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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만은 지킨다" 태영그룹 '워크아웃' 자구안 들여다보니

시장에 부동산 PF 불안감 확산 우려…채권단 많아 워크아웃 쉽지 않아

2024.01.02(Tue) 09:59:01

[비즈한국]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그룹이 계열사 매각과 자산·지분담보 제공 등의 내용이 담긴 자구계획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시했다. 이 중 가장 핵심이 될 카드는 자회사 매각. 태영그룹은 알짜로 평가받는 에코비트와 블루원 등을 처분해 경영 정상화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태영그룹의 대표 계열사 중 하나인 SBS는 처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채권단에 내비쳤다고 한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75% 이상 동의하면 개시된다. 워크아웃에 돌입하면 채권단은 대출 만기, 개선 계획 등을 관리하게 된다. 정부도 태영그룹 워크아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불안감 확대를 우려하는 것. 금융위원회를 필두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이 모두 나선 상태다.

 

태영건설이 부동산 PF 대출의 만기연장과 차환이 어려워지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태영건설 사옥. 사진=박은숙 기자

 

#SBS 빼고는 다 팔아! 태영그룹 내놓은 자구안 보니 

 

태영건설은 부동산 PF 대출의 만기연장과 차환이 어려워지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자체 시행사업 비중이 높고, 부채비율이 258%에 달하는 데다 3조 7000억 원의 PF 보증 등으로 기업을 자체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26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 멤버가 부동산 PF 현안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때문에 급히 잡힌 자리”라며 “태영 측의 워크아웃 신청 여부에 대한 정부 대응을 논의했는데 분위기가 사뭇 심각했다”고 전했다. 

 

워크아웃으로 시간을 번 태영그룹은 정부(F4)와 채권단에 계열사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알짜 계열사인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 매각이 핵심 카드다. 에코비트는 2021년 태영그룹의 TSK코퍼레이션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에코솔루션그룹(ESG)을 합병해 만든 기업으로, TY홀딩스와 KKR이 지분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주요 분야는 매립·수처리 사업과 의료·산업 폐기물 소각 및 재활용이다.

 

에코비트는 지난 2022년 6427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영업이익이 무려 1209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8.8%에 이른다. 매출도 상승세다. 2021년 6117억 원 대비 5.1% 증가했다. 에코비트의 몸값은 시장에서 2조~3조 원 규모로 거론된다.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태영그룹은 ​최근 주요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 지분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모두 매각하고, 평택싸이로의 지분도 ​일부 ​처분했다. SBS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계열사는 모두 정리해 유동성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관계기업인 포천파워 지분 265억 원가량을 전량 매도하는 한편, 수도권 사업 용지인 경기 부천 군부대 현대화 및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지분 매각도 추진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SBS도 처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SBS만큼은 처분하지 않겠다는 태영그룹의 의지가 강하다”며 “3조 원 규모로 평가받는 자산을 처분한다고 밝혔지만 사모펀드가 담보로 가진 지분이 있기 때문에 태영그룹이 원하는 가격에 매각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채권단뿐 아니라 설득해야 하는 대상도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태영그룹은 올해 초 지분 50%를 나눠 가지고 있는 KKR로부터 4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에코비트 지분 일부를 담보로 잡혔다.

 

#주채권은행만 설득하면 돼? PF 사업장 개별 채권단이 문제 

 

지난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순차입금은 1조 7436억 원 규모인데, 주요 채권은행은 산업은행(2001억 원), 국민은행(1600억 원) 등이다. 11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잔액은 3조 8987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3956억 원이 ​12월에 만기를 맞았으며, 2024년 1분기에도 4361억 원의 보증이 만기를 맞는다.

 

태영건설 관련 PF 사업장은 지난 9월 말 기준 총 60개다. 본PF 42개, 브릿지론은 18개에 달한다. 태영그룹은 정상화 의지를 거듭 내비치고 있지만, 정부는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F4 회의에서 큰 틀의 해결 방향을 잡으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나서는 구조인데, 사업장마다 채권단이 많은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개별 PF 사업장마다 대출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설득해야 하는 대주단이 많은 것이 워크아웃의 난이도를 높인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일단 태영건설 관련 사업장의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앞선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태영건설뿐 아니라 건설사들은 PF 사업장마다 대출을 일으켜서 공사를 하는 구조이다 보니 PF 사업장 단위별로 대주단을 일일이 설득해야 한다. 문제는 대주단에 제2금융권 자금이 많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라며 “이들은 워크아웃에 응하는 것보다 PF 사업장의 부동산을 처분하는 게 채권을 더 안정적이고 빠르게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어 이들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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