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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저출생 상품 판매엔 '적극' 직장 어린이집 확대엔 '소극'

4대 은행 어린이집 전국에 24곳…수도권에 집중, 지방은 3곳에 불과

2023.12.26(Tue) 17:19:03

[비즈한국] 시중은행이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 등 인구 문제 극복을 위한 상생금융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업무 협약도 맺었다. 그러나 정작 직장 어린이집 설립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별 직장 어린이집 운영 현황을 들여다봤다. 

 

최근 시중은행이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한 상생금융 상품을 출시하는 가운데, 정작 은행 직원들을 위한 직장 어린이집 설립에는 소홀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하나은행 부산 연산동지점에 마련된 상생형 공동 직장어린이집. 사진=연합뉴스


#75.7명당 한 명 이용 가능…직원 수 대비 턱없이 부족

 

올해 6월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직원 수는 5만 3640명으로, 은행당 평균 1만 3410명에 달한다. 그러나 직장 어린이집의 수는 턱없이 모자라다. 각 은행에 따르면 전국에서 운영되는 시중은행의 직장 어린이집 수는 24곳에 불과하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10곳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5곳, 국민은행 5곳, 우리은행 4곳이다.

 

어린이집 정보공개포털에 공개된 어린이집의 아동 정원 수를 바탕으로 직원 몇 명당 한 명꼴로 어린이집 이용이 가능한지 계산해보니, 하나은행 14.5명, 신한은행 49.1명, KB국민은행 52.3명, 우리은행 75.7명당 한 명이 이용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어린이집 정원 수는 대부분 50~70명 안팎이다. 다만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2월 인천 청라에 개원한 상생형 공동직장어린이집의 정원이 국내 최대 규모인 300명에 달해 평균을 끌어올렸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2008년 경기도 고양시에 문을 열었다. 은행별로 우리은행 2010년, 하나은행 2013년, 국민은행 2015년에 각각 첫 번째 직장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전체 시중은행 직장 어린이집의 75%는 보육수당제도가 폐지되는 등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강화된 2015년 이후 지어졌다. 국민은행의 경우 5곳 모두 2015년 이후 건립됐다.

 

#그마저도 수도권 집중…지방은 3곳이 유일

 

은행마다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지만,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은행권이 저출생 극복 차원에서 대출 이자 감면이나 예·적금 우대금리 상품을 내놓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지원하며 상생을 외치는 것과 달리 정작 자사 직원을 위한 어린이집 설립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것.

 

시중은행 직원 C 씨는 “주위에선 프로그램이나 시설 모두 직장 어린이집이 국공립 어린이집보다 낫다고 하고 정원도 충분하지만, 집이 직장과 멀다 보니 아이를 데리고 등하원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결국 집 근처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택했다. 직장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직원은 대부분 직장과 집이 가까운 경우다”라고 말했다. 

 

직장 어린이집이 수도권에 집중된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시중은행 가운데 수도권이 아닌 곳에 직장 어린이집을 개원한 경우는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하나은행은 2019년 부산을 시작으로 광주광역시와 대전에 각각 2019년, 2021년 중소기업 근로자와 함께하는 상생형 공동직장어린이집을 열었다. 이 밖에 신한은행이 경기도 고양시에 2곳, 우리은행이 경기도 성남시에서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민은행의 경우 모두 서울에 위치한다.

 

​영유아보육법 제14조는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근로자의 육아 부담을 완화하려는 취지다. 특히 출산 후 복귀율 증가 등 여성의 경제 활동 제고 및 저출생 문제 해소 목적이 컸다. 4대 시중은행의 경우 여성 임직원 수가 절반에 달하는 만큼 직장 어린이집을 더 확대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수도권에 직원 많아…확대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직원이 수도권에 많다 보니 직장 어린이집 또한 수도권에 지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원이 서울에 몰려 있다. 직원 수요에 따라 ​어린이집을 ​설립해야 하지 않겠나. 출산율이 떨어지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지어 놓고 들어오지 않으면 소용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방에는 대부분 지점이다 보니 직원 수가 많지 않다. 이런 경우 어린이집이 자택이나 직장 근처라는 장점이 없다 보니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직장 어린이집을 확대할 계획을 세운 은행은 없다. 국민·우리은행은 “현재 (확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정부 정책과 출산율 등의 통계를 보면서 직원들 복지를 위한 직장 어린이집 확대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직원들의 수요가 있는 곳이면 지역과 무관하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직장 어린이집은 저출생, 양육 부담 완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중요한 정책이지만,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충분히 만들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 정부의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는 정책적 방향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기업에 정책 혹은 세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직장 어린이집을 확충할 수 있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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