하지만 아직은 높은 수준의 전력생성·저장·분배 등의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
전현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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