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디야커피가 15년 전 실패했던 해외 사업에 재도전한다.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가맹점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본사가 가맹점 챙기기는 뒷전으로 미룬 채 해외 사업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2월 안에 괌 매장 오픈 “미국 본토 진출 시험대”
이디야커피가 이달 중 괌에 해외매장 1호점을 오픈한다. 이디야커피의 괌 매장은 마트 내 숍인숍 형태로 문을 열 예정이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현재 괌 매장의 오픈 준비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연내 오픈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디야커피 측은 약 3년간의 현지 시장조사를 진행하는 등 괌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의 관계자는 “추후 미국 본토 진출을 준비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해외 사업을 통해 순수 국내 커피브랜드인 이디야커피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디야커피의 해외 진출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디야커피가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가 한 차례 실패를 겪은 전례가 있는 만큼 괌 진출 성과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디야커피는 2005년 중국 베이징에 해외 가맹점 1호점을 오픈하며 해외 사업을 시작했다. 베트남까지 가맹점을 확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적자 누적으로 3년 만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2012년 또다시 중국과 동남아 시장 진출을 계획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2016년에는 태국, 2018년에는 중국 진출 계획을 밝혔지만 모두 흐지부지됐다.
이디야커피가 해외 진출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문창기 회장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2004년 이디야커피를 창업자로부터 인수해 운영을 시작할 때부터 문 회장의 꿈은 ‘세계시장 진출’이었다. 이디야커피 인수 초기 문 회장은 각종 인터뷰를 통해 ‘이디야의 꿈은 글로벌 기업’, ‘한국판 스타벅스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문 회장은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자기 확신이 매우 크다”며 “본인이 하려는 사업에는 의지를 꺾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맹점주 ‘상생 뒷전’, ‘해외사업 실탄 마련 급급’ 비난
괌 시장의 성공 여부에 따라 미국 진출까지 결정될 수 있는 만큼 문 회장에게 이번 해외 진출 성과는 중요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디야커피에서 해외사업전략을 담당했던 권익범 대표가 이달 초 회사를 떠나면서 문 회장이 해외 사업을 홀로 진두지휘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인터컨티넨탈호텔 대표를 맡았던 권 대표는 지난해 7월 이디야커피로 자리를 옮겼으나 1년 5개월 만에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권 대표보다 1개월 먼저 영입됐던 이석장 전 대표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디야커피 측은 “현재 내부적으로 조직개편이 진행 중이다. 외부인사 영입을 두고는 명확하게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을 마뜩잖게 바라보는 국내 가맹점주의 마음을 달래는 일도 시급해졌다. 가맹점주 사이에서는 본사가 가맹점 매출증대 등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해외사업에만 투자한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한 가맹점주는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의 하루 매출이 10만 원 내외다. 다른 가맹점주들도 일 매출이 20만 원 내외라며 한숨을 쉬고 있다”며 “최근 이디야커피 가맹점의 폐점률이 업계에서 회자될 정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폐업하는 매장이 늘고 있는데 본사는 해외사업에만 투자하고 있다. 중국 진출에 실패했던 것을 잊었는지 계속해서 해외사업에 미련을 보인다”고 푸념했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해외 진출에 필요한 실탄 마련을 위해 수익성 확대에만 혈안이 됐다는 주장도 한다. 본사가 가맹점에 원재료 공급량을 늘리는 터라, 가맹점은 원가율이 높아지고 본사만 수익률이 개선되고 있다는 불만이다.
지난해 연말 이디야커피는 음료 기본 사이즈를 13온즈에서 18온즈로 키웠다. 아메리카노에 들어가던 에스프레소 양은 1샷에서 2샷으로 변경됐으나 음료 가격은 올리지 않았다. 이에 일부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원두 소진률을 높이기 위해 아메리카노 사이즈를 확대하는 꼼수를 썼다고 비판한다. 한 가맹점주는 “전년보다 원가율이 5~10%가량 증가한 상황”이라며 “매출도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라 원가 부담이 커져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가맹점주도 “원두를 가맹점에 많이 판매하려는 정책이 아니냐. 이디야가 커피전문점이 아닌 물류유통회사가 됐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가맹점주는 “본사가 상품개발팀을 1개에서 2개로 확대했는데 실상 가맹점을 위한 메뉴 개발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본사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원재료를 많이 사용하는 신 메뉴 개발에만 급급한 것 같다”면서 “레시피가 12단계로 이뤄진 신 메뉴를 출시한다. 이런 메뉴를 만들면 매장 직원들은 판매를 기피하게 되고 점포 매출도 늘어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디야커피 측은 “가맹점수가 3000여 개에 달하는 만큼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수익을 늘리기 위한 꼼수로 에스프레소 양을 늘린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음료의 양, 사이즈를 늘릴 필요성이 있었다. 고객 소비 트렌드에 맞춰 경쟁력을 강화하고 가맹점 매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4년 만에 정책을 변경하게 된 것”이라며 “원부자재 물가 상승에도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가맹점 공급 원두 가격을 8% 인하하며 가맹점과의 상생을 도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디야커피는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살 수 있다는 ‘상생 경영’을 제1의 경영 철학으로 지키고 있다. 조직개편을 통해 가맹점 고도화와 매출 활성화 등을 위한 업무를 전담하는 운영혁신팀을 신설하는 등 가맹점 상생경영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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