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우리은행이 대표적인 생활밀착형 서비스인 알뜰폰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화될 경우 5대 시중은행 모두 알뜰폰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그동안 은행권은 알뜰폰 사업 외에 자동차·배달 등 분야에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는 신규고객 유치와 비금융 데이터 확보, 자체 애플리케이션 활성화 등의 효과가 분명하지만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금융위, ‘알뜰폰 서비스’ 은행 부수업무 지정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KB국민은행의 ‘간편·저렴한 금융·통신 융합서비스(알뜰폰 서비스)’ 관련 규제개선 요청을 수용하면서 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을 영구히 할 수 있게 됐다. 알뜰폰 사업이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됨에 따라 은행이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우리은행도 EY컨설팅을 통해 알뜰폰 사업 관련 사업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 1호로 지정돼 일정 기간 예외적으로 진행되던 알뜰폰 사업은 국민은행의 대표적인 ‘생활밀착형 서비스’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Livv M(리브엠)’은 가입자 수와 만족도 부분에서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2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 40만 명을 돌파하며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사업자가 됐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진행한 조사에서 리브엠은 2년 연속 체감 만족률 1위를 기록했다.
리브엠 출범 당시만 하더라도 알뜰폰 시장은 품질 논란 등으로 인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리브엠이 메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나왔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실제로 리브엠은 출시 후 1년 3개월 동안 가입자 수가 10만 명에 그치며 당초 목표였던 100만 명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가입자 수 35만 명을 넘겼다.
알뜰폰 사업으로 국민은행은 신규 고객 유입과 비금융 데이터 확보라는 두 가지를 얻었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국민은행 입출금 계좌와 신용카드를 보유해야 하는 데다, 국민은행 계좌를 통해 통신료를 납부하면 혜택을 주는 등의 방식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또 국민은행은 기존 여수신 업무에서는 확보할 수 없는 통신료 납부 내역 등 비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평가를 진행하거나 금융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신규고객 유치·자체 앱 경쟁력 확보 등 가능
시중은행은 그동안 꾸준히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내놨다. 배달 서비스 플랫폼 ‘땡겨요(신한은행)’, 세븐일레븐 배달 서비스 ‘마이(my) 편의점(우리은행)’,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실물지갑 대체 플랫폼 ‘국민지갑(국민은행)’, 비대면 중고차 거래 서비스 ‘원더카 직거래(하나은행)’, 맞춤형 꽃 배달 ‘올원 플라워’·택배 접수 및 배송 ‘올원 방문택배(농협은행)’ 등이 그 예다.
시중은행이 생활밀착형 서비스에 몰두하는 것은 신규 고객 유입과 비금융 데이터 확보 외에도 브랜드 이미지 개선 효과 및 은행 애플리케이션 경쟁력 강화가 있어서다. 신한은행이 2021년 출시한 배달 서비스 플랫폼 ‘땡겨요’는 다른 배달 플랫폼에 비해 낮은 중개수수료(2%)와 지역사랑상품권 사용 확대 등으로 소상공인과 지역 경제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신한은행에 ‘상생’ 이미지를 안겼다. 또 은행 자체 앱을 통해서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만큼 앱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서비스가 모든 산업에서 활성화되는 만큼 금융권도 자체 애플리케이션의 MAU(월간 이용자 수) 등과 같은 부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앱을 통해 일상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나중에 금융 서비스까지 이용하게 되는 등 신규 고객 유치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 고객의 경우 은행과 계속 거래를 유지하지 록인(lock-in) 효과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자동차-배달-알뜰폰 순으로 출시
시중은행의 생활밀착형 서비스는 ‘자동차-배달-알뜰폰’ 순으로 변화를 겪었다. 2021년 초반 중고차 시장의 규모가 신차 시장을 앞지르며 중고차 시장이 커지자 하나은행은 중고차 직거래와 오토 금융을 제공하는 ‘원더카 직거래’ 서비스를 출시했다. 같은 시기 신한은행은 전기차를 선택했다. 전기차 관련 정부·지자체 보조금과 차량 가격, 주행가능거리, 사용자 리뷰와 같은 정보를 신한 쏠(SOL) 내 라이프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다음은 ‘배달’이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배달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고, 국민은행은 2021년 10월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와 제휴를 맺고 자사 앱에 요기요 배너를 탑재했다. 배너를 누르면 요기요 앱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같은 해 12월 각각 배달 앱 ‘땡겨요’와 세븐일레븐 배달 서비스 ‘마이 편의점’를 시작했다. 농협은행은 같은 해 8월께 맞춤형 꽃 배달 서비스인 ‘올원 플라워’를 개시했다.
최근에는 ‘알뜰폰’ 사업을 중심으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9년 혁심금융서비스로 국민은행이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 운영을 시작한 후, 신한은행이 지난해 1월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올해 3월과 8월께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국민은행에 이어 직접 알뜰폰 시장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산분리 규제·적자 해소는 과제
은행권은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비롯한 비금융서비스 사업 진출을 위해 금산분리 규제 해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는 8월 금융권의 비금융회사 출자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의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부처 간 조율 과정에서 골목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국민은행, 경남은행, DGB대구은행 등에서 대형 금융 사고가 발생하며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및 통제 시스템 부실 문제가 불거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적자 문제도 은행권이 해결해야 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신한은행의 ‘땡겨요’는 적자가 이어지는 데다 최근 이용자 수마저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국민은행의 ‘리브엠’ 역시 2년 연속 1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초기부터 수익성보다는 고객에게 조금 더 편리하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세웠다. 고객 수가 늘어나고 사업이 안정되면 적자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권으로는 최초였기에 초반에 투입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적자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10%에 불과한 시장 점유율을 키워 사업의 영속성을 확보하고 아직 진행 중인 부수업무 신청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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