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잠들기 전, OTT 플랫폼을 오가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콘텐츠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대한민국. 올해도 수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OTT를 통해 선보였고, 화제를 모으거나 외면을 당했고, 호평받거나 악평받았다. OTT계의 공룡 넷플릭스, 그를 쫓는 토종 OTT들과 올해 환하게 웃은 디즈니플러스 등 2023년 OTT 결산을 플랫폼 별로 정리해 봤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미약했던 넷플릭스
한 줄 평: 넷플릭스, 이름값에 어울리는 작품을 보여줘!
2023년에 파트2를 공개한 ‘더 글로리’를 포함해 14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인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작은 좋았다. ‘더 글로리’ 파트 1이 2022년 12월 30일 공개됐기에 2023년의 실질적인 시작이었다. ‘더 글로리는’ 공개 직후 한국 및 다수의 아시아권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파트2가 공개되고 3월 13일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월드와이드 1위를 차지하는 등 명실상부한 메가 히트작이 되었다. 지난 12월 12일 넷플릭스가 최초 공개한 반기 시청현황(인게이지먼트) 보고서에 따르면, ‘더 글로리: 시즌1’이 누적 6억2280만 시간으로 상반기 누적 시청 시간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그 이후 작품성과 흥행성 면에서 고루 점수를 받은 작품이 많았냐 묻는다면 글쎄올시다.
특히 이야기의 내실보다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도파민 충족에 몰두한 듯한 작품들이 아쉬웠다. ‘퀸메이커’가 김희애와 문소리라는 걸출한 배우들의 연기를 ‘과잉 소비’하면서 도파민 충족에 나섰다면, ‘셀러브리티’는 부족한 개연성과 진부한 스토리, 어설픈 연기 등이 총 집결합되며 스트레스까지 안겼다. 김우빈이 주연을 맡은 ‘택배기사’와 우도환, 이상이 투톱의 ‘사냥개들’, 김남길과 서현의 ‘도적: 칼의 소리’도 실망스러웠고, 연말 공개된 ‘경성크리처’는 연이은 넷플릭스에 대한 실망에 종지부를 찍는 듯한 느낌까지 줬다.
물론 사막에도 꽃이 피고 비가 내린다고, ‘더 글로리’ 외에도 좋은 작품은 있었다. 이한별, 나나, 고현정 세 명의 배우가 같은 인물을 연기하고, ‘은퇴작 아니냐’는 말을 들을 만큼 살벌한 ‘오타쿠’ 연기를 펼친 안재홍과 ‘염바르뎀’ 별명을 받은 염혜란이 가세한 ‘마스크걸’은 흥행과 함께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배우들의 역대급 연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열연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세밀한 자문과 고증이 눈에 띄는 탄탄한 대본과 정신질환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로 근래 보기 드문 힐링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시즌2를 선보인 ‘D.P.’는 시즌1의 인기에는 못 미쳤으나 시리즈의 훌륭한 마무리로는 부족함이 없었다는 평.
영화로 눈을 돌려도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 강수연의 유작인 ‘정이’를 비롯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와 ‘길복순’, ‘발레리나’ ‘독전 2’를 선보였는데, 전도연의 액션이 돋보였던 ‘길복순’이 화제성을 모은 것을 빼고는 호평 받은 작품이 드물다. 다만 예능과 다큐에선 ‘피지컬: 100’ ‘사이렌: 불의 섬’ ‘성+인물’ 시리즈, ‘데블스 플랜’,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양보다 질’을 증명한 디즈니플러스 & 쿠팡플레이
한 줄 평: 잘 키운 콘텐츠 하나, 넷플릭스 열 콘텐츠 안 부럽다!
몸집은 넷플릭스에 비교할 수 없지만, 올해 내실을 잡고 미소를 지은 쪽은 디즈니플러스라 봐야겠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한국형 히어로 드라마 ‘무빙’은 65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와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문성근, 고윤정, 이정하, 김도훈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진작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인데, 기대에 부응하며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무빙’ 공개 직후 국내 디즈니플러스 활성 이용자 수가 무려 46% 급증했고, 한국갤럽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영상 프로그램’에서 9월 1위는 물론, 12월 28일 콘텐츠 커뮤니티 키노라이츠가 공개한 2023 결산 통합 랭킹에서 ‘더 글로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가 디즈니플러스의 증가 선전 이유로 ‘엘리멘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와 함께 미국 외 해외 작품으로 유일하게 ‘무빙’을 언급했을 정도다. ‘무빙’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서 손을 뗀다는 루머가 한때 있었을 만큼 죽어가던 디즈니플러스를 살린 구원투수로 평가된다. 이 외에 최민식의 열연이 빛났던 ‘카지노’와 이성민의 열연이 빛났던 ‘형사록’이 올해 시즌2를 선보이며 마무리되었고, 호불호는 갈리지만 범죄 액션 드라마 ‘최악의 악’과 ‘비질란테’도 주목을 받았다.
올해 ‘미끼’와 ‘소년시대’, 단 두 편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선보인 쿠팡플레이도 잘 만든 콘텐츠 하나로 연말에 웃는 중이다. 11월 24일 시작해 12월 22일 끝난 ‘소년시대’는 임시완의 놀라운 코미디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시청자가 급속도로 증가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쿠팡플레이는 현재 토종 OTT 플랫폼 중 티빙과 웨이브를 제치고 1위. 내년에는 오타니 쇼헤이의 LA 다저스 공식 데뷔전이 될 메이저리그(MLB) 서울 시리즈도 한국에선 쿠팡플레이가 단독 생중계할 예정이라 쿠팡플레이의 체급 또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버텨라, 그것이 곧 이기는 길이니! 티빙 & 웨이브
한 줄 평: 올해 수고했고, 내년에 합병하면 두고 보자!
대표적인 토종 OTT로 꼽히는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 12월 5일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티빙 월 활성 이용자(MAU) 수는 510만 명, 웨이브는 423만 명으로, 만약 두 OTT가 합친다면 단순히 산술해서 1000만 명에 육박하는 몸집이 된다는 소리다. 월 활성 이용자 1000만 명이 넘는 넷플릭스에 비해 몸집이 작은 티빙과 웨이브지만 유의미한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티빙은 올해 ‘아일랜드’ 파트2’를 시작으로 ‘방과 후 전쟁활동’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것’ ‘잔혹한 인턴’ ‘운수 오진 날’ ‘이재, 곧 죽습니다’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선보였다. 이중 유연석의 연기 변신이 돋보이는 ‘운수 오진 날’로 하반기 화제를 모았고, 12월 15일 파트1를 공개한 서인국, 박소담 주연의 ‘이재, 곧 죽습니다’가 43개국 TOP 10 진입에 성공하며 내년 공개될 파트2까지 힘을 받쳐줄 것으로 보인다. 예능으로는 ‘마녀사냥 2023’이 2주 연속 티빙 원작 중 주간 유료가입기여자 수 1위를 달성하며 초반 화제를 모았고, 12월 29일 시즌3로 돌아올 ‘환승연애’가 ‘과몰입 연애 리얼리티’의 명성을 공고히 할 예정이다. 웨이브는 이나영 주연의 담백한 미드폼 형식의 ‘박하경 여행기’와 유승호, 김동휘 주연의 ‘거래’를 오리지널 드라마로 선보였고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드라마보다 ‘국가수사본부’ ‘악인취재기’ ‘악인취재기; 사기공화국’ 같은 다큐멘터리와 예능 ‘피의 게임’ 시즌2 등 이색적인 도전이 많았으며 화제성 또한 좋은 편이다.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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