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는 매년 예산안과 함께 5년 단위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정부가 중기적으로 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재원을 배분하는 계획으로, 과거 ‘경제개발 5년 계획’의 새로운 버전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인지 정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내놓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첫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내놓은 노무현 정부는 사회복지에, 이명박 정부는 연구·개발(R&D)에, 박근혜 정부는 문화·체육·관광에, 문재인 정부는 보건·복지·고용에, 윤석열 정부는 교육에서 가장 높은 지출 증가율을 예고했다.
정부는 과거 경제를 중장기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5개년 계획을 발표해오다 신경제 5개년 계획(1993~1997년) 이후 수립을 중단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사라진 뒤 중기 발전 계획 없이 매년 그때그때에 따라 정부 정책이 운영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중장기적인 국가 재정에 대한 계획 없이 지출을 하면서 재정 건전성이 위험해진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러한 지적에 노무현 정부는 2004년에 처음으로 5년 단위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했다. 2007년부터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매년 국가재정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향후 5년간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 출범 후 처음 내놓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후 나오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아무래도 변화하는 경제 상황과 세입, 각종 선거 결과 등으로 인해 내용이 달라기지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았던 ‘2004~200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5년간 총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6.3%로 잡았다. 분야별로 보면 사회복지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이 12.2%로 총지출 증가율의 2배에 가까울 정도로 12개 분야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노무현 정부가 정책 우선순위에 ‘국민의 기본생활 보장’을 뒀던 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5년간 국방예산 연평균 증가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자주국방에 힘을 싣는 한편 외교·통일 예산 연평균 증가율도 8.0%로 잡아 북한과의 대화에도 무게를 실었다.
반면 ‘747성장론(연간 7% 성장·국민소득 4만 달러·세계 7위 경제규모)’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2008~201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예산 투입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5년간 총지출 연평균 증가율을 6.3%로 잡은 상황에서 R&D 분야 예산 연평균 증가율은 이보다 높은 10.7%로 상정했다. 또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연평균 증가율도 7.3%로 노무현 정부(3.1%)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반면 외교·통일 예산 연평균 증가율은 3.6%로 급락했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2대 핵심 국정과제로 삼았던 박근혜 정부에서는 문화 분야 예산을 높이는 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 정부의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11.7%에 달해 12개 분야 중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5년간 총지출 연평균증가율을 4.6%로 잡은 점과 비교하면 두드러지게 높은 증가율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문화융성을 내세우고 문화예산 투입 증가를 약속했던 박근혜 정부는 정권에 비우호적인 문화·예술인 명단(블랙리스트)을 만든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중심 경제’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3대 키워드답게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5년간 총지출 연평균 증가율을 5.8%로 높였다. 특히 보건·복지·고용 예산 연평균 증가율을 9.8%로 잡아 일자리 중심 경제와 소득주도 성장이 핵심을 분명히 했다. 다만 R&D 예산 연평균증가율은 0.7%로 혁신성장이라는 말이 무색한 수준이었다.
‘민간 중심의 경제 성장’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정부 지출을 줄이고, 첨단 분야 인재 양성 관련 지출을 늘리는 데 초점을 뒀다. 윤석열 정부는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총지출 연평균 증가율을 4.6%로 낮추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특히 보건·복지·고용 예산 연평균 증가율을 5.5%로 끌어내렸다. 대신 교육 예산 연평균 증가율은 12개 분야 중 가장 높은 5.9%로 잡았고, R&D 예산 연평균 증가율도 3.7%로 올렸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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