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1월 30일 서울시가 서울을 상징하는 2024 서울색인 ‘스카이코랄’을 발표했다. 시민의 일상 속 주요 관심사와 트렌드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한강’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고,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한강에 가장 많이 방문하는 시간대인 해 질 녘에 볼 수 있는 노을 색상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했다고 한다. 최근 남산타워를 비롯한 주요 명소에 점등 중인 난색 계열 색상이 바로 스카이코랄이다.
서울색의 선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시는 2008년 전통 건축물에서 따온 단청빨간색, 꽃담황토색, 그리고 자연환경에서 따온 한강은백색, 서울하늘색 등 총 10가지 색을 발표했지만 각 색상의 차별화가 부족하고 무엇보다 가짓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지금도 서울 시내 택시에서 종종 보이는 꽃담황토색을 제외하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이번 서울색 선정은 이를 보완하여 콘셉트와 색상명 모두 기존과 차별화했다. 2008년 서울 색의 이름은 사물+색상명으로 틀에 박힌 듯 되어 있어 ‘관제’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딜 가나 관제 이미지가 붙으면 크게 흥행하기 어려운 법이다. 이번에는 천편일률적인 ‘서울◯◯색’ 대신 무형의 개념을 묘사함으로써 1차원적 작명을 벗어났다.
매년 특정한 색을 선정하는 컬러 마케팅의 원조는 색채 전문 기업인 팬톤이 1999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올해의 색’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2024년 유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복숭앗빛 컬러 피치 퍼즈(Peach Fuzz)를 선정했다. 선정 과정은 달라도 스카이코랄과 비슷한 계열로 정해진 것이 흥미롭다. 팬톤이 색채 분야에서 절대적 권위를 지닌 만큼, 팬톤 ‘올해의 색’ 역시 색깔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여러 분야에서 컬러 트렌드를 살피는 세계적인 척도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스카이코랄을 시작으로 매년 서울색을 발표하며 이를 활용한 다양한 굿즈도 발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노루페인트, LG화학, 투힐미 등과 협업한 서울 스탠더드 컬러북, 미니 소반, 서울색 립스틱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굿즈가 성공하려면 출시 방향이 중요하다. 여러 품목을 ‘보여주기’ 식으로 한 번에 다 풀지 말고, 한두 가지 품목을 정해서 추이를 보고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년 다른 색상으로 나오는 서울색 굿즈가 마니아층의 수집 대상이 되고, 지난 연도 굿즈가 출시가 이상의 가격으로 중고 거래가 될 정도라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다. 필기구 메이커 라미는 주력 만년필인 사파리를 베이스로 매년 다른 색상을 입혀 한정판으로 출시하고 있는데 이 또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색은 매년 완전히 다른 색을 선정하기보다 일정 기간을 잡고 같은 계열 안에서 명도와 채도를 조금씩 달리하여 발표하면 어떨까 싶다. 만일 지금처럼 계속 진행할 경우 10년에 10가지 색이 나오게 되는데 이것도 많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도출 근거와 네이밍을 차별화한다면 비슷한 색이라도 충분히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 어떤 프로젝트든 완벽한 상태로 시작하기보다 꾸준히 유지되면서 개선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자체가 매년 해당 도시를 분석하여 상징색을 발표한다는 이번 시도가 과거의 실패를 딛고 새로운 문화로 시민들 사이에 뿌리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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