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23년 민간위탁 ‘사회적 가치 기여’ 평가 항목에서 A+ 등급을 맞았던 서울여성공예센터가 폐쇄될 전망이다. 서울시에서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에는 현재 53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 중 16개 입주 기업이 1년 계약 연장 심사를 통과해 내년에도 운영될 전망이었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입주 기업들은 내년 2월까지 퇴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위탁기관이 바뀔 때마다 ‘고용승계’ 하기로 했던 15명의 서울여성공예센터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비즈한국 취재 결과, 이 사업은 지난 9월 서울시가 이미 서울시의회에 재위탁 동의를 받았다. 서울시는 2024년에도 관련 예산을 편성하겠다며 2026년 12월까지 민간위탁 운영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두 달 후 돌연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기관 폐쇄를 결정한 것이다.
#상임위서 18억 원 예산 회복했다가 다시 삭감…이유도 몰라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은 서울시가 민간위탁을 맡긴 곳이다. 위수탁사업 범위는 △여성 창업 및 경제활동 참여 제고를 위한 여성 공예 창업 공간 지원 △입주 여성 공예인의 창업(성장)지원 사업 추진 △공예 분야 생활 창작 및 시민 참여 활성화 사업 추진 등이다. 지역 주민을 위한 축제전시 개최, 대학생 창업 행사 등도 진행했다. 국내에선 유일한 여성 공예 창업 시설로 입주 기업만 53개에 이른다.
이곳에 입주한 연장대상 19개 기업 중 16개 기업은 연장 계약을 희망했고, 지난 10월 1년 계약 연장 심사를 통과해 2024년에도 계속 운영할 예정이었다.
서울시는 11월 1일 센터 운영비를 전액 삭감한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같은 달 27일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운영비 18억 원을 증액했다. 그러나 12월 최종 예산결산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예산이 다시 삭감돼 기관 폐쇄가 불가피해졌다.
11월 27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2024년도 여성가족정책실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심사에서 이소라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증액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미편성 서울여성공예센터 운영비 18억 원을 증액”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증액 건은 위원 전원 동의로 통과됐다. 이후 예산결산위원회에서 관련 금액이 다시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에 최종 편성된 내년 예산은 3억 원가량이다. 서울여성공예센터 관계자는 “운영은 올해까지로 서울시는 내년 2월까지 퇴거 정리 기간을 준다고 했다”고 전했다.
12월 22일 서울특별시 본회의에서 박유진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서울에서 2017년부터 지금까지 7년 가까이 한 해에 53개 되는 인큐베이팅 창업 지원을 하는데 대상을 딱 정했다. (중략) 7년 동안 열심히 인큐베이팅 해왔다. 공예는 가죽, 철, 만들 인프라가 많이 필요하다. 상임위에서 통과한 연 18억 정도 예산이 한 방에 날아갔다”며 비판했다.
#8월에 민간위탁 연장 동의 받아놓고 두 달 후 전액삭감
이 사업은 지난 8월, 서울시가 ‘민간재위탁 동의’를 이미 받은 안건이다. 당초 서울시는 2026년 12월까지 여성공예센터를 연장 운영할 계획이었다. 서울시는 자발적으로 서울시의회에 ‘민간위탁 재동의’를 받고 2024년에도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서울시는 8월 서울시의회에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 민간위탁(재위탁) 동의안’을 안건으로 올렸다. 제안 설명에는 ‘여성관련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서울여성공예센터는 여성공예인의 창업 등 경제활동 참여의 지원 및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시설로서 전문지식과 활동경험, 인적자원 등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 법인 또는 단체에 민간위탁을 추진’이라고 명시했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여성관련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등에 따라 민간위탁이 필요하다면서 2024년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재위탁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예산으로 17억 5014만 4000원을 소요했다고 밝히면서 종합성과평가 역시 78.76점(60점 요건 충족)으로 재위탁 요건을 충족했다고 했다. 이 안건은 9월 15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61명 중 찬성 60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평가한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의 서울시 민간위탁 종합성과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더아리움은 종합성과평가 78.76점을 맞아 재위탁 요건을 충족했다. 또 ‘사회적 가치 기여’ 항목 3개 세부지표 모두에서 최고등급인 A+를 받았다.
당초 서울여성공예센터는 민간위탁 협약에 따라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했다. 2022년 1월 수탁법인이 변경될 때도 16명 중 이전 수탁법인 본사로 복귀하는 2명을 제외한 14명을 고용승계했다. 그러나 현재 이곳에 근무하는 15명의 직원들은 2024년부터 일자리를 잃는다.
이에 대해 서울특별시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민간위탁 동의안은 해당 사업에 대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후 2024년 예산안에 대해 논의했고,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삭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주 기업들 “계약 연장해놓고 퇴거 통보”
당장 오는 2월에 퇴거해야 하는 입주 기업들은 당황스럽다. 서울여성공예센터를 이용하던 시민들도 불만을 토로한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A 씨(24)는 “불과 두 달 전 서울여성공예센터에서 열린 축제에 참가했는데, 갑자기 없어진다고 해서 황당했다. 평소 열리는 프로그램을 잘 이용했는데, 왜 없애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입주 기업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서울시는 “서울여성공예센터는 운영을 종료하지만 본 시설은 서울시 경제 활성화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시설로 재검토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서울여성공예센터 입주기업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할 예정이다. 연장 대상이던 B 기업 관계자는 “퇴거 통보를 듣기 하루 전 작업실에 대형 레이저커팅기를 설치했다.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설치 인건비만 100만 원 이상, 기기 비용만 1000만 원 이상이 들었는데 나가라니 허무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연장 대상 C 기업 관계자는 “내년도 연장평가 서류, 최종면접까지 많은 노력을 들였다. 향후 3년까지는 예산이 확보됐다고 해서 사업을 확장한 상태였는데, 당장 고객들과의 신뢰가 모두 깨지게 생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입주 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장 대상 D 기업 관계자 역시 “연장평가를 최종 통과한 후 제품 개발에 필요한 장비 2대를 구매했다. 갑자기 퇴거 통보를 받았고, 생계를 잃게 생겼다”고 밝혔다.
연장 대상 E 기업 관계자는 “거주지도 인근으로 옮겼다. 시에서 운영하는 사업인데 사업 시작 7개월 만에 세입자를 쫓아내다니 당황스럽다. 서울여성공예센터 사업에 참여한 다양한 사람들이 창업과 창작 공간을 잃게 됐다”고 토로했다.
전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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