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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국내 1호 조각투자 '호박'이 쏘아올린 작은 공

청약률 650.23% 성공적 출발, 미술품 투자 관심 높아져…매력적 투자 자산 확보가 관건

2023.12.27(Wed) 10:33:10

[비즈한국] 최근 국내 1호 조각투자 상품 청약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열매컴퍼니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호박’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투자계약증권이었는데, 12억 3200만 원 가량 모집에 72억 980만 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결국 최종 청약률은 650.23%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조각투자 상품을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소액 투자자 여러 명이 고가의 부동산이나 예술품 등을 나눠 지분 투자해 수익을 분배하는 조각투자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투자상품 중 증권, 증권에서 다시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된다. 증권사 플랫폼이 아닌 발행 업체 홈페이지를 통해 청약받는 투자계약증권은 주식이나 펀드와 달리, 2차 거래할 수 있는 유통시장이 없다.

 

국내 1호 조각투자 상품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미술품 조각투자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즉, 청약이 시작되면 투자자들은 증권신고서를 확인하고 직접 기초자산이 되는 미술품을 실물 확인할 수도 있지만, 상장 첫날부터 매매가 가능한 주식과 달리, 배정받은 투자계약증권을 바로 매도할 수 없다. 향후 작품이 매각돼야 수익과 함께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몇 년간 투자금이 묶여있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혼자 소유하기에는 어려운 고가의 미술품부터 시계, 자동차, 부동산, 저작권 등 다양한 품목에 적용돼 소유권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들어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아트바젤과 스위스연방은행이 발행한 ‘2023 미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예술품 판매 시장 규모는 678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9조 1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처음으로 집계에 포함된 우리나라는 점유율 1%를 기록했다고 하니, 미술품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자들의 미술품에 대한 투자는 지속돼 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자 중 미술품 투자를 한 적이 있거나 현재 미술품을 보유 및 투자하고 있는 경우는 30.6%였다. 이는 지난해보다 5.2%포인트 증가한 수치였다. 미술품에 관심 있는 부자들은 작품당 ‘최대 6000만~1억 원 미만’(24.2%)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1000만~3000만 원 미만’(23.6%), ‘3000만~6000만 원 미만’(23.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던 ‘1000만~3000만 원 미만’(27.3%)과 비교해 봤을 때, 올해 부자들의 미술품 지불 의향 금액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본격적으로 미술품 투자에 나서는 부자의 수가 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걸음마 단계인 조각투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해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향후 조각투자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부자의 28.8%가 ‘향후 투자하거나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고, 55.0%는 ‘향후 투자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예상보다는 새로운 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은 있는 상황이지만, 조각투자 의향이 없는 이유로는 ‘조각투자에 대해 잘 몰라서’(42.3%)와 ‘기존 투자로 충분해서’(37.3%)가 가장 많았다. 다만, 조각투자 경험이 있는 투자자의 경우, 조각투자 시장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였다.

 

최근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명품 시계 정보를 공유하고,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슷하게 생긴 것처럼 보이는 시계에 이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시계 안에 녹아있다는 장인의 기술이다. 장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시계는 아름다운 디자인과 뛰어난 품질은 물론, 소규모 부티크에서 특별한 사람에게만 판매한다는 철학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쉽게 살 수 없는 명품 시계 대신 조각투자는 어떠냐는 질문에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제도권 금융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지만, 투자의 본질인 수익성에 있어서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조각투자 시장도 유망한 투자처가 될 전망이지만, 향후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자산 확보가 중요해 보인다. ​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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