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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포석 쌓는 이호진, 사장단 인사·ESG경영의 숨은 뜻은

언론인 출신 성회용 대표로 이미지 제고 노리나…"사업 안정성·2인자 역할도 '글쎄'"

2024.01.02(Tue) 09:24:45

[비즈한국] 태광이 ‘12조 투자’ 원년으로 삼겠다던 2023년은 그룹사 혼란의 시기였다. 이 전 회장의 오랜 복심으로 불리던 2인자 김기유 티시스 전 대표가 내부 감사를 통해 해임되며 지각변동이 일었고, 이호진 전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조직 재정비 작업에 한창이던 태광그룹은 세 차례의 압수수색으로 또 다시 오너리스크에 발목 잡혔다. 그동안 석유화학에 6조 원, 섬유와 금융·미디어에 각각 4조, 2조 원을 투자한다는 중장기 계획은 더 나아가지 못한 채 공수표가 됐다.

 

태광은 부랴부랴 ESG 경영 계획을 내놓고 변화를 다짐했지만 실행에 옮겨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SBS 보도국장 출신 성회용 티캐스트 대표를 석유화학·섬유기업 태광산업 수장으로 앉힌 사장단 인사도 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전 회장 복귀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태광그룹이 악재를 털어내고 재도약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태광산업이 최근 언론인 출신 계열사 대표를 수장으로 앉힌 가운데 신년에는 악재를 털어내고 재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서울 중구 태광산업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홍보 역량’​ 성회용 대표, 그룹 합류 6개월 만에 태광산업 수장으로

 

신년에는 그룹 모체인 태광산업을 성회용 대표가 새롭게 이끈다. 성 대표는 SBS 보도국장직을 맡았던 인물로 지난 6월 주주총회를 통해 그룹에 합류했다. 언론인 출신을 콘텐츠 사업 부문 통합 계열사에 영입해 미디어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태광그룹은 성 대표를 태광산업 수장에 선임한 배경에 대해 “경제 및 산업은 물론 사회 전반에 깊이 있는 식견을 가지고 있다”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돌파하고 그룹의 새로운 비전과 사업전략을 수립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성 대표는 영입 당시부터 2인자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호진 전 회장의 친위대 역할을 해왔던 실세 김기유 전 대표가 그룹 내부 감사에서 비위 의혹으로 해임되면서 그 공백을 메울 존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너의 사법처리가 진행된 기간 동안 계열사 대표 협의체인 경영협의회가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려왔는데, 부의장직을 맡았던 성 대표는 전임 경영협의회 의장인 김 전 대표가 사내 감사로 지난 8월 해임된 이후 의장 대행까지 겸하고 있다.

 

성회용 태광산업 신임 대표. 사진=태광산업


지난 10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체제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띄운 신설 ‘미래위원회’ 역시 성 대표가 출범 때부터 이끌고 있다. ESG 전략을 관리하는 중추 조직이 없던 태광에 처음 생긴 의사결정 조직이나, 외부 전문가를 기용하는 형태가 아닌 그룹 핵심 계열사 대표진이 부위원장으로 참여하는 경영협의회 산하 조직이다.

 

이 같은 일련의 작업을 두고 이 전 대표 복귀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무리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 특성상 전문성이 중요한 자리인데도 대외 홍보 역량에만 치중된 인사 결정이라는 것. 태광그룹 핵심 관계자는 “석유화학은 정유사처럼 전문성이 강한 CEO가 요구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업계 기준에 따지면 의외성이 크다.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사장 선임은 석유화학 50대 기업 중 사실상 최초일 것”이라며 “그룹사에 들어온 지 6개월 정도인 데다 태광산업 대표이사 교체 주기가 2회 연속 1년 정도다. 사업 안정화와 더불어 총수 ‘친정’ 체제를 구축하기에도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2018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2차 파기환송심. 사진=연합뉴스


#투자도 ESG 경영 다짐도 “못 믿겠다

 

태광산업은 2021년 10월 이 전 회장의 만기출소 후 지난해 초 공채 출신 내부 인사를 선임한 바 있다. LG화학과 효성 임원 출신 외부 영입인사로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꾸린 지 10개월 만에 난 비정기적 인사라 당시에도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 전 회장은 횡령과 배임, 법인세 포탈 등의 혐의로 2011년 구속 기소됐고 이듬해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대표이사를 포함해 그룹 내 모든 법적 지위와 회장 직에서 물러났다. 2019년 3년형을 확정 받고 2021년 10월 형기를 마친 뒤 출소했다. 취업 제한에 따라 2026년 10월까지 관련 기업에 취업이 불가한 상태였지만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태광은 2022년 말 총 12조 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계획을 공표했다. 12조 원 가운데 8조 원을 5년간 집중 투자하겠다는 선언이 눈길을 끌었다. 신규 채용 인원만 7000명 규모다. ​​하지만 2023년을 투자 원년으로 삼은 게 무색하게 투자계획은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구상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를 두고 이형철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대표는 지난 11월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지난해(2022년) 12월 16일 발표한 대규모 투자는 신년 특별사면·복권에 대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개최를 정확히 일주일 앞둔 시기였다”며 “이에 대한 후속조치는 조금도 전진하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2023년 10월 태광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된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 사진=연합뉴스

 

투자가 소리 소문 없이 유예되면서 실적은 악화일로다. 2021년 석유·화학 업황 호조에도 불구하고 태광산업의 영업이익이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줄어 1조 765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844억 원으로 152% 증가했다. 새해 1월 ESG 경영 5개년 계획을 확정하고 쇄신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그룹 안팎에서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과거 태광그룹 배임 혐의 등을 고발한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새로운 사법리스크가 경영 일선 복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본다”며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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