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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층에 에어비앤비 숙소 1개면 다행, 2~3개인 곳 있어"…불법 공유숙박에 시름하는 오피스텔

"관리실에 에어비앤비 얘기하지 말라" 당부…"쓰레기는 분리수거" 요청해도 안 지켜져

2024.01.02(Tue) 09:22:54

[비즈한국] 에어비앤비를 통한 불법 숙박업소 운영이 반복되고 있다. 호스트들은 “낯선 이에게 이곳에 온 사실을 알리지 말라”며 이용객들에게 당부까지 한다. 관광객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을 개정해 숙박시설의 범위를 넓히고 내국인도 이용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각국에서 주거환경 개선 등을 이유로 에어비앤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에어비앤비 관련 논의가 쉽사리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남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 로비에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쓰레기 배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현행법상 오피스텔은 공유숙박 시설로 등록할 수 없다. 사진=김초영 기자

 

#숙박공유업소 1.8%만이 부가가치세 신고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 플랫폼을 이용한 공유숙박업소 100곳 가운데 98곳은 미신고 운영 중이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숙박공유업 사업자가 신고한 부가가치세는 총 1233건이다. 과세표준으로 환산하면 217억 9400만 원(매출신고액)이다. 그러나 숙박 분석업체 에어디앤에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에어비앤비의 우리나라 월평균 리스팅 수는 6만 2861건이다. 숙박공유업소 가운데 1.8%만이 부가가치세 신고를 한 것이다.

 

미신고 숙박업소는 주로 관광지 인근에 자리한다. 오피스텔과 한 동으로 구성된 ‘나 홀로 아파트’가 대상인 경우가 많다. 강남·신논현역에도 이러한 불법 숙박업소가 밀집해 들어서 있다. 서초구 서초동의 A 오피스텔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무분별한 쓰레기 배출로 몸살을 겪고 있다. 숙박시설을 이용하면서 발생한 쓰레기를 수거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버리거나,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버리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업무시설로 분류되는 오피스텔 로비에 뜬금없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쓰레기 배출 안내문이 붙는 일도 나타난다. 12월 27일 방문한 A 오피스텔 1층 로비 벽면에는 영문으로 적힌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일반·음식물·재활용 쓰레기를 각각 어떻게 배출해야 하는지, 배출 장소는 어딘지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강조된 글씨로 ‘공용 복도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버리기 전까지 모든 쓰레기를 집 안에 보관하세요’와 ‘반드시 하얀색 쓰레기봉투를 이용하세요. 1층 편의점에서 구입 가능합니다’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오피스텔 주민 B 씨는 “업무 시간에는 현관문을 열어 놓다 보니 맞은편 호수에 외부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내국인도 가족이나 친구 단위로 종종 방문하는 것 같다. 1층과 엘리베이터에서 대형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을 여러 번 마주쳤었다. 그래도 우리 층은 이런 숙소가 한 곳밖에 없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층에는 불법 숙소가 2~3개까지 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쓰레기 무단투기, 소음 문제…위치 노출되지 않으면 적발 어려워

 

현행 관광진흥법상 공유숙박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농어촌민박업 또는 한옥체험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지를 빌려주는 개념이기에 집 주인이 반드시 실거주를 해야 한다는 요건도 있다. 이러한 까닭에 오피스텔 등 원룸형 주택은 등록이 아예 불가하다. 내국인은 2020년부터 토종 숙박 플랫폼인 위홈을 통해서만 도시권 주택 등에서 숙박이 가능해졌다. 위홈에 공유숙박업 특례 신청을 할 경우 180일까지 내국인을 상대로 숙박이 가능하다. 하지만 에어비앤비 등에는 내국인의 이용 후기가 버젓이 올라오고 있다.

 

무신고 숙박업소는 소방이나 전기 등의 안전 사각지대다. 허위 정보가 기재되거나 청소, 세탁 등의 서비스 수준도 보장할 수 없어 이용객 피해가 우려된다. 숙박업계에서는 불법 숙박업소가 합법적으로 운영 중인 숙박업소에도 부정적이라고 말한다. 인근 주민들은 사생활 침해, 쓰레기 무단투기, 소음 문제 등을 호소한다. 이밖에 영업 신고를 하지 않으며 세금을 회피하는 점도 문제다. 최근에는 공유숙박 플랫폼이 임대주택 물량 감소 및 주거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준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각국에서 공유숙박업 규제에 나서고 있다.

 

호스트가 공지를 통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무신고 숙박업자는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무신고 숙박업소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현장을 확인해야 하는데, 숙소의 정확한 위치는 플랫폼에 올라오지 않는데다, 호스트들이 누가 찾아오는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까지 알려주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일부 호스트는 “게스트 및 호스트의 안전과 사생활을 위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아파트 관리인을 비롯한 낯선 이에게 알리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임대료 상승에 각국 에어비앤비 규제 강화 움직임

 

이러한 상황을 두고 내국인도 에어비앤비 등을 통해 이용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도시민박업 등록 대상 건축물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숙박의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공유숙박업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는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고, 숙박시설의 건축물 종류 및 용적률 등을 개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는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여럿 발의된 상황이다.

 

에어비앤비 관련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 뉴욕시는 지난 9월부터 2명 이상 실거주 사실을 증명해야 에어비앤비 숙소 등록이 가능하도록 했다. 뉴욕시는 “거주용 주택은 거주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뉴욕시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내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밖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덴마크 코펜하겐, 말레이시아 페낭에서도 개인 주택을 에어비앤비 숙소로 이용하는 것을 제한했다. 이탈리아, 튀르키예 등에서는 세금 등을 강화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지난 9월부터 숙박업 영업 신고를 하지 않고 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에서 불법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이들을 집중수사하고 있다. 관광객 밀집 지역인 역사 주변 및 청와대, 광화문 등 도심 지역이 대상이다. 앞선 지난해 10월 한 차례 수사를 벌였던 민사단은 올해 4월까지 에어비앤비를 통해 불법 숙박업을 벌인 76명을 입건한 바 있다. 수사 결과 불법 숙박업자들은 한달 평균 200만~400만 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25개 자치구와 정보공유와 시민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계속 민원이 들어오고 있어서 수사를 하고 있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내부적으로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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