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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턱없이 비좁은 부스에 흡연자들 바글…서울역 이용자들 간접흡연 고통 호소

흡연자도 들어가기 싫을 정도로 관리 부실…서울역 “단속 권한 없어 권고만”

2023.12.22(Fri) 16:23:33

[비즈한국] 흡연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풍경은 어딜 가나 쉽게 볼 수 있다. 부스 밖에 나와 거리흡연 행위가 늘어나면서 비흡연자와 흡연자 사이의 갈등이 나타난다.

 

서울역 3번 출구 흡연 구역(사진 오른쪽 부스). 흡연자들이 흡연부스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양휴창 인턴기자


#흡연부스 밖 흡연…비흡연자 숨 참고 다녀

 

서울역 3번 출구 인근 흡연부스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흡연부스를 설치해 흡연자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 하지만 비흡연자도 흡연부스 바로 앞 통로로 다녀야 해서 불편함을 겪기도 한다.

 

비흡연자인 30대 직장인 A 씨는 “이 길(흡연부스 옆 통로)이 회사 가는 빠른 길이라 여기로 다니게 된다. 부스 밖 흡연자들 때문에 냄새가 역해 숨을 참고 다닌다”며 “부스 밖은 금연구역인 걸로 아는데 역이든 구청이든 출퇴근 시간에는 단속 좀 강화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흡연자들도 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유가 있었다. 20대 직장인 B 씨는 “흡연부스가 개방형으로 뚫려 있지만 냄새가 역하다. 아무리 흡연자여도 냄새가 배는 건 싫다”고 말했다. 30대 C 씨는 “냄새가 싫어서 전자담배(권렬형)으로 바꿨다. 여기가 아니더라도 부스 내부는 냄새가 심해 들어갈 엄두가 안 난다”며 “전자담배 전용 흡연부스를 따로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불편함을 나타냈다.

 

흡연부스에 들어가 봤다. 일부 면이 막혀 있지만 뚫린 면이 많고 바깥으로 연기가 빠져나갈 수 있게 천장도 일부만 설치된 구조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냄새는 강했다. 바닥에는 침이 뱉어져 있고 쓰레기통 주변은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꽁초와 쓰레기들을 볼 수 있었다. 부스 앞 보행로도 여러 번 지나가봤다. 통로에서 흡연하는 사람이 없을 때도 부스에서 연기가 바깥으로 흘러나와 냄새가 났다. 부스 밖 흡연자가 많을 때는 연기를 피해 가야 할 정도로 불편해 단속이 필요해 보였다.

 

서울역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지만, 단속 권한이 우리에게 없어 어떻게 할 수 없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이기 때문에 특수 경비가 한 번씩 다니지만, 계도 조치만 하고 끝난다”며 “흡연부스 개량 계획은 있지만 구현 단계라 자세한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역 건물에 부착돼 있는 금연구역 안내. 사진=양휴창 인턴기자


#단속 권한 가진 용산구 "6명으로 구 전체 관리 어려워"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금연’을 기본적인 방침으로 내세우고 있다.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 제정을 시작으로 공중이용시설 금연구역 지정을 강화했고 2012년 흡연구역 폐지뿐만 아니라 2015년 모든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질병관리청에서 올해 12월 발표한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담배 흡연율은 2008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지만 최근 2년간 증가 양상을 나타낸다. 2023년 기준 일반담배 흡연율은 20.3%, 남성 흡연율은 36.1%이다. 전자담배 흡연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율은 2023년 4.3%로 최근 5년 사이 약 두 배 증가했다. 냄새에 거부감을 느끼고 건강을 조금이라도 더 생각하는 흡연자의 심리가 전자담배 흡연율을 높였다. 이에 흡연자가 부스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는 현상이 더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금연구역에서 흡연 시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역 주변을 담당하는 용산구 보건소 관계자에 따르면 “단속인력은 6명으로 2인 1조로 운영된다. 주 20시간, 하루 4시간 근무 형태이다. 아무래도 6명으로 용산구 전체를 관리하다 보니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공무원 수를 줄이려는 경향도 있고 인건비 문제 등의 이유로 인력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단속하는 단속원의 신분이 지자체별로 달라 신분증을 제시할 강제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용산구 단속인력은 공무원 신분으로 공무수행 권한이 있다”고 전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 센터장은 “흡연자들은 면적, 청결도, 외관 등에 상관없이 밀폐된 곳에 들어가는 걸 싫어한다. 한 공간에 흡연자들을 몰아넣는 것은 그들에게도 좋지 않다”며 “지금은 흡연자 수가 줄어드는 과도기적 현상이다. 10년 전에는 식당에서 흡연을 해도 비흡연자가 참았지만 이제는 비흡연자가 다수가 되면서 목소리가 커지고 갈등이 생긴 것으로 해석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갈등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 흡연부스를 만들더라도 위치 선정이 가장 중요하고 전문가와 협의 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근본적인 원인인 흡연율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흡연 에티켓 관련 글을 쓴 심효정 건강증진과장은 “흡연자에게도 ‘흡연권’이 있기에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강제할 수 없다. 하지만 흡연자도 비흡연자가 담배연기를 거부할 ‘혐연권(건강권)’을 존중해야 한다. 이 둘의 권리를 서로 충족하려면 상호 간의 최소한의 예의, 매너를 지켜야 하는 방법뿐”이라고 밝혔다.​ 

양휴창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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