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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확률 조작'에 과징금 116억…돈보다 중요한 '소비자 신뢰' 잃었다

공정위 "메이플스토리·버블파이터, 이용자 기만" 최고액 부과…넥슨 "겸허히 수용"

2024.01.03(Wed) 16:47:59

[비즈한국] 넥슨코리아(넥슨)가 연초부터 이용자 기만의 대가를 치렀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은 넥슨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와 관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문제 행위가 적발된 게임은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로, 공정위 조사 결과 넥슨은 아이템 출현 확률이 ‘0%’임에도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도 국내 게임사의 ‘이용자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 해결이 시급한 가운데 넥슨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게임업계 1위 사업자 넥슨코리아가 3일 공정위로부터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 원을 부과받았다. 사진=박은숙 기자


공정위가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 철퇴를 휘둘렀다. 3일 공정위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 이를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렸다며 금지명령과 과징금 116억 원(잠정치)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제재는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한 2002년 7월 이래 최초의 전원회의 심의 사건으로, 게임사의 이용자 기만행위에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고 규모다. 

 

공정위는 “2010~2021년 사소한 사항까지 약관에 변경하면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확률 변경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수많은 이용자의 민원이 있었던 점 등을 통해 소비자 유인 가능성이 있다”라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2003년 출시한 메이플스토리는 누적 이용자 수 2300만 명에 이르는 넥슨의 대표적인 장수 게임이다. 버블파이터는 2009년 출시한 슈팅 액션 게임으로 저연령층이 대상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2010년 5월 메이플스토리 내 유료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를 처음 도입한 2010년 5월에는 옵션 출현 확률은 균등하게 설정했지만, 4개월 후 옵션에 가중치를 부여했다. 2011년 8월부터 2021년 3월까지는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특정 옵션이 아예 나오지 않도록 설정하고 공지하지 않았다. 

 

이는 2021년 일어난 일명 ‘보보보’ 논란과 관련이 있다. 넥슨이 ‘환생의 불꽃’ 사태로 큐브 확률을 공개하면서 옵션의 확률이 무작위가 아니라는 점이 공식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이용자는 그동안 옵션이 동등한 확률로 출현한다는 전제하에 최고 등급의 조합을 기대하고 큐브를 구매했지만, 실제론 불가능했던 것. 유료 결제를 해온 이용자 입장에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던 셈이다. 

 

넥슨이 10년 이상 유료 아이템 큐브를 판매하면서 아이템의 조합을 제한하고 이를 숨긴 점과, 논란이 일어난 후에도 애매하게 대처한 점이 메이플스토리 이용자의 공분을 샀다. 사건의 여파로 다수의 이용자가 이탈했을 뿐만 아니라, 아이템 확률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제정되는 계기가 됐다.

 

메이플스토리 큐브 사건은 이용자와 넥슨 간의 법정 다툼으로도 번졌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김준성 씨는 2021년부터 홀로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김 씨는 넥슨을 상대로 자신이 구매한 아이템 대금의 환불을 요구하는 매매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에서 패하고 2심에서 일부 승소해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 상고는 2023년 2월 접수해 아직 심리 중(심리불속행 기간 도과)이다.

 

2심 판결문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의 2019년 11월부터 2022년 8월 사이의 월 매출은 최소 180억 원에서 최대 1000억 원에 달했다. 이 중 큐브의 매출 비중은 약 25~57%로 메이플스토리의 주요 수익원이다. 공정위는 큐브의 매출 비중이 평균 28%로 넥슨의 수익을 견인한다고 봤다.

 

상고심에서 김 씨의 변호를 맡은 이철우 게임법 전문 변호사는 “넥슨 측은 최고 등급의 옵션이 출현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자가 암묵적으로 알았다는 점, 게임의 밸런스 유지를 목적으로 조합을 제한한 점 등을 주장해왔다”라며 “공정위 결정으로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이 확인됐으니 민사소송을 통해서는 배상책임과 환불 의무를 판가름하게 된다. 만약 법원이 김 씨의 손을 들어준다면 항후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넥슨은 과거 버블파이터에서 진행한 이벤트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일정 개수 이상으로 쓰지 않으면 보상을 얻지 못하게 설정하고 이를 숨겼다. 사진=넥슨 제공


버블파이터와 관련한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보보보 사태 등 계기가 있었던 메이플스토리와 달리 버블파이터는 공정위의 직권 조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넥슨은 과거 버블파이터의 ‘All Bingo 이벤트’에서 확률형 아이템 ‘매직바늘’을 일정 개수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보상이 아예 나오지 않도록(확률 0%) 설정하고도 이를 숨겼다. 넥슨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자 새로운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0%에서 ‘낮은 확률’로 수정했다.

 

넥슨은 이번 공정위 결정에 “이용자에게 큰 실망을 안겨 깊이 사과드린다. 공정위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면서도 “다만 심사 과정에서 자사 소명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의결서를 최종 전달받으면 살펴본 후 이의신청을 하는 등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넥슨은 △공정위가 2010~2016년 문제를 지적했는데, 당시에는 정보 공개의 의무가 없었다는 점 △2021년 3월 공정위 조사를 시작하기 전 자발적으로 개선한 점을 들어 항변했다.

 

이번 공정위 제재는 시행을 앞둔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힘을 싣는 결과다. 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오는 3월 22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엔 확률형 아이템의 유형을 캡슐형·강화형·합성형으로 구분하고, 유형별 표시 사항을 규정했다. 게임사는 규정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등급, 성능, 종류별 공급 확률 정보 등을 표시해야 한다. 만약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기할 경우 시정 권고·명령을 받는다. 

 

한편 이용자 신뢰 회복은 넥슨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적 부진으로 고민하는 국내 게임사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기도 하다. 업계 전문가는 “콘텐츠와 이용자 수준이 모두 높아지면서 갈수록 이용자와의 소통이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2023년 하반기 스마일게이트RPG의 인기작 ‘로스트아크’가 이용자 불신이 쌓이면서 비판이 극에 달하자, 일선에서 물러났던 금강선 CCO가 복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 CCO는 ‘지스타 2023’에서 이용자와 소통하는 법을 강연할 만큼 이용자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는 디렉터다. 로스트아크는 금 CCO 복귀 이후 호평을 받다가, 지난해 12월 윈터 쇼케이스에서 전재학 디렉터로 무사히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이철우 변호사는 공정위 제재로 인해 게임업계에서 이용자의 권익 보호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하는 과정으로 본다. 더불어 인플루언서 대상의 프로모션과 뒷광고, 비공개 패치 등 업계에서 이뤄지던 관행에 위법의 여지가 생겼다”라며 “게임업계의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한 발짝 나아갔다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넥슨과 소송 중인 김 씨는 게임 이용자로서 “게임사가 소비자를 향한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확률형 아이템으로 얻은 이익은 게임 개발에 재투자하는 등 내실을 향상하는 노력을 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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