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화려한 매력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메이크업 업계의 뒷면은 어둡기만 하다. 메이크업 업계 특성상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출·퇴근 하는 것은 바라기 힘들다. 근무환경이 좋지 않음에도 단순히 ‘메이크업’이라는 일이 좋기 때문에 버티며 지내지만 임금체불이나 노동착취 문제로 청년들의 열정은 식어간다.
지난해 청담 숍에서 메이크업 어시스턴트로 약 1년 동안 근무하다 나온 A 씨(23)는 근로시간에 대한 스트레스로 일을 그만두고 청담에서 나왔다. 주 52시간제를 지키는 ‘척’만 하고 전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담동은 이 업계에서 모두가 일하고 싶어 하는 곳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메이크업 업무가 좋아 부산에서 올라온 B 씨(25)는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프리랜서 밑에서 일한 지 1년이 넘었다. 하지만 B 씨는 월세도 낼 수 없을 정도의 급여를 받아 가며 경력을 쌓고 있다고 전했다.
#정당한 대우 받지 못하는 젊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여러 형태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숍에 소속되거나 패션·방송·광고 등 업계에서 어시스턴트로 일을 배우게 된다. 숍에서 일하게 된다면 직원으로 분류되는 ‘근로자’이기 때문에 주 52시간제부터 야근수당, 추가 근무수당 등을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그 외에는 주로 ‘실장’이라 불리는 프리랜서 밑에서 일을 하면서 기술을 배우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이 경우에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500명 이상 입장해있는 SNS 구인구직 채팅방에서는 “시급 못 받는다 생각 마시고. 배운다 생각하세요. 미용은 기술직이라ㅎㅎ”며 임금 체불을 당연시하는 말을 꺼냈다. 이어 다른 대화자도 “일 시작하고 최소 5년은 생각하고 숍이든 열정페이든 많이 경험하셔야 합니다”라며 열정페이에 거리낌 없는 말을 꺼냈다.
청담 숍에서 메이크업 어시스턴트로 근무했던 A 씨는 “주 52시간제를 본인들의 기준으로 지키려 한다. 중간에 두세 시간이 비게 되면 그 시간만큼 급여를 주지 않기 위해서 집에 가서 쉬라는 경우도 있다. 청소시간이나 메이크업 재료 준비 및 관리하는 시간은 근무시간에서 제외한다”며 “월급은 정상적으로 주지만 교육비, 식비 명목으로 다시 돈을 많이 가져가 남는 게 없다. 야근수당이나 추가 근무수당은 없다”고 했다.
유명 프리랜서 밑에서 일한 B 씨는 “방송·광고업계에서 주로 일을 했다. 스케줄은 주로 실장을 따라가는데 아침, 밤, 새벽 상관없이 나가야 했다. 나를 위한 교육은 따로 없었다. 한 달 기준 20일 정도 출근했다. 다음날 출근 여부는 하루 전에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상시 대기 상태로 휴무는 따로 없었다”며 “이렇게 일을 해도 한 달에 50만~80만 원만 받았다”고 밝혔다. A 씨와 마찬가지로 명목상 기술을 알려준다는 이유로 저연차에게 임금을 많이 지급할 수 없다고 한다.
영화, 드라마에서 일하고 있는 프리랜서 C 씨(28)는 “몇 명의 실장에게 일을 따로 받아 현장으로 출근하는데 근무시간이 처음 공지된 내용과 다른 경우가 많다. 10시간 근무하러 갔는데 갑자기 밤샘 촬영하고 다음날 촬영이 끝나기도 하는데 돈은 그만큼 주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26시간 연속 촬영하고 9만 원밖에 못 받았다”고 억울함을 표현했다.
#대물림 되는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
세 사람 이야기의 공통점은 모두 일에 관련된 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일을 한 만큼의 정당한 보수를 받지도 못했다. 이들은 개인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약 5년 동안 이 생활을 반복해야 한다고 했다. 5년이라는 시간은 기술을 배우고 독립할 수 있는 기간이다.
노동착취나 임금체불 문제를 고용노동부나 법률구조공단에 신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세 사람은 고질적인 업계의 관행을 꼬집었다. 업계가 좁은 특성상 인맥 중심으로 일을 받는 경우가 많다. 신고를 하면 다음부터 본인을 불러주지 않기 때문에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숍의 경우도 신고를 하게 되면 같은 이유 때문에 유명 숍이 분포돼있는 청담 쪽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된다.
방송업계에서 일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D 실장(35)은 “한 번이라도 봤던 사람들 위주로, 지인 위주로 사람을 구한다. 스케줄 펑크 내는 일이 많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전했다.
뷰티업계가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신규 유입되는 학생이 많은 것도 한몫한다. 기술을 배우려는 새로운 인력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너 아니어도 쓸 사람 많아’라는 식의 대우를 받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술을 배워야 하고 성장해야 하는 저연차 아티스트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원인에 대해 N 뷰티 아카데미 부원장은 “10~20년 전 그렇게 성장해 지금 자리 잡은 이들이 시대에 맞지 않게 똑같이 대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그런 현상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악습은 존재한다. 이렇게 지속되다 보니 독립할 때까지 악으로 4~5년 버티는 사람만 살아남는다”며 “저연차들의 열정을 식게 만들고 업계를 떠나가게 되는 안타까운 현상”이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양휴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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